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위에 그린 행복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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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위에 그린 행복
초가을 이른 새벽녘에
마을 사람들이 다들
초등학교 강당에 모여있습니다
불어난 홍수에 산사태까지 겹쳐
집과 가족까지
잃은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눈물이 범벅이 된 이곳엔
저마다
상실의 아픔들을 매달 고선
한숨과 배고픔들이
허공에 공기처럼 매달려있었습니다
“평생 일구어온 내 집
그 집이 어떤 집 인디.....”
“내 아들... 내 아들..
찾아달란 말이야...”라며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간 아들을 목놓아 찾고 있습니다
“진정하세요
지금 나가면 다들 죽어요..
일단 비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엔 요..
비가 그친 다음에 수색해보겠다는
의미 없는 답만을
내놓은 채 다들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하듯
별 하나 없는
먹물 같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한 청년의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되살아난 기억 위에
이젠 한 줌 무게도 없이
날리는 바람이 되어버렸지만
지난날
오늘 같은 똑같은 아픔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따라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태풍으로 인한
현재 강수량은
850mm가 넘을 거라는 소리에
사람들의 허탈함에 내놓는 탄식들이
내리는 빗물 사이사이에
배어들고 있었습니다
날개를 펼칠듯한 이 슬픔 위에 말입니다
외지에서 들오기로 한 구호품들도
다리에 물이 범람해
들올 염두조차 내지 못한 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굶주림에 마음들은 삭막해져만 갔고
그 흔한 인심과 양보는
밥에 얹어 국에 말아 속으로 속으로
사라져 가야만 했습니다
어스럼 한 저녁 빛이
유리창을 통해
강당 바닥에 집을 짓고 앉았습니다
몽당연필이 되어버린 마음을 붙들고
저녁 배식을 받기 위해
다들 한 줄로 줄을 서있었구요
“내가 먼저 왔단 말이야... “
“뭔 소리여.. 내가 일빠여... “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그들의
허기지고 주름진 배가
밥 몇 술에 펴지기야 힘들겠지만
불신과 갈등 속에 자리가 뺏길까 봐
그 흔한 변소도 못가는 이들 앞에
이 줄은 생명줄보다 더 질겨 보입니다
배고파 못기다린다며
배식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아이의 소매 끝을 붙들고
한 할머니가
애타게 소리치고 있습니다
그때
빈 둥지에 손을 넣었다 뺀
아이의 마음을 알아서일까요
먹물 같은 하늘만 바라만 보던
그 청년이 다가서며
“할머니,,
아이가 배가 많이 고파 그러나 봐요
제자리에 서시죠,,“라며
양보를 한 뒤 자신은
맨 뒷자리로 이동을 합니다
이광경에
사람들은 저마다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고 서있었구요
허기진 배고픔을 달랜
사람들은 고단한 하루를
빗소리에 묻으며
떠나지 않아도 떠난 것 같은
마음들을 붙들고
다들 잠을 청하려 합니다
학교 강당에 모인 분들에게
지급된 구호물자 중에
담요 두장이 전부 인 그들앞에
그나마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포근한 고래 등이 따로 없는듯합니다
"할머니 추워.... "
“조그만 참자 비가 끝치면
곧 우리도 텐트랑 먹을 것도
들어올 거야 “
아픔은 아픔끼리 다독거리며
외풍이 심한 문 앞에 자리 잡은
할머니와 손자는
담요 두장으로 가리기엔
슬픔에 배인 추위가
너무 매섭기만 한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갈 때
그 청년이 할머니 앞으로 다가옵니다
“할머니 이쪽으로 오시죠”
할머니와 손자는
청년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바람 한 점 없는
구석진 자리의 텐트 앞이었습니다
“우선 손자랑 여기서 지네세요 “
“아이고 아까도 신세 졌는데
사람이 염치가 있지...
라며 돌아서려는 그때
그 청년의 입에서는
체온이 담긴 말 한마디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두 어릴 적에 할머니 손에 컸습니다”
건강하셔서 어린 손자에게
희망이 되어주세요... “
할머니에겐
청년의 그 말이
가슴이 담기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소유하던
아름다운 마음을
살아가며 하나씩 버리며 살지는 않나요
이웃을 돌아보고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감싸주는 마음도
버려진 그 마음속에 들어있답니다
“세상을 위해
나를 버릴 줄 아는 아름다움 “
당신이
그들에게 멋진 바보가 되어주세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