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탄생과 전환

cowboybebo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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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 추천곡은 에반게리온 OST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어느날, 소년은 상상 속의 고양이를 만났다.

소년은 외로울 때면 언제나 글쓰는 제임스 조이스를 생각했다.
그 상상 속에는 항상 고양이 한마리가 등장했고,
고양이는 고독한 작가의 목을 감싸고 앉아있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검은색 꼬리는
마치 제임스 조이스를 홀려 생각을 조정하는
더듬이처럼 보였다.

늦은 밤, 소년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소년은 돌고 돌아 가장 먼 길에 이르렀다.

푸르고 서늘한 빛을 뿜고 있는 가로등 아래서
소년은 한 고양이를 보며 걸음을 멈췄다.
그 고양이는 도로 중앙을 점거하고 있었다.

검은 공기가 내려앉은 도로에는 다른 사람도 다른 고양이도 없다.
점멸하는 도로의 신호등과 별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 대비되었다.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있던 상상 속의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하얀 발로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이름이 뭐니? 소년이 물었다.

고양이는 얼굴 부비던 발을 내리고 한참이나 소년을 응시한다.

내 이름은 오디세우스.
난 이제 긴 여정에 오를거야. 고양이가 대답했다.

고양이는 소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일어서서 도도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소년은 고양이를 뒤따랐다.

고양이는 한참 걸으며 허름한 골목 깊숙이 들어갔다.
고양이가 도착한 곳에는 흰색 냉장고가 버려져 있었고,
냉장고와 벽면 사이에 쥐구멍 하나가 보였다.

소년은 가까이 다가가 쥐구멍을 들여다 보았다.
그 속에는 태양계와 은하계, 거대한 블랙홀과 별들이 운행하고 있었다.
쥐구멍 속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우주로 통하는 쥐구멍.

같이 갈거니?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소년은 순간, 오디세우스와 함께 흰색 냉장고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같이 갈거냐고...
오디세우스는 검은 꼬리를 휘저으며 밤공기에 아지랑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집 쪽을 바라봤다.
오늘 받은 숙제와 내일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이 있었지.

소년은 우주로 통하는 쥐구멍 앞에서
함께 게임을 하던 친구들을 떠올렸고
주말 아침이면 라면을 끓여주는 엄마와 아빠를 생각했다.

2018.03.14

세계의 탄생과 전환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