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영강습을 열심히 다닌 적이 있다.
수영을 못 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존수영같은 건 익혀둬야 할 거 같아 수영을 배우기로 했었다.
물론 처음은 쉽지 않았다.
물에 얼굴을 집어넣고 호흡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배운 결과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모든 단계를 마스터했다.
다이빙 비슷한 것도 배웠고 잠영까지 배웠다.
그러다 수영장 레일을 왕복할 때 선수들처럼 몸을 구부려 한바퀴 돌고 발로 벽을 차면서 턴하는 과정에서 멈추게 됐다.
정확히 얼마간 배웠는지는 따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꽤 오래 다녔고
비록 수영선수처럼 빠르게 속도를 내지는 못했어도 나름대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난 운동신경이 굉장히 안 좋은 편이다.
학교 다닐 때에도 체육시간을 상당히 싫어했었고 실제로 체육점수는 항상 좋지 못했다.
그래서 늘 운동에 대해 거부감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는데
수영을 배우고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는 그래도 물에 빠지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수영강습을 그만둔 초기만 해도 이따금씩 수영장에 가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언젠가부터 수영장은 자연스럽게 가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늘 난 수영을 곧잘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외국에 놀러갔을 때였다.
원래 여행을 가서 수영장이 있더라도 막상 돌아다니느라 수영을 할 일은 딱히 없다.
그런데 그날따라 갑자기 수영을 해볼까 마음을 먹었던 거 같다.
수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터였으니까.
그런데 난 그 날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수영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게 아니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배웠는데, 접영까지 마스터했단 말야.
마음 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오가는데 몸놀림은 따라가주질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 배영은 가능해서 결국 배영만 하다 나왔다.
무언가를 잘 한다고 자신의 능력을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못하게 될 때의 좌절감이란.
비교의 대상이 지나칠지는 모르겠으나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피아노를 잘 치던 사람이 갑자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쩌다 보니 그 후로도 아직 수영장은 가보지 않아서 나의 수영실력이 정녕 어떻게 된 건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수영, 자전거, 운전같은 건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들어왔다.
자전거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못 타게 해 배울 기회를 놓쳤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 누군가 내가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에 너무 놀라는 바람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타본 적이 한번도 없으니 과연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파트 앞에서 열심히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 마트까지 한번 비틀거리면서 갔다온 게 자전거를 타고 한 외출의 전부라 이건 더욱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운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하고 있으니 예외다.
어쩌다 내가 수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데 본인이 못한다는데 그럴 리가 없다니 참 답답하다.
그동안 내가 수영장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 열정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생각이 난 김에 조만간 수영장에 한번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이러다 물에 빠져도 살아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