엄마 꽃/노자규 웹 에세이스트
「엄마라는 꽃
천 가지 얼굴로 만 가지 역할을 해내는 엄마
엄마~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엄마 꽃이야!” 」
지나온 세월 힘들고 고된 일도 많았지만..
그 시간 속에 아름답게 피어난 엄마 꽃
그런 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늘 내 힘들 때만 전화해서 미안해 엄마
엄마가 늙어 갈 때 내 첫걸음을 잡아준
그손을 잡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
엄마라는 그 이름을 불러준 딸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
“엄마이니까.......”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셨다
우리 딸 좋아하는
오이소박이
고추장 된장...
“엄마 왜 이리 많이 가져왔어?”
“작년에 해주신 것도 아직 많이 있단 말이야 “
말없이 이것저것 보따리를 풀어내어 놓으신다
“됐다 이만하면,,,”
"힘들게 이제 하지 마 엄마...."
"그려 ,, 내 힘 닿는데 까지 해주고 싶다 "
말씀하시곤
“나 가볼란다”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는 말에
“토까이새끼 밥도 주야 되고
염소가 새끼를 낳아 젖 잘 나오게
장날에 사골뼈 고와줘야 된다며
한사코 만류하시며 종종걸음으로 내려가신 엄마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이틀이나 지나서
고향 인근에 입원한 병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분주할 것도 없는 한가로움을 뒤로하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나의 시선에
늙은 노인 한분과 시선이 마주쳤다
"엄마다!"
서울 딸 내 집에 다녀갈 때 그 힘차고 살뜰한
엄마의 모습은 간곳없고
초췌한 그늘진 두 어깨 위로
깡마른 얼굴과 마주 선 딸은
"엄마 나야!
엄마 딸 혜선이..."
그저 자식 앞에선
매일 태어나는 얼굴로 바라보며
기둥이고 사랑의 문이었든 엄마가
동그란 눈동자로 물 끄러니 바라보기만 합니다
병상에서 찾아온 엄마의 휴식 앞에
한번 울게 되면 두 번 눈물 훔칠까 봐
의연함을 가장한
빈 가슴으로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이제 사람은 알아보는데 온몸에 암이 퍼져
길어야 한 달이라는 오빠의 전화를 끊고
얼음성에 갇힌 듯 한참이나 멍하니
전화기만 뚜려지게 내려다봅니다
이제야 보이는 엄마의 마음
더 이상 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하늘빛이 말라가도
못난 딸 하나라도 더 해먹 일려고
그 많은걸 이고 지고 오셨다는 걸......
이제야 한 땀 한 땀
눈물로 꿰매어진 엄마의 마음이 보입니다
많이 아플수록
소리 낼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과 딸을 앞에 두고
“이제 난 너네들 엄마 안 하련다 ”
그 말을 끝으로
간단한 옷가지 몇 벌을 둘둘 말아 가방에 넣은 뒤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무작정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선 고향집
"엄마! 오늘부터 엄마랑 나랑 여기서 살아 “
엄마의 그리움 따라 펼쳐진 친정집 마당
어릴 적 엄마 꽃향기 펄펄 날리며
찬바람에 허리 꺾이며
시린 발끝으로
이 마당을 누비신 내 엄마
청자빛 하늘이 드리워진 마당 앞
외발로 선 바지랑대에
하늘과 맞닿은 빨래가 꼬들꼬들 말라갈 때
바지랑대 꼭대기에 고추잠자리 홀로 앉아
가을을 노래하든 그곳에
잊혀진 자리에서 기억되는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불고불 늙으신 내 어머니 손을 잡고 말입니다
병원 가기 전까지 일손을 놓지 않았던
손때 묻은 살림들이
이제는 하나둘 딸의 차지가 되어 가겠지만
고목처럼 휘어진 엄마의 등줄기따라
훈훈한 동행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하다 말 한마디
가슴에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 이것 봐"
어릴 적 비 오는 날
감자전 붙여주든 감자를 캐며
봄볕 같은 따사로움을 마주한 딸이
"엄마 어디 제일가고 싶어?"
