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가락 통증 때문에 동네 정형외과를 갔었습니다.
하는 일이 허구헌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만 딸깍거리고 키보드만 두드리는 거다 보니
언젠가부터 손가락이 아파오더니
특히 밤만 되면 뭐라 말할 수 없이 손가락이 불편해졌습니다.
자려고 누워서는 수시로 물갈퀴처럼 손가락을 쫙 힘주어 펼치기도 하고
손가락을 반대편으로 꺾기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갔지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도 예전에 평소보다 훨씬 오랫동안 마우스로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일단은 원인 제공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둘째손가락만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양손가락이 다 불편해졌죠.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를 일단 갔는데
대형병원 의사들도 요즘엔 많이 친절해졌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 의사분은 그 친절한 정도가 지나쳐서 적응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처음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남자의사였음에도 당황스러운 미스코리아 웃음으로 맞이해 주더니
진료하는 동안에는 또 너무 과도하게 제 아픔을 공감해 주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표정의 변화가 어찌나 변화무쌍하던지요.
의사도 참 쉽지가 않구나..요즘에는 서비스직업이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잠깐 일하던 곳에서 만났던 동료 중 한명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말을 할 때마다
별 얘기가 아닌데도 너무 심하게 웃으면서 얘기를 해서
대응하기가 좀 힘들었죠.
처음에는 같이 웃어줬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계속 웃기지도 않은 걸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웃는 사람과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한다는 것도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듯해서
늘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땐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 친구와 비슷한 느낌을 준 의사는
우선 주사를 권했는데
주사라면 질색인 제가 싫다고 했더니
그럼 맞지 말자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주사를 맞고 안 맞는 게 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데
일단 주사를 안 맞게 된 게 좋기는 했지만
뭔가 좀 미심쩍은 마음도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그냥 파라핀치료라도 받고 가라고 해서
파라핀치료라는 걸 받았는데
이게 어찌나 뜨거운지
가뜩이나 참을성이 없는 저는 너무 괴로웠습니다.
며칠치 약을 지어주고 다시 오라고 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통증은 원인이 너무 다양하고 뚜렷한 해결책도 없어서
최대한 손가락을 쓰지 말라는데
애당초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결론적으로 뭐 특별히 이상이 없다는 거니
가봤자 또 뜨거운 파라핀치료나 할 게 뻔해서 말입니다.
다른 병원에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손가락의 불편함이 좀처럼 가시지를 않네요.
아마도 고질병이 된 것 같습니다.
현대의학은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