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오늘은 비가 왔죠.
비 오는 날은 참 걸어다니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할 일이 생겨
우산을 들고 나갔었습니다.
우산은 어찌 보면 좀 미스테릭한 존재입니다.
제가 직접 산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된 게 항상 집에는 우산이 있어요.
비 오는 날 집에 누가 오기라도 하면
돌아갈 때는 으레 저희 우산을 가져가기도 하는데
우산은 어디서 샘 솟기라도 하는 걸까요?
아무튼 항상 집에 우산이, 그것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
물론 못 쓰는 우산들도 있지요.
접히는 게 시원찮다거나 한쪽 살이 심하게 꺾여서 도저히 들고 다니기에 민망할 만한 것들도 있으니까요.
이런 우산들은 바로바로 버려야 하는데
집어들었다가 못 쓰는 거네? 하면서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못 쓰는 우산은 사라지고 또 새로운 우산이 그 자리를 채워줍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듯이 말이죠.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건 참 귀찮죠.
게다가 누구랑 같이 있을 때 우산이 하나밖에 없으면 이게 참 은근히 피곤한 일입니다.
편한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불편한 사람과 같이 우산을 쓰게 되면
물리적으로 더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내 공간은 여지없이 깨지게 되고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등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되곤 하니까요.
가끔 보면 둘이서 우산 하나를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우산을 든 사람이 혼자서 우산을 거의 독차지하고 가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옆의 사람은 그냥 말 그대로 온 비 다 맞으면서 우산 속으로 머리만 살짝 들이민 것 같은 모습요.
이런 걸 보면 전 속으로 혀를 찹니다.
이기적인 사람 같으니라구...하면서 말이죠.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교과서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짝꿍과 같이 책을 봐야 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걸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저같은 경우는 한가운데에 책을 놓고 짝꿍과 같이 봤습니다.
전 기본적인 배려는 하고 사는 사람이니까요.ㅋ
근데 그 때도 가끔 보면 말은 같이 보자고 하면서도
자기 혼자 자기 책상에 책을 놓고 보는 애들이 꼭 있었죠.
말하자면 우산을 혼자 쓰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인 거죠.
우산을 같이 쓸 때 일행을 향한 우산의 기울기는 사랑과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비를 맞지 않게끔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우산을 더 기울일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집에서 빗소리를 듣거나
까페에서 차 한잔 하면서 비 맞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오늘은 빗소리를 들을 만큼의 비가 오지는 않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