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는 선생 중에 글 쓰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근데 이 친구가 하루는 무슨 문학상인가 신춘문옌가 용케 한 번 당선되더니만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갖곤 강사 때려치고 전업 작가로 나서겠대는 거야. 다시 생각해 봐라, 백 프로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한다, 말렸지. 그래도 글 쓰겠대. 곧 죽어도 쓰겠대. 그러더니 웬걸, 그 뒤로 책을 두 권이나 냈나? 그걸로 끝이야, 끝! 그 뒤로 죽었나 살았나도 몰랐는데, 신문에 떡하니 나왔네. ‘생활고 겪던 소설가 빈집털이범 전락한 사연'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기다 보면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지 키보드가 내 손가락을 부리는 건지 분간이 안가는 순간이 찾아와. 그럴 때 기분이 붕어빵 찍는 기계가 된 기분, 딱 그거야. 복선? 퇴고? 개나 주라고 해. 난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이걸로 이달 방세 해결하고, 이건 전기세, 이건 핸드폰 인터넷 요금, 개 사료 값...... 이딴 생각밖에 없어. 텍스트를 오로지 재화가치로만 환산하며 글을 쓰는 거지. 까놓고 말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싸는 거야. 싸지르는 거. 작가가 아니라 노동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소설가가 영화 시나리오 각색 의뢰를 받는다. 묘한 느낌의 영화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삼악도’라는 오지의 섬에서 진행할 것을 강요한다. 삼악도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 엄청난 일이 일어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데...
처음으로 책 리뷰 남긴다. <삼악도>는 <몸>과 <손톱>을 쓴 호러 전문작가 김종일의 장편 호러다. 호러에 관심이 있다면 아주 좋은 책이다. 재미와 흡입력이 엄청나다. 읽는 순간 빠져들게 된다. 다만 수위가 상당히 높다. 입이 딱 벌어지는 고문과 살해 방법이 쏟아진다. 참고 견디면 호러와 고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장르의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는다.
책 리뷰는 여기서 끝. 다른 얘길 하겠다. 사실 리뷰를 올릴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전업 작가에 대한 언급에서 자극을 받았다. 작가가 글노동자가 되는 처참한 현실, 일주일에 장편소설 한권 분량을 뽑아내야 전업작가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구절이 적혀 있어 뜨끔했다(다만 예전 얘기다) 지금도 저런 글노동자들이 있겠다 싶어 찾아봤다.
“전 웹소설은 2013년에 시작했어요. 그 전에도 10여 년간 인터넷소설을 연재해 왔는데 지금까지 쉰 적이 없어요. 결혼식 당일 오전에도, 결혼식 끝나고 그날 저녁에도, 신혼여행 가서도, 아들 백일 잔치 때도 글을 썼어요. 안 쓰면 생활비가 한 푼도 안 들어오니까요.”(한유림, 웹소설 작가)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0362520
글쓰는 기계로 살아가는 작가들, 스팀잇에 1일 1포스팅 일상 얘기로 생활 가능한 수입을 벌어가는스티미언들을 보면 살짝 억울할 것 같다. 이런 작가들이 스팀잇에 건너와 스팀잇 문법에 맞는 글을 쓴다면 훨씬 적은 노력으로 한달 4-500 수입은 너끈할 것이다. (물론 힘들 수 있겠지만, 가능성의 이야기)
웹소설이 호황이라고는 한다. 독자층이 넓어지며 저변 확대중이라고 한다. 충성도 높은 헤비유저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문피아, 조아라, 카카오 페이지, 네이버 북스 등 연재처도 많다. 수익구조가 출판에서 연재와 이북으로 바뀌어 중간 수준만 되어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는 한다. 다만, 그러려면 자기의 생활은 버린 채 하루하루 글싸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 스팀잇에서는 훨씬 작은 노력과 재능으로도 전업작가 비슷한 생활이 가능하다. 좋지 아니한가!
나는 작가가 아니다. 글쓰는 기계도 아니다. 하지만 재능도 없고 끈기도 부족한 내가 스팀잇에서는 작가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행복한 일이다. 과분한 ‘글로소득’을 얻는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자비출판을 하고, 생계를 위해 글쓰는 기계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적게나마 ‘글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스팀잇이 있어 좋다. 글쓰기 감옥에 갇혀 번민하는 이들에겐 스팀잇이 천국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