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앱(Killer Application)은 단순한 상품이나 발명품의 의미를 넘어 시장을 크게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인식과 문화코드까지 바꿔버리는 제품 또는 서비스이다[1]. 정의에 따르면, 암호화폐 공개 (Initial Coin Offering, ICO) 자체도 블록체인이 만든 하나의 킬러앱이다.
ICO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특정 팀이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쓰일 돈을 모으는 행위이고, 대가로 그 생태계에서 쓰일 암호화폐 및 토큰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전부터, 크라우드 펀딩, 기업공개(IPO) 등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존재한 것들과 ICO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고, 그 차이점으로 사회 인식은 충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CO는 이미 사회적 인식을 많이 바꿔놓았고 또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더 많지만, 현실은 법적인 문제로 다들 ICO의 대안만 찾고 있다. 법과 규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ICO가 가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IPO와 ICO 그리고 블록체인
ICO와 IPO는 갖추어야 하는 조건의 유무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ICO는 사실상 조건이 있지 않고 IPO는 따라야 하는 기존의 법체계가 존재한다. 사실, 이 차이점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ICO를 진행한 원인이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원인이다.
‘ICO는 조건이 없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를 평가하고 기준에 대해 검사를 하는 어떤 제 3자가 개입하지 않으며 투자자 스스로 판단하여 투자를 진행한다.’ 이 점은 블록체인의 특징, 철학과도 비슷하다[2]. ICO는 블록체인과 아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바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주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3]. 블록체인에서는 합의 알고리즘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악의적인 노드에 대한 견제가 자연스럽게 되었다면, ICO에는 그런 것이 없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주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곧,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의 역할은 무엇일까?
투자자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법과 규제가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공급자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사기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 과도하게 공급자를 옥죈다면 결국 공급자들은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우회하여 ICO를 진행할 것이고, 이는 블록체인 업계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전면금지를 한 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또한, 누구나 펀딩을 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ICO 자체의 장점과 본질을 해치는 것이고, 이렇게 본질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대안이 나오더라도 지속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규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투자자, 공급자 그리고 시장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규제의 역할은 공백을 채우는 것
앞서 언급하였듯이 ICO와 블록체인의 차이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주체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공백 때문에 사기 등 수많은 문제가 생겼다. 법과 규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그 공백만 잘 메꿔 주는 것이다. 접근할 수 있는 기준을 높여 참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향보다는 악의적인 행동을 했을 때 가해지는 처벌과 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잘 해내는 방향으로 법과 규제를 적용한다면 자금 조달 방식인 ICO가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ICO에 참여할 수 있고, 업계 전체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ICO는 이미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인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ICO가 잘 정착된다면, 단지 블록체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ICO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전면 금지만 고집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1] https://ko.wikipedia.org/wiki/킬러_애플리케이션을 참고한 killer application의 정의이다.
[2]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상태에서 작동하므로 누구나 permissionless 하게, 생태계에 참여하고 이탈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ICO 역시, 누구나 펀딩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 특징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3] ICO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공급자의 백서와 개발진 그리고 운영진만 보고 참여한다. 그렇기에, 공급자는 유치한 투자금을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피해사례가 존재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국내 기업 약 20개를 대상으로 점검을 하였고 그 결과 아직 ICO 전면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ICO는 전면금지 상태이지만, 그 법적인 근거는 정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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