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즈 리포트] 민간주도 프로젝트에 대한 적합성 평가 -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 김재윤
5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블록체인 확산을 이끌기 위해서 ‘2019년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제 12 회 블록체인 테크비즈(TechBiz)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KISA가 추진 중인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 및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5개 사업자가 사업 내용 및 서비스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민간주도 프로젝트 3개는 다음과 같다.
1.탈중앙화 기부 플랫폼(이포넷)
2.블록체인 ID 인증 서비스(SK텔레콤)
3.블록체인 중고차 플랫폼(현대 오토에버)
민간주도 프로젝트는 3개밖에 없으므로 상, 중, 하로 나누기보다 하나씩 분석해보겠다.
1. 탈중앙화 기부 플랫폼
이포넷에서 제안한 탈중앙화 기부 플랫폼은 기부 관련 사건 사고로 인해 확산된 ‘기부 포비아’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블록체인으로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고, 블록체인을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암호화폐로 실물을 구매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부받은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면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로 교환하여 사용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화폐의 이동 내역이 숨겨져서 또다시 같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받는 사람들의 신원을 증명하면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위 서비스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형성되고 도미넌스가 있는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체리’라 불리는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기 때문에 체리의 가격을 일정 이상 유지하는 것도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되므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2. 블록체인 ID 인증 서비스
SK텔레콤에서 제안한 블록체인 ID 인증 서비스는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DID(Decentralized Identifiers) 서비스이다. 개인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에게 주는 자기 주권 신원 모델(Self Sovereign Identity, SSI)을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한다는 것이다.
개인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그대로 올리진 않고, 개인 데이터가 맞는지 틀린 지 구별할 수 있는 해시값 등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뭐가 되었든 신원 정보는 웬만해선 변하지 않고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해시값 등 랜덤 한 값을 올려버릴 거면 신뢰 기관의 중앙 데이터베이스나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의 암호화된 신원 정보를 저장할 유인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기관들이 모여 하이퍼 레저 패브릭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Account 주소만 가지고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블록체인에서 DID가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필수 요소이긴 하지만, DID를 굳이 블록체인에 저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3. 블록체인 중고차 플랫폼
현대 오토에버에서 제안한 블록체인 중고차 플랫폼은 대표적인 레몬 마켓인 중고차 시장에서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고 신뢰성을 제공하려는 서비스이다. 이는 이전 글에서 서술했던 식품안전관리 인증(HACCP) 서비스 플랫폼 구축(식품의약품 안전처)나 블록체인 기반 전기차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제주특별자치도)과 비슷하게 오라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오라클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가 신뢰성을 상실하는 순간 플랫폼은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는 것은 보장할 수 있지만, 애초에 잘못 기록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데이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또 다른 프로세스가 필요해지고, 이는 시스템이 없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와 별개로 위 플랫폼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소비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AR? 뜬금없이 왜 낀 건지 알 수가 없다. 본질에 집중하길 바란다.
결론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과 민간주도 프로젝트’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해보았다. 물론 아직 성숙하지 못한 기술이고, 나 역시 권위자는 아니므로 평가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는 필요하고, 사업 과정에서 많은 피드백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좋은 사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적합성 평가를 하면서 제안된 사업들의 부적합함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이들의 사업 내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암호화폐는 전면 금지,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이라는 정보의 기조가 매우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적합성 평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에 최적화된 화폐나 재화를 다루는 기술이다. 암호화폐를 제외하고 사업을 하려니 이런 기형적인 형태의 사업들이 제안되는 것 같다. 정부에서 정말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기조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금 INBEX를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