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즈 리포트] ICO 제도화, 필요한가? (2) _ 한국, ICO 합법화 필요한가? - 연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회 연블(YBL) 정진우
이전 글에서는 ICO 자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집중하였던 부분은 왜 ICO가 대규모 자금모집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유였다. 단순히 국제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 홍보의 수월함, 높은 수익성,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젝트 자체의 혁신성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을 가능케 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ICO를 제도화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만약 제도화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간단한 제언까지 담아볼 예정이다.
ICO 제도화에 정부의 입장
연초 금융감독원에서 ICO 실태조사와 향후 대응방향 자료를 발표한 바 있었다. 요지는 아직 ICO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고 국제적 규율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도화에 대하여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을 들으면 사실 많은 투자자들과 블록체인 업계의 구성원들은 속이 터져 나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유로 그러겠지만, 공통적으로 ICO 합법화를 통하여 블록체인 산업이 기존의 음성적인 인식을 벗어나 파이 자체를 키우면 좋겠다는 공동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못해 그랬을 것이다. 업계의 사람들과 정부 관료 분들을 만나보면, 서로의 입장차는 극명함이 분명하다. 누구의 선택이 맞냐 하면, 당장은 단언하기 힘들다. 각자의 근거가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2017년 말, 투기과열 현상을 돌이켜보면 ICO에 대하여 신중해지는 것은 당위적이다. ‘암호화폐’라는 이전에 보지 못한 대체 투자수단은 막대한 수익률을 보여주었고 당시 분위기는 ‘암호화폐’를 안 하면 호구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필자 또한, 당시 블록체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감행했다. 주변의 친구들은 코인을 통하여 몇 배에서 몇십 배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어 정말 축제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높은 수익률에 새로운 차, 새로운 집, 새로운 인생을 꿈꿨으며 이는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그 환상이 깨진 시점은 과도한 투기 열풍을 우려한 정부에서 거래소 폐지 등의 강경 발언을 했을 때였다. 애초에 검증되지 않은 작은 호재들과 표면적 홍보들에 움직였던 암호화폐 업계는 정부의 발언 후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허브였던 한국에서 코인 가격이 급락하니, 전 세계 암호화폐 가격 또한 함께 떨어졌다. 당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은 그만큼 지배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당시 정부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필자 또한 굳이 정부가 강경 발언을 통해 수많은 투자 피해를 유발한 것이 결코 현명한 방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ICO와 암호화폐 투자를 억제한 것인데, 정작 당시 대부분의 피해는 투자자들이 입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빠르게 현황을 파악하고, 영리하고 점진적으로 시장을 안정시켰다면 적어도 투자자들이 점진적으로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방식을 떠나, 당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억제는 충분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 실태조사에서 나온 투자자 피해의 우려와 투명하지 못한 정보공개, 투기과열 등이 정말 심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기업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호재’들을 양산하며 투자자의 돈을 빨아드린 당시 상황은 정말 장관이었고, 지금도 돌이켜보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도 생소하고 불분명했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 마련 또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또한 이렇게 무행동을 통한 억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정부의 생각에 의문이 생긴다.
시장은 점점 성숙해지고 있고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그 가능성을 포착해 막대한 투자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는, 전 세계적으로 국제적 규율체계가 확립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고, ‘선진국’인 미국 혹은 일본 쪽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대응 방향을 확실시하면 이를 따라가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안정성만을 추구하며 ‘팔로워’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현명한지는 모르겠다.
ICO 제도화의 당위성
한국은 기업 하기 매력적인 국가는 아님이 분명하다. 국가 정책이 전반적으로 언제나 보수적이고 세심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권은 ‘진보’ 정권이지만, 여기서의 진보는 기술적 진보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수 정권 또한,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큰 차이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사실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 사회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시대적 상황 속에서 안정을 중심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안정만을 추구해서는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시가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와 그랩이 있다. 이 기업들의 비전은 단순히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물론 자율주행 시장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이미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벌써 무인 항공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승차 공유 불모지이고 아직 시작도 못했다. 만약 승차 공유 서비스가 합법화될 경우,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우버의 한국 진입을 막고 한국 시장을 한국 기업에게 내어주는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현황은 ICO와 맞닿아 있다. ICO의 장단점을 떠나 ICO가 어떠한 분명한 가치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고, 승차 공유는 어떠한 가치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아닌가 싶다. ICO의 장점은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받기 쉽지 않고, 받아도 작은 규모로 받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이다. 언제나 4차 산업혁명, 기술 장려 등을 외치는 한국이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본과 규제적 지원은 부족하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전 세계 기술 발전의 중심지에서는 스타트업도 제대로 된 비전과 팀 그리고 모델이 뒷받침된다면 수백억씩 투자를 받는다. 중국 또한 투자 금액의 규모가 남다르다. 똑같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똑같은 능력을 가진 팀원들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투자받을 때와 미국 혹은 중국, 일본에서 투자받을 때 투자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한국의 투자 규모로는 고작 한국 시장에서 느리게 확장하고 여기에서 멈추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능성이 보일 경우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투자 기관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하여 빠르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구글 등이 있을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의 한국에서는 아무리 큰 4차 산업혁명 포럼을 열고 정부에서 몇 억씩 기술 스타트업들에게 지원을 해도 그 기업들은 그저 중소기업으로 한국에서 겨우 연명하는 정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ICO를 허용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사실은 ICO의 질이다. 나머지는 조정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혁신은 필연적으로 불안전성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애초에 ICO는 초기 개발 비용을 모집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보 공개가 투명하기 힘들고 투자 실패 확률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혁신 자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어떤 혁신적 제품이나 기술이나 모두 실패할 확률이 높고 투자 비용이 높다. 물론 그 투자 비용 중 상당 부분은 회수하기 힘들다.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이 신대륙 발견과 향신료 무역을 하려고 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 항행을 한번 지원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 확률 또한 매우 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피해를 감수하고 투자했기 때문에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고, 새로운 기술들과 신약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ICO 또한 마찬가지이다. 투자 위험이 높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다. 혁신을 장려하느냐, 투자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의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결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은 아직 견고하다.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피곤한 일이다. 혁신의 대상에 대하여 빠르게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책을 제시하며 부처 간 조율을 하는 등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하지 않는 근거가 표면적으로는 꽤 탄탄하다. 선의의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동적 자세로는 결코 현상 유지 혹은 뒤늦게 이미 앞서간 자들을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떤 것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한데 이로 인하여 부가적 우려들이 있다면, 단순히 이러한 우려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우려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찾아내고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만 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자세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트업이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정신이고 이를 장려하는 기관 또한 가져야 할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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