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가 환생했다. 한국인으로 환생하여 문단에 장편을 발표했다. 대충 가장 유명한 <죄와 벌>을 완성했다고 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까놓고 말하겠다. 평가는커녕 아예 읽히지도 않을 거다. 아무 주목도 받지 못하고 철저히 묻힐 것이다. 구성이 번잡하다며 출판 단계에서 걸러질 것이고, 문학상에 제출한다면 소수의 평론가들에게 ‘허세에 찬 악다구니’ 같은 평가만 받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사실 완성도와 별개로 꽤 지루하다. 대문호로 추앙받지 않은 동시대의 작가였다면, 바쁜 현대인들이 그의 작품을 읽을 리 없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억울해진 도씨는 스팀잇에 건너왔다. 이곳에 대걸작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2백회에 걸쳐 연재했다. 어떤 보상을 받을까? 반응은 있을까? 보상도 반응도 미미할 것이다. 글마다 3달러의 보상과 2개의 댓글을 예상한다. kr-writing 태그를 쓰면 몇몇 뜻 있는 분들이 보팅은 해줄 테지만, 글은 읽지 않을 테다. 길고 지루하니까. 글을 읽지 않고 ‘잘보고 갑니다’라고 댓글을 달아줄꺼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A는 한국에서 만든거에요’ 라는 요지의 글을 썼더니 이런 댓글이 나왔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A는 사실 한국꺼랍니다’ 라고 내게 직접 알려주고 있었다. 내용은 훑어보지도 않고 제목만으로 댓글을 쓴 것이었다. 이런 경우가 꽤 흔하다.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유를 잘 알고 있고, 나도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글을 읽지 않고 댓글을 단다.
우리가 서로의 글을 정독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긴 글은 더더욱 그렇다. 스크롤을 쑥 내려서 몇몇 부분만 보고 읽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논지 파악도 못했을 테다. 그렇게 쓸만한 글을 많이도 놓쳤을테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다. 핑계를 대자면,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주변에 정보가 많다 못해 넘쳐흐른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긴 글을 정독하고 댓글까지 쓰는 건 고문에 가깝다. 그래서 우린 넷상에서 장문의 글을 읽지 않고 짧은 컨텐츠를 소비하는 쪽으로 생활한다.
스팀잇은 sns도 블로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혼란이 생기는 경우다. 고급 정보를 접하는 블로그의 성격도 있지만, 가볍게 안부를 주고 받는 sns의 성격도 있다. 이 두 개가 혼합되어 ‘적절한’ 글을 써야 하는 플랫폼이다. 적당히 쉽게, 적당히 짧게. 그래야 통한다. 스팀잇에선 길고 장황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이 먹히지 않을 꺼다.
쉽게 써야 한다. 고급 투자 정보가 아니라면, 쓸데없이 긴 글을 피해야 한다. 행간에 의도를 숨기거나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문장도 적절하지 않다. 우리 모두 수많은 팔로워들 틈에서 소수의 글만 선별해 그냥 읽은 척을 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도록 하자. 스팀잇 구조상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쉽고 짧은 글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스팀잇에선 맞다. 내 생각이 아무리 멋져도 내 고찰을 진지하게 음미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천하의 도스토예프스키가 스팀잇에 온다고 글마다 300달러의 보상을 받진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아무리 대문호에 본좌라해도 글쓰기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스팀잇에서 살아남진 못할 것이다. 스팀잇에 맞는 글을 써야할 것이다. 그것은 짧고 간결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