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일기] 돈에 대한 경제학자와 공학자의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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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깊은 ‘고수’를 찾아다녔습니다. 

한 마디씩 아는 척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진짜 고수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조언을 구하러 찾아갔다가 “블록체인 매체? 그런 거 하지 마”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숨어있던 진짜 고수를 만났습니다. 공대 출신 경제학자! 상상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스펙의 소유자가 실존하고 있었습니다. 동국대 경제학과 전주용 교수님입니다. 전 교수님은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을 거쳤습니다. 일찍부터 비트코인을 깊이 들여다본 국내에 몇 안 되는 경제학자입니다.

전 교수님을 코인데스크코리아의 필자로 모신 것은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전 교수님의 첫 기고를 소개합니다.

                                                                      

“Almost any time you see someone from a university praising Bitcoin, that person is from the computer science department. And if you see someone from a university criticizing Bitcoin, that person is likely from the economics department.” (“Why don’t economists like Bitcoin?” Adrianne Jeffries, The Verge, Dec. 31, 2013)
당신이 대학에서 비트코인을 찬양하는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은 백발백중 컴퓨터 공학과일 것이다.  또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사람은 경제학과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을 왜 싫어할까?> 13년 12월 31일, 아드리엔느 제프리스, 더 버지)

역사는 반복될까? 이번에는 다를까? 비트코인의 등장 초기부터 “가상통화가 화폐로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경제학자의 입장은 대개는 부정적인 반면 컴퓨터 공학자들은 대개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경제학자와 공학자가 화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폐는 가치측정 및 저장, 그리고 지급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매개체로 정의되지만, 다수 경제학자들이 바라보는 현대의 화폐는 위에서 언급한 역할을 수행하는 법화(legal tender)인 중앙은행 발행 본원통화(monetary base)는 물론, 이를 이용하여 은행이 수신 및 대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용(파생통화)까지 포괄한다. 현 통화신용 체계는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간의 긴밀한 연관성에 기반하여 구축되었기에 규제 받지 않은 신용창출은 합법적이 될 수 없다. 

또한, 비트코인을 비롯해 신용창출 기능이 없는 현재의 가상통화를 기능적 측면에만 근거하여 (현대적 의미의) 화폐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반면, 공학자들은 화폐의 기능적 특성에 보다 집중한다. 만일, 기술적으로 앞서 언급한 가치 저장 및 지급 수단으로서의 기능 수행에 있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화보다 더욱 우월한 점을 보인다면 법화를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통용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복수의 가상통화가 경쟁적으로 유통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용되는 주요 모형(Cash In Advance 등)에서도 화폐의 기능적 효용이라는 관점을 수용한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성장 배경에는 컴퓨터 공학자들 특유의 반권위적, 자유주의(libertarian) 성향과 더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및 전개과정에서 위기를 자초한 은행과 대형 금융기업들은 고통 없이 위기를 빠져나간 반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부당한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확산되고 ,기존 금융제도에 대한 불신이 증가했다는 지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최초로 작성한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는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화폐의 역사를 살펴보면 화폐 발행 자격과 금융기관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상통화로 인하여 촉발된 새로운 것은 아니며, 과거에도 수차례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복수의 법정 통화가 인정된 적도 있고, 통화 발행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은행은 등장 초기부터 자산가들이 보통 사람들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뺏기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으며,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에서조차 논란 끝에 은행 설립 자체가 금지된 시기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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