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합쳐서 6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기 전, 잠깐 술자리에 들러 술을 마셨다. 왁자지껄 웃다가 흐뭇하게 집에 왔다. 알딸딸한 상태로 얼굴을 씻고 말간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어둠도 낯을 씻어 까맣게 맑았다.
'참 힘들다.' 글로 띄엄띄엄 써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응어리가 울었다. 실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불안은 곳곳에 도사렸다. 졸업해 먹고 살 수 있을까, 맡겨진 일도 잘 하고 있을까, 나 무사히 살고 있을까, 나 정말로 괜찮은 걸까. 괜히 술을 적게 마시면 잠도 안 와서 천정만 멀건히 바라봤다. 속으로 문득 오늘 뭐 했지, 되새기곤 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많은 일로 분주했는데 정작 어느 것도 새기지 못한 나날이었다. 허나 그런 예민함은 대개 기우였다. 이게 기우인 것은 내가 많은 것을 헤쳐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뭐 먹고 살까, 잘 하고 있을까, 괜찮을까, 모두 미리 하는 걱정이었다. 상정하고, 단정하고, 여유없이 종잡았던 갈피들이 눈에 서렸다. 나는 유난한 불안으로 내 자신을 혼내곤 했다.
결국 몰아치는 일 폭풍도, 힘겨운 사람 사이도 멀뚱히 바라보면 그 안에 내가 서있었다. 이겨내는 것도 나였고, 지쳐 쓰러지는 것도 나였고, 울며 안간힘 쓴 것도 나였다. 다만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릴 때 더 아득한 문제가 생겼다. 어둠 속에 쓸쓸해하며 나 자신을 되먹는 것. 그걸 잊지 않으며 언젠가 밤을 지샜다. 내가 혼자 어둡게 아파하는 걸 겪는 사람도,
그걸 아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었다.
그 진실이 간혹 뼈아프긴 했지만 더 이상 베일 뒤에 누군가 기다리길 기다리지 않는다. 다행이었다. 이제 내게 마음 하나, 몸뚱이 하나면 충분했다. 곤한 심정에 약간 술을 마신 밤, 잠시 막막했다. 허나 내가 아직 죽지 못해 살아있기에,이 적적함도 다 내 것이기에 새벽이 서럽지만은 않다. 남 탓이라 여겼던 삶을 부스러지게 안아 모두 다 내 뼈로 만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 오래도록 누워 살포시바닥으로 느껴지는 내 등을 껴안고 있었다.
20150622 #쮼
유독 내가 써놓고도 애정하는 글. 가난하고 힘들 때 가끔 다시 떠오르는 글. 남에게 더 사랑받거나 더 수려하지 않아도 내게 알맞은 자식 같은 느낌이다. 안팎으로 최대한 자신을 보존하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