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늘 바나나가 있습니다.
떨어지면 새로 사오고 또 떨어지면 새로 사오고..
문득 바나나를 보고 오늘은 바나나에 대해 좀 심도 있게 분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나나 넌 누구냐?
바나나를 까서 먹을 때 여러분은 어느 쪽을 까시나요?
전 평생을 윗부분부터 까왔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윗부분이란 꼭지를 말하는 거에요.
여러 개가 같이 붙어있는 꼭지요.
그런데 어느날..저희 아빠가(아버지라 해야겠지만 평소에 늘 아빠라 부르기 때문에 아빠라 하겠습니다)
밑의 뭉툭한 부분부터 까고 계신 걸 봤습니다.
너무 놀라서 '바나나를 왜 그렇게 까?'(전 아빠에게 존대를 쓰지 않아요.ㅠㅠ) 여쭤보니
'그럼 당연히 여기를 까지. 어디를 까냐?'하시는 거에요.
문화적인 충격(?)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놀랐습니다.
아빠와 저는 한참을 서로가 옳다 주장을 했는데
보통 여러분은 어디부터 까시나요?
정말 궁금합니다.
바나나를 먹으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합니다.
예전에 아침에 다른 건 아무 것도 먹지 말고 바나나만 먹으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야심차게 아침에 바나나만 먹자 다짐했는데
결정적으로 전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결국 실패..
아침부터 바나나만 먹는다는 건 너무 고역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제가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미처 몰랐는데..
이때부터 전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나나가 있어도 아예 손을 안 대요.
오래 전에는 바나나가 꽤 비쌌었죠.
그 땐 참 바나나가 맛있었던 거 같은데
지천에 널리고 나니 바나나가 왜 이렇게 맛이 없어졌는지...
물질의 희소성에 반비례하는 욕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바나나가 원래는 이것보다 더 작은 거였다는 건 모두들 아시죠?
바나나 전염병 때문에 새롭게 개발한 품종이라는 거 말이에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먹는 곡물이나 야채, 과일 들은
대체로 돌연변이 품종들이 많다고 하는군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가르시아의 '백년의 고독'에도 바나나 이야기가 나오죠.
콜롬비아에서 일어났던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의 학살 사건이 은유적으로 나오는데
끔찍한 학살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의 묘사가 참 기가 막힙니다.
또 학살사건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잊혀지게 되는지도 소름 끼치구요.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바나나가 손쉽게 먹는 과일이 될 수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게...
바나나도 나름대로 슬픈 역사가 있는 과일입니다.
♬♪바나나는 길어~길으면 기차~기차는 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