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졌군요.
노라 존스의 "Shoot the moon" 입니다.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야경이 보이는 싸구려 자취방에 임한 축복같은 선선한 밤공기.
열린 창문으로 흘러드는 얌전한 공기가 선풍기 바람에 한바탕 요란을 떨면
나는 속옷 바람으로 거기. 한여름의 대류 속에 들어앉아 시원스럽게 맥주를 마시고
밤이 늦도록 멀건 달을 쏘아보거나 밀린 드라마를 틀어놓거나 한 물 간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지요.
그러다 어떤 밤이면 평소 듣지도 않던 라디오를 틀어놓다가 보석 같은 음악을 만나기도.
처음 그렇게 팬티바람으로 노라존스를 만난 것입니다.
사각 팬티였습니다. 오래된 사각 팬티였고, 오래 전 일입니다.
나는 이 곡을 듣는 내내 달을 쳐다보고 있었고,
밤기차를 타고 야반도주하는 한 소녀를 떠올렸습니다.
집시의 음악을 사랑하고, 푸른 두건을 쓰고 서글픈 사연을 가졌지만
저는 그 사연을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의 얼굴은 눈물에 번진 마스카라로 우스운 꼴이지만
저 창밖으로 한껏 부풀어오른 달을 보는 소녀의 눈에는
이제 갓 태어난 자유와 설레임이 담겨있었습니다.
축복같은 선선한 여름밤에
밤기차는 그 누구의 사연도 모른채 달리고 있습니다.
슬픈사연은 모두 잊으라며 기적소리를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