옹이로 깊이 박힌 추억의 빗장을 풀어
엄마의 기억이 처음 시작된 그곳으로
차에 이 불 몇 개
약봉지
달랑 챙겨가지고선 먼길을 나섭니다
엄마가 처음 태어난 곳
“ 친정”
"여기가 엄마가 태어난 곳이야?"
엄마가 다니든
초등학교 운동장과 교실
마을회관에 가니
아직도 고향에 머무르고 있는 친구들과
해묵은 해후를 하며
더듬어가는 추억길 따라
엄마의 햇살 같은 웃음도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진작에 찾아드리지 못한
미안함도 함께 말입니다
오늘은 엄마가 시집와 나를 낳았든
동네에 머무러기로 했습니다
물 길러 머리에 이고
딸을 업은 포대기 너머로 물이 갈까
조심스레 들어서는 집 앞에
누런 코 바뜨리며 엄마 찾아 울고 나와있는 아들
단출한 한 칸짜리 집에서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 준
엄마가 새삼 고맙기만 합니다
왜 진작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저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
"내 좋을 때만..
내 아쉬울 때만.. 찾았든 엄마
“엄마 미안해요 그땐 몰랐어요 “
딸의 마음속의 독백은 메아리 되어 흘러갑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탕을 드시고 난 후 토하고 통증을 느끼는 엄마
바쁘고 시간이 맞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어딜 다녀본 적이 없는 서툰 걸음이지만
통증이 오면 절망을 매달고
통증이 안 올 땐 희망을 매달다
그마저도 힘들 땐
눈물 한 방울로 간을 맞추어가며
단풍 고운 내년에도 같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엄마와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궁이불 피워대는 부뚜막에 나란히 앉은 엄마와 딸
이별 없는 사랑으로
채색되길 바라는 딸의 마음을 아는 엄마는
“고마워 딸”
엄마 마지막 길 이렇게 동행해줘서...."
"엄마를 보내야 하는 건 아는데..
떠나야 하는 건 아는데...
엄마 만지고 싶고 보고 싶을 땐 어떡해? “
아궁이 속 까만 숫 덩이보다 더 검게탄
엄마와 딸의 눈물꽃은
까만 밤이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낮잠에 드셨다.
정신 맑은 시절에는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
오늘 그 예쁜 발을 다시 한번 만져보고 싶다
꽃보다 예쁜 내 엄마가 먼저 시들어간다
세월의 길 따라 언제 이리 허리가 굽어지셨는지...
자식들 다녀갈 때 버스정류장 앞에서
몸빼에서 꼬깃꼬깃 천 원짜리 몇 장 꺼내 쥐어주시던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엄마의 손....
겨울에 학교 갔다 오면 양손 번갈아 가며
녹여주는 그손을....
갈대에게
허리 굽은 이유를 묻지 않듯
한 번도
그손을 만져주지도
허리가 왜 그리 굽었는지
묻지도 않은 못된 딸....
"엄마! 정말 미안해 ..."
「그런 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늘 내 힘들 때만 전화해서 미안해 엄마 」
「엄마가 늙어 갈 때 내 첫걸음을 잡아준
그손을 잡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 」
지나온 세월 힘들고 고된 일도 있었지만..
그 시간 속에 아름답게 피어난 엄마 꽃
그 이름을 불러준 딸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
“엄마이니까.......”
엄마의 몸은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고 있나 보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엄마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 엄마로 있어줘서...
나의 엄마여서 고마워...」
쓸쓸한 마당 끝터머리 빈 곳에 핀 엄마 꽃은
세월에 빛바래지고 낡아져
다 떨어진다 해도
천년이 흘러도 영원한 그리움인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젠 엄마 같은
힘든 것 하지 말고
편히 쉬어.......」
손으로 그린 사랑은
지울 수 있어도
마음으로 그린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말합니다
출처/노자규 웹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