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삽질 인생

coldbeec(55)
Published in
#kr
Words
435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JLT7CCa.jpg

coldbeec은 실패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어려서부터 노력은 싫어했고 빠른 길만 찾으려 했다. 묵묵히 자기 길만 걷는 사람은 딱 속기 좋다고 생각했다. 마늘만 먹으며 100일을 버텨 인간이 됐다는 곰이 참 딱하고 멍청해 보였다. 분명 지름길이 있을 것이었다. 아주 글러 먹은 생각인데, 꽤나 오랫동안 유지했다. 지름길을 찾는답시고 수많은 헛발질을 이어왔다. 편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며 분통을 터뜨리다가도 자기도 그런 길을 걷자고 다짐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와있더라, 같은 말은 그에게 조금도 와 닿지 않았다. 인생 한방이다, 남자는 질러야한다 같은 헛생각만 가슴에 꼭꼭 품고 살았다.

coldbeec은 세상 이치에 뭔가 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불법이나 사기는 싫었다. 단지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한 시장의 오류나 교묘한 허점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카지노의 확률을 알아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고 나중엔 월가까지 지배했다는 에드워드 소프처럼 그도 뭔가 엄청난 발견을 할 것이라 믿었다. 자뻑이 있던 그는 자기가 그런 주인공이 될 줄로 알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자기가 틀릴 리 없으니, 세상이 잘못된 것이라 믿어버렸다. 사실 coldbeec은 대단한 지력을 갖추지 못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도 넓지 않았다. 본인만 몰랐다. 머리가 나쁘면 노오력을 해야 했는데, 그걸 부정했다.

처음 주목한 것은 스포츠 토토였다. 확률과 배당에 있어 허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당을 매기는 전문가를 넘어서면 베팅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으나, 그에겐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하는 족족 돈을 잃다가 분노벳만 이어갔다. 주식도 건드려봤다. 코스닥 급등주를 하나 잡으면 10배 내지 20배는 우스운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작전’을 보며 마음을 잡았다. 그것도 실패였다. 무언가 와장창 무너져갔다.

그렇게 실패전문가의 스펙을 채워나가던 중, 암호화폐를 알게 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5배의 수익을 얻었다. 주식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저평가 된 개잡코인을 하나 잡고 있으면 1만배 수익은 쉬워보였다. 비트코인이 몇 배가 올랐던가. 오를대로 오른 비트코인은 내버려두고, 저평가된 우량 알트를 잡아 존버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coldbeec이 선택한 코인은 그냥 개잡코였다. 가치가 올라가기는커녕 곤두박질 중이다. 다 떨어졌다 생각했더니 거기서 더 밑으로 내려갔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coldbeec은 미련한 꿈을 버리지 못했다. 코인마켓캡 500위 언저리에서 주목받지 못한 잡코인을 찾고 있다. 버지나 나노처럼 되기를 바라면서. 최소 천배 내지 일만배 폭등하길 꿈꾸며 개잡코 리스트를 뒤지고 있다. 검증도 안 된 해외 트윗을 체크하면서 목록을 업뎃 중이다. 그런데 번번이 헛발질이다. 성공할 뻔 한 적도 있었다. 제때 팔지 못해 결국 상장폐지 당했다. 그래도 어딘가에 껀수가 있을 듯 싶다. 사람들이 찾지 못한 신세계가 어딘가에 펼쳐져 있을 것만 같다. 거하게 한탕하고 이 나라를 뜨고 말겠다 수없이 다짐한다.

coldbeec은 아직도 한방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점점 가난해지며 시름시름 말라가는 느낌이다. 애초에 초점을 잘못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빠른 토끼를 이긴 것은 거북이의 느린 걸음이었다. 작지만 한걸음씩 내닫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coldbeec은 작지만 위대한 걸음걸이를 시작하려 한다. 에어드롭으로 거저 주는 코인을 낼름낼름 받아먹다보면 티끌이 쌓여 태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하면서. 천성이 게으르면서 불필요하게 긍정적인 coldbeec은 이 글을 맺으며 싱글벙글 중이다.

(이 글은 극히 일부의 사실만 섞은 픽션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