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 머신> 마이클 케이시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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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머리가 흔들렸다.역시, 헷갈렸다는 말이다. 올해 여름 블록체인 업계의 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마이클 케이시(Michael J. Casey)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제목을 묻기에 ‘트루스 머신’이라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트러스트 머신’이 아니냐 반문했다. 블록체인을 신뢰 기계라고 부른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내가 잘못 보았나 의심이 들어 다시 확인했다. 책 제목은 엄연히 <<트루스 머신>>(미래의 창)이었다.

충분히 착각할 만했다. 마이클 케이시도 “’트러스트 머신’이라는 제목은 유력한 대안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트루스 머신’이라는 제목이 비평가들의 공격을 받는다고도 했다. ‘트루스’를 공유된 진실이 아닌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트루스는 유발 하라리의 진리 개념으로부터 차용했다. 인류는 공통의 진리를 바탕으로 문명을 구축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 진실에 도달할 것인가이다. 그것은 논쟁하고 토론하는 합의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인류가 진실에 대해 합의를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기계다.”

<<트루스 머신>>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를 통해 사회 구조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비트코인의 블록사이즈를 둘러싼 내부 전쟁이 나오고, 라이트닝 등 각종 확장성 기술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보안기술과 자기주권 신원증명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잘 이해가 안된다고 좌절하지 말라”며 독자를 다독인다. 이 책은 비트코인의 역사를 쓴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의 연장이자 완결판이다.상편에서 이미 밝혔지만,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케이시를 10월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한식당에서 만났다. 서면 인터뷰 질문과 답변이 이미 이메일로 오간 상태였다. 블록체인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적인 글쓰기 버릇 같은 것도 물었다. 그와의 저녁식사 대화는 서면질의의 한계를 보완해 주었다.

마이클 케이시는 상에 놓인 불고기를 능숙한 젓가락질로 집었다. 함께 자리했던 한국판 번역자 유현재 김지연씨 부부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한국 음식을 즐기는 편인데, 그 중 여러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이 최고라고 했다. 그래서 가끔 뉴욕의 코리아타운을 찾는다고 했다. 상편에 이어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문명의 바탕엔 장부와 기록이 있었다

블록체인의 원리에 관해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미국 사람들은 어떤가.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설명해 주나.

“그건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이해한다고 블록체인이 더 명쾌하고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니까. 나는 다수의 증인이 모인 커뮤니티가 모든 기록을 실시간으로 검증, 확인하며 공유하는 탈중앙화 기록 관리 체계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체계에서는 기록을 함부로 바꾸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화를 만들려면 당신은 기록을 검증했던 증인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어쩌면 이들을 하나하나 매수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쉽지 않을뿐더러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록 관리 체계가 왜 유용하고, 어떤 효과가 나길래 중요한 것인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애초에 기록과 장부가 근본적으로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인류의 문명이 태어난 바탕에 장부와 기록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상태에 동의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상대방을 (거래할 수 있을 만큼만) 신뢰하며 무엇을 교환하기로 합의하려면 양쪽이 모두 믿을 수 있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장부에 출납 기록을 관리하는 주체가 중앙화된 금융기관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금융기관의 이익이 우리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앙 기관을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신뢰 비용이라고 부르는데, 중앙 기관이 기록을 관장하는 사회는 많은 신뢰 비용을 치러야 한다. 블록체인은 궁극적으로 신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두 권의 책을 쓰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가장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낀 분야는 무엇이었나.

“해시와 해시 트리(merkle trees), 공개키 암호화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그런 종류의 수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무척 어렵다.”

지난 2017년 말과 2018년 초에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달으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켜본 소감을 말해달라.

“사실 암호화폐 세계에는 제대로 된 효율적인 시장이 없다. 거래소마다 사업을 하는 나라의 법정화폐와 암호화폐가 연동돼 있다 보니 거래소끼리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데도 여전히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이는 지난해 말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같은 시장 왜곡을 만들어낸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 자체가 세계적으로 보면 전혀 크지 않다. 이는 곧 한 나라가 갑자기 ‘암호화폐 열풍’에 휩싸이면 국지적인 가격이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 인터넷 vs 인트라넷, 누가 이겼는지 상기해보라

한국의 관료들 중엔 비트코인을 사기거래나 도박으로 치부하려는 이들이 많다. 블록체인은 미래가치가 있는 좋은 것, 비트코인은 나쁜 것이라는 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중앙 권력이 검열하기 어려운 개방형 기록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혁신의 토양을 구축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관료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인터넷과 인트라넷의 대결에서 누가 이겼는지’ 상기하면 설득이 쉬워질 수 있다. 폐쇄적이고 사적인 허가형 블록체인은 인터넷보다는 인트라넷에 가깝다. 폐쇄적인 집단에는 쓸모가 있겠지만, 허가형 블록체인은 폐쇄적인 집단 간의 거래를 주관할 수 없다. 반대로 인터넷에 더 가까운 개방적인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기록을 공유하고 핵심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사용하는 전 세계의 표준이 된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우리가 쓰는 검증된 시스템 가운데 가장 개방적인 시스템이다. 사기를 비롯한 범죄의 위험을 걱정하기에 앞서 인터넷이 구현하려 했던 잠재적인 가치와 마찬가지로 이 기술이 가진 가치를 먼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또한, 범죄자들이 왜 이 시스템을 사용할지 역으로 생각해보라.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방증 아닐까?”

그는 두 책을 통해 일관되게 ‘허가형(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한계를 강조했다.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의 후기에서는 이렇게 썼다. “암호화폐 커뮤티니의 많은 사람들은 ‘코인 없는 블록체인’이라는 제안을 무식하고 순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렸지만, 그의 생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한국 종이신문의 논조는 비트코인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위기를 알고 싶다. 현재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인은 이제 내가 그곳에 있을 때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더 잘 알 만큼 꾸준히 공부하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 그렇더라도 다른 여러 신문과 마찬가지로 <월스트리트저널>의 비트코인 관련 보도도 여전히 피상적이고 겉핥기식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제대로 설명하려면 수학적 증명이나 많은 사실을 부연해야 하는 복잡한 내용을 지면의 한계로 분량이 정해진 칼럼난에 압축적으로 설명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신문을 읽는 독자마다 배경지식이나 이해도의 차이도 천차만별일 테니 더욱더 그렇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이해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 누구나 부연 설명 없이도 핵심 개념들을 이해하기 전까지 언론은 지면의 제약이라는 장애물에 맞서 계속 씨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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