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년의 반은 반백수이고 나머지 반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냅니다.
지금은 마침 반백수인 시기죠.
오늘 아침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파서 간 건 아니고 가족이 가야 할 일이 있어서
보호자로 다녀왔지요.
특별히 어디가 아파서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보호자라 해도 그냥 말이 보호자일 뿐이고
그저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참견도 하고
가방이나 짐 같은 거 들어주고 뭐 그런 정도의 일을 하는 겁니다.
오늘은 가족 중 한 명은 세브란스, 한 명은 치과,
이렇게 병원 갈 일이 나뉘어져있다 보니
전 치과를 가시는 엄마를 따라가기로 했죠.
저희 엄마는 절대로 병원을 혼자서는 가시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꼭 따라가야 합니다.
사실 병원뿐만 아니라 어디든 혼자서는 안 가시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제가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야행성 인간이기는 하지만
잠을 못 자도 언제든 바로 잘 수 있는 것과
못 잔 채로 돌아다니는 건 굉장한 차이가 있지요.
그래서 원래는 세브란스에 갔다가 치과로 가기로 했는데
계획을 수정해서 서로 찢어지기로 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정말 피곤하지요.
우선 피부도 말이 아니게 돼서 뭔가 볼이 울긋불긋한 것도 같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이 되고
못 잔 채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나중에는 목소리도 잠기게 됩니다.
상태가 이렇다 보니 서로 찢어지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 거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올 때는 또 만나서 같이 왔으니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가 있을까 싶었죠.
마트에 갔을 때 시간절약을 위해서
넌 저쪽, 난 이쪽 나뉘어져서
마치 작전수행하듯 초스피드로 장을 볼 때도 있는데
이런 때에도 뭔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죠.
오늘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일단 집에 와서 잠을 잤습니다.
짧지만 정말 달콤한 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시간을 아끼는 습관을 생활화해야겠습니다.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는
반백수의 모처럼 분주했던 오전 일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