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싸운다. 간밤의 긴 통화가 그랬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는 연인들을 기억한다. 딱 그 정도만 사랑했던 것이라고 일컬어지지만, 그게 내 일처럼 닥치면 쉬이 단정할 수 없다. 겨우 1인분의 규모에도 허덕이며 살아가는 내겐 굳이 힘에 부치는 이유들이 참 자주 찾아왔다. 매일 '어쩔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우리 사이에 진정 사랑이 없어서 갈라서는 게 아니다. 서롤 정말 아끼면서도 바쁜 일상에, 분주해야만 벌어먹는 처지에 묶인다. 간혹 서로에게 '적당한' 연인이기만 했다.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니라 삶의 여러 부위 중 하나여야 했다. 그래야 누구라도, 뭐라도 견딜 수 있을테니까.
평소라면 그런 서운함이 무관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와 시절을 이해한다는 건 시간이 허락한 관계니까. 하지만 맹장의 밑바닥마저 빈틈없이 괴로운 날이면 평소처럼 먼 발치에서 적당히 좋은 연인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필사적으로 미뤄왔던 갈구와 칼날은 세차게 벼려진다.
'어쩔 수 없다'는 전제를 이해하던 사이는 그새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반작용에 놓인다. 너도 힘들텐데, 나도 힘들다, 이게 뭘까, 계속 이래야 할까, 지친다, 보고 싶지만 쉬고 싶다, 그 수많은 모순이 안팎으로 부닥친 후에야 갈등은, 저문다. 통화는 몸짓과 눈짓을 전할 수 없어서 길어진다.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를 버리는 것 같다는, 마디 아픈 말을 내뱉곤 이내 원상태로 돌아왔다. 서로의 '어쩔 수 없음'을 다시금 껴안기로 합의한다. 가끔은 뜨거울 틈도 없어 서운했던 상대에게 참아왔던 낱말을 건네려다, '미안하다'는 말로 종료버튼을 누르는 데 그친다.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인내라는 걸 너를 통해 배운다. 이전에도, 방금도, 앞으로도 서로에게 100%일 수 없는 세상을 살테지만, 가끔 그 불완전함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울테지만. 그래도 한 번만 더, 그렇게 800번 넘게 너를 침범한 채로 남아보려 한다. 완전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길게 너를 물들이리라.
오늘도 서로를 기다렸다. 너로부터 묘한 관성을 느낀다.
20161214 #쮼 #관성
사실 오늘의 통화는 매우 애틋했다.
다만 항상 좋을 수 없기에 사랑이다.
나는 너라는 시간을 통해 우주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