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덤으로 생긴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어제 일본에 살고 계신 큰아버지가 사촌과 함께 그것도 사촌의 남편까지 동반해서 갑자기 오시겠다고 해서 대청소를 했습니다.
이번 주말은 꼼짝없이 큰아버지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친척도 자꾸 봐야 정이 드는 법인데
사촌과는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데다
워낙 몇년에 한번 볼까말까 하다 보니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라
좀 불편한 주말이 되겠구나 싶었죠.
어쩐지 며칠 전부터 핸드폰으로 계속 국제전화가 오길래
무슨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아예 수신거부를 했는데
그게 큰아버지셨나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녁 때가 되니 큰아버지가 집으로 안 오신다는 겁니다.
어찌 이런...
원래 한국에 오시면 거의 저희 집으로 오셨는데
아무래도 사위까지 함께 있으니 저희가 불편할까봐 배려를 하신 거겠죠.
그렇다 해도 청소에 들인 내 열정과 시간은 어디서 보상을 받나 하는 생각에
순간 잠시 멘붕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허탈감에 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어차피 대청소야 지난주부터 하려고 했던 일이고
깨끗해지면 두루두루 좋은 일이니 뭐 잘 된거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갑자기 한가하고 자유로워진 느낌.
원래는 제 시간이었던 건데도 뭔가 시간이 덤으로 주어진 듯한 착각이 들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때때로 이럴 때가 있지요.
갑자기 예정된 강의가 공강이 된다든지
중고등학교때 갑자기 단축수업을 한다든지 할 때요.
이럴 때면 왠지 시간을 공짜로 얻은 것 같아서
갑자기 생겨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습니다.
결국은 뭐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긴 하지만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까다로운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일 자체가 취소되어 버리면
손해를 보더라도 기분은 오히려 후련해지고 좋아지잖아요.
불편한 약속이 취소될 때도 마찬가지구요.
오늘도 큰아버지가 갑자기 오실 수도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아빠만 밖으로 나가셔서 만나고 돌아오셨습니다.
결국 전 오늘 하루도 번 셈이 된 거죠.
덤으로 생긴 시간.
자유로운 시간이 유달리 좋았던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