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안개가 넘실거린다. 중절모 쓴 신사가 앞서 걸어간다. 비밀이 있는 자다. 사라진 보물과 태고의 비밀을 꿰뚫고 있는 자다. 몽롱하게 일렁이는 거리에서 바삐 걷는 그를 추격한다. 재미있는 신비를 보여 줄 그를 붙잡으려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안개 속을 헤치며 발을 놀리지만 거리는 그대로다. 뛰어보지만, 따라잡지 못한다.
루시드 드림을 아는지? 자각몽(自覺夢)이라고도 한다. 꿈 속에서 이것이 꿈이구나 하고 자각하는 순간, 루시드 드림이 시작 될 수 있다. 위의 상황을 보자.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니, 말이 안 된다. 분명 꿈이렸다. 꿈인 것을 알았다면 난 그에게 날아가 뒷통수를 한 대 칠 것이다. 엉덩이도 몇 대 걷어찼을 것이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했을 수도 있다. 가끔 나는 그런 자각몽을 꾼다. 꿈속에서 꿈을 깨어 자각하는 꿈.
보통은 꿈인 것을 자각하는 순간, 허우적대며 꿈이 끝난다. 하지만 훈련을 받았거나 타고난 사람은 그때부터 자각몽에 돌입해 꿈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꿈속의 꿈을 그린 영화 인셉션과 다소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각몽-루시드 드림을 모른다.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도 있고,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어왔고, 지금 이순간도 경험하고 있는 분야다. 꿈을 완벽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장풍을 쏘며 지진을 일이키는 등의 비일상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쩌면 초능력-특수능력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별 훈련 없이 처음부터 가능한 사람이 소수 존재하고, 보통은 노력해야 가능한 영역이라 그렇다. 꿈에서 꿈인 것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장기간 꿈일기를 써야한다. 꿈일기를 쓰며 내 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이상한 상황을 겪을 때 ‘꿈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보통은 꿈에서 꿈이라는 사실을 모르니까. 이는 일반인에게 해당되는 얘기고, 약간은 타고난 사람은 별 노력 없이 가능하다. 내츄럴 드리머Natural dreamer라고 한다. 인위적 노력 없이 루시드 드림이 가능한 사람이다.
난 보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내츄럴 드리머다. 루시드 드림이 뭔지도 알기 전부터 그걸 경험했다. 첫경험은 공포였다. 자다 일어났는데, 내려다보니 발치에서 자고 있는 내가 보였다. 그것도 꿈이었다. 꿈이지만 깨어났다고 생각한 것. ‘가위’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거의 모든 ‘유체이탈’은 사실 자각몽의 일부로 보는게 타당하다. 세상 사람들은 이 존재를 잘 모른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여지껏 사회에서 루시드 드림을 경험했다는 사람을 딱 2명 봤다. 분명 흔한 능력은 아니다.
꿈속에 갇혀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 위험하지 않는냐, 등의 질문도 있다.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위험하기로는 딱 ‘야한 생각’을 하는 정도로 위험하다. 현실을 잊게 될 만큼 중독성이 있지도 않다. 다만 막연하게 그립고 신나는 꿈의 세계일 뿐. 그러므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코인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사기라고 매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논리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낮의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낮과 지루하게 늘어지는 일상 안에서 무언가를 향한 동경이 있다. 언어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밤과 꿈의 세계다. 달착지근한 신기루 같으면서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환영 같은 그 무엇, 하지만 루시드 드림에선 꿈이 현실이 된다. 꿈을 잠시나마 통제하지만 그 마저도 환상속인 멋진 세계다. 일상이 뒤집힌 풍경이다.
아직 루시드 드림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우리들이다. 꿈속에서 현실을 느껴보고, 현실에서 꿈을 느껴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될 테다. 꿈에서 깨어 꿈을 조종하는 것, 황홀하고 멋진 일이다. 경험자가 있는지. 있다면 소통하고 싶다. 자각몽이 아니어도 좋다. 모든 꿈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