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서울대’ 장르는 ‘찌질’이다. 찌질 장르로 내게 맞는 옷을 찾은 느낌이다. 포스팅이 수월해졌다. 아무튼 서울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갈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내게 서울대에 갈 것을 강요했다. 가지 않으면 국물도 없을 것이라 했다. 당시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시점과 의도가 조금 특이했다.
누가? 교수님이
언제? 10년전에
어디서? 대학에서
왜? 과제였다
말 그대로 과제였다. 교양수업 과제였다. 서울대 도서관을 찾아가 학생들의 공부 모습을 지켜보고 느낀 점을 써오라고 했다. 해당 과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는 기대할 수 없었다. 투입하는 시간이나 노력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대에 가야한다니! 내가 이러려고 대학에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도 내게 서울대에 가라고 하지 않았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는 소리는 매일 같이 들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한결 같았다. 그렇지만 특정 대학을 말하진 않았다. 더 나아가 결코 콕 집어 서울대를 말하지 않았다. 주위에 서울대 출신은 단 1명도 없었다. 그리고 쉽게 이름을 올릴 학교도 아니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대학이었으니까.
아무렴 어떤가. 일요일을 틈타 혼자 서울대에 방문했다. 서울대 투어를 했다. 인증샷도 찍었다. 사실 서울대 방문이 처음은 아니었다. 집회나 행사 때문에 두어번 갔었지만 혼자서는 처음이었다. 지금 같은 봄날이라 관악산 등산객이 많았는데도 왠지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서관은 개방돼 있지 않아(혹은 용기가 없어) 출입하지 못했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데 허탈한 느낌이었다. 우울한 기분을 참을 수 없어 친구들을 불렀다. 한잔 했다. 친구들에게 그날 내가 한일을 얘기하자 다들 어이 없어했다. 뭐 그런 과제가 있냐고. 그리고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놀았다. 그렇게 추억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과제에는 이렇게 썼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다’ 그럼 뭐가 차이란 말인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의 차이’ 라고 썼다. 그들이 가진 서울대 타이틀이 ‘타고난 집안 배경이나 두뇌의 결과’라면 우러를 필요가 없겠지만 ‘노력의 결실이라면 존경해 마땅’하다고 썼다. 교수님은 내 과제를 돌려주면서, 아주 훌륭한 글이며 감명 깊었다고 말해주셨다. 레포트엔 빨간펜으로 밑줄 치며 읽은 흔적이 있었고, 내용은 잊었지만 만년필로 쓴 코멘트까지 붙어 있었다.
근데 난 혹시 영혼을 판 것이 아닐까? 찝찝하다. 서울대가 뭐라고? 나나 우리학교가 뭐 어때서? 이런 스웩이 더 멋지지 않았을까. 비교는 무의미하다. 어쩌면 서울대 유전자가 따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어쨌거나 딱 10년 전, 서울대에 갔던 화창한 봄날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