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은행에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카드를 너무 사용하지 않아서 지정기한까지 현금을 인출하지 않으면 사용한도액이 내려간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현금인출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카드라 한도액이 내려간다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내려간다는 건 왠지 꺼림칙해서 억지로라도 인출을 한번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래서 볼 일 보러 나가면서 일부러 차를 돌려 은행을 갔다.
미뤄두었던 일을 한다 생각하니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현금인출기 앞에서 돈을 찾으려는데 카드가 없었다.
지갑 안을 보고 또 봐도 카드가 없는 것이다.
카드를 두고 온 것이었다.
항상 지갑에 있던 카드였는데 하필이면 며칠 전 이 카드로 뭔가를 샀었나 보다.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집에 와서 보니 다른 옷 주머니에서 카드가 나왔다.
카드를 쓰면 바로 지갑에 다시 넣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주머니에 넣었었나 보다.
결국 나중에 다시 걸어가서 카드로 인출을 했지만 한번에 할 일을 두번에 하게 된 것이 좀 짜증스러웠다.
난 뭔가를 꼼꼼이 챙기는 것을 잘 못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정말 기가 막힌 바보짓을 한번 한 적이 있다.
누가 중요한 서류를 두고 갔다고 가져다 달라고 하는데 몸만 간 거다.
버스를 타고 나름 힘겹게 갔는데 서류를 달라고 하는 순간에야 앗! 빈 손으로 왔다는 걸 알았다.
도대체 그때까지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빈손으로 거기까지 갔을까.
허무했다.
서로 마주 보면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나 왜 왔지? 너 왜 왔니?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멍청한 짓 때문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여행을 가서도 아침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가면 언젠가 어디선가 선글라스는 온데간데 없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외국에 두고온 선글라스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
이쯤 되니 뭔가를 들고 다닌다는 게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요즘에는 별로 잃어버리는 것이 없다.
웬만해서는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난 빈 손으로 다니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다.
우리 가족은 나를 무소유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