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든 여성이든 외모를 가꾸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자신이 외모로 판단되는 것에 근본적인 혐오감을 가진다. 누구나 자신이 육체가 아닌 정신으로 판단되기를 원한다. 육체보다는 정신이 자신의 본질이라고 여기는 걸까? 외모는 금방 알 수 있는 피상적 껍데기지만 정신은 오랜 기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알 수 있기에? 우연하게 그곳에 갇힌 것일 뿐인 육체, 운 좋게(운 나쁘게) 물려받은 것일 뿐인 육체에 비해 스스로의 의지로 노력하여 개척한 정신으로 평가받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름다운 육체는 한때지만 정신은 항구적이기 때문일까? 육체의 아름다움은 각도만 바꿔도 변하고 사라지지만 정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 육체는 화려하게 꾸며 눈을 속일 수 있지만 정신은 그러기 힘들기 때문일까? 육체에 비해 정신이야말로 내가 거쳐온 궤적과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까? 육체에 비해 정신이야말로 내 언행의 근원이자 결과기 때문일까? 육체는 오직 남의 눈을 끌기 위한 것이지만 정신은 그 자체로 자족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육체는 더 젊고 아름다운 육체에 의해 대체될 운명이지만 정신은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지니기 때문일까? 육체는 명백하게 드러나지만 정신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일까? 육체는 바꿀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정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일까? 익숙한 사고방식이지만 어느 것이든 허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이 의심 없이 만연하다는 것,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 언제나 강력하게 요구되어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남에게서 보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