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화폐 이외의 무언가가 ‘가치’를 갖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질문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그것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것의 분명한 취급 목적이 있어야 한다. 형태가 있는 금과 은이 가치를 인정받고, 형태가 없는 온라인 게임 안에 존재하는 ‘진명황의 집행검’ 아이템이 자동차 한 대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고, 분명한 사용 또는 소유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물건이 쓰임새를 갖췄다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려는 사람이 없다면 그 물건의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다. 결국, 무언가가 가치를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이번 글에서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암호화폐 시장에 모이게 되었는지 몇 가지 유형별로 짚어보려 한다.
암호기술을 연구하는 공학자들과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사람들
비트라이센스에 대해 다뤘던 글에서 언급한 사이퍼펑크(Cypherpunk)를 ‘Crypto Anarchism, 즉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중앙집권적인 구조에 저항하는 이념’이라고 소개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디지털 화폐 비트골드(Bitgold), 그리고 사토시 나카모토와 첫 비트코인 거래를 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초의 블록체인 스마트폰 핀니(FINNEY)의 네이밍 모델이 된 할 핀니(Hal Finney), 사토시 나카모토 본인까지 모두 사이퍼펑크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비트골드는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구현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으나 많은 부분이 비트코인과 흡사해 비트코인의 전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비트코인의 근간이 된 암호화 기술을 연구하던 공학자들, 그리고 사이퍼펑크의 이념에 열광하던 수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모여 초기 암호화폐 시장을 형성하였다.
저렴하거나 빠른 해외송금을 찾는 사람들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정이 있어 해외에 급하게 돈을 보낼 방법이나 수수료 부담이 적은 송금 방법을 찾다가 비트코인을 알게 되어 이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꽤 많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해외거래소로 보내는 과정에서 시간이 크게 소요되지 않으며, 송금 액수와 관계없이 거래소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같다는 것에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하다.
고의이든 아니든 약간의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남겨뒀다가 이후에 가격 변동성을 직접 경험하고 투자를 결심하게 된 예도 있다. 언론에 암호화폐가 노출되기 이전에 이렇게 우연히 시장에 들어오게 된 사례가 주로 많다.
마지막으로 2017년의 상승 시장을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사람들이 큰 수익을 노리고 시장에 모이는 유형이 있으며, 아마도 이렇게 큰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암호화폐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나 세계적 흐름이 격변하고 있으므로 신규 시장 참여자에게서 새로운 시장 참여 유형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많은 돈이 유입되고, 그로부터 시장의 가치가 형성된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가치 형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사람의 유입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프로젝트팀이 선택하는 전략, 그리고 거래소 밖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할 때 마주치는 진입장벽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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