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체육문화센터 굉장히 잘 지었더군요)
내 연중 행사들 중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도 청소년 문화예술제의 일정이 시작됐다.자주 들르던 녹음실 사장님께서 꺼내신 심사위원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말에, 애가 애를 어떻게 심사하냐며 줄곧 고사하다 계속된 권유를 마지 못해 수락한 때가 2007년이다.그러던 것이 감사하게도 매년 부름을 받아 어느덧 내게는 12번째 되는 해를 맞이했다.
고백하건대 경력 한 줄이 아쉽던 20대 시절, 나 자신의 영달을 위한 발판 중 하나라는 경솔하고 치기어린 마음만으로 발을 내딛은게 사실이다.다행히도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대회 주관단체인 한국청소년재단 관계자 분들에게서 엿본 청소년들을 향한 깊고 무한한 애정,아이들의 마냥 순수하기 그지없는 시선과 음악에 대한 진중함은, 내게도 일찌기 어느 일에서든 느껴보지 못한 책임감 내지 사명감 같은 감정을 싹트게 했다.세속의 잣대에 닳고 닳아 삐걱거리는 내 감성에 가해주는 주기적인 기름칠은 덤이다.
(내부도 기대이상으로 잘 해놨습니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 크게 낙담하는 참가자들과 지도교사 및 학부형들, 그리고 그들을 뒤로 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하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뼈 아픈 애로가 있겠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 부문은 꽤나 흥미로운 경연이다.
5월달부터 수개월 간 오늘의 남양주 시를 비롯, 넓디넓은 경기도 각 지역의 예선을 거쳐, 최종 선발된 지역 우승자들이 한데모여 결승전을 연다.이를 도 대회라고 일컫는다.지역 최강자들이 경합하는 무대임에도 도 대회는 참가팀 간은 물론, 지역 별로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나,전통의 강호를 패대기치고 올라선 언더독의 파란이 연출되는 경우도 더러 있어 가끔 뭉클함을 느끼기도 한다.
단언컨데 예체능은 무엇보다도 환경과 재능이 중요하다.이것이야 말로 공평할 수 없다.출발선은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된다.아이들도 표현 못하지만 다 안다.그럼에도 아이들은 도전한다.그래서 패배주의와 염세에 찌든 요즘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럽다.
일련의 과정 한복판에 서 있는 그들에겐 지금 당장의 아쉬움이나 환희같은 말초적인 부분이 크게 와 닿겠지만,세월이 지나면 경험에 통찰이 더해질 것이다.나는 믿는다.이는 앞으로의 예술과 인생 전반에 있어 튼실한 버팀목이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으로 작용할 귀중한 자산임을...그저 밴드부를 문제아의 욕구 해소처 정도 필요악으로 인식하던 학창시절을 보낸 내게는 무엇보다도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나 많이 변했다.그러니까 좋은 세상이다.
이래도 저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모두가 절망을 노래할 때 우리만큼은 가끔 희망을 노래하자.
(고단해진 귀를 달래고자 영파여고 앞 셀프하우스 마늘떡볶이로 기력 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