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내 몸이 다 닳아빠져 녹아내릴 듯한 날이 있습니다. 연이은 야근에 퇴근하는 차안에서 음악을 틀 기력도 없이 멍하지요. 집에 들어와 샤워기로 온수 찜질(?)을 하고 나와 안방 문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아내는 잠들어 있습니다. 힘든 일정을 보낸 날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이상하죠. 고생은 내가 했잖아. 내 아버지도 죽어라 일을 하셨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으셨는지. 알 것 같다는 공감. 쇼파와 TV가 마주하는 거실은 어둡고 차분합니다. 조명삼아 TV를 켜고 소리는 죽입니다. 쇼파 어깨에 머리를 누이고 두다리를 쭉. 애장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Music Q.
한희정의 "내일"
저기 건너 아파트의 점멸하는 한 점의 불빛. 그 방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지. TV 화면의 화려한 칼라는 대기의 수증기 처럼 산란하게 흩어지고, 나의 의식은 그저 저 멀리 타자의 불빛 속으로. 시간은 흐르지만 내 의식은 정지상태, 저기 아파트 불빛은 한없이 늘어진 시간과 의식의 선상에서 하나씩 소멸. 소멸. 소멸.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나의 감각이 절감하는 오늘과 내일의 경계. 오늘도 잘했어. 수고했어. 내일도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