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을 삼지만 중증 같다./@cjsdns
오랜만에 아내와 드라이브를 즐겼다.
말이 드라이브지 친정 오빠에 선심에 내가 끌려가는 꼴이다.
끌려서 갈바에는 아예 앞장을 서자.
모처럼 부탁을 하는 아내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컴을 사준다는 오빠에 부름에 같이 가자하니 가서 봐달라 하니 별 수없는 일이다.
광주까지 가서 일을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에는 가고 싶은
동창들 모임에도 못 갔다.
오늘은 내 차로 이동을 했다.
혹시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먼저 온 눈들이 응달에는 얼음판인 곳이 있을까 염려에서다.
시골길을 별안간 그런 곳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겨울 운전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 강변을 신나게 달리는데 옆자리에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티브이에서 봤는데 늙어서 행복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아침밥상을 받는거고
두 번째가 배우자가 있는가 그리고 세 번째가 뭐더라 뭐더라 하면 서 한참을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아무래도 치매 초기 증상인가 봐, 왜 이러지 한다.
그래서 내가 말을 이어간다.
아니 그걸 가지고 뭘 그래 난 누구에게 전화해야지 하고 전화기 꺼내서 번호를 찾다 보면
누구에게 전화하려 했지 하며 혼자서 당황스러워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자주 그런일이 있어서
아예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는 데 뭘 그래 하니 아내의 말이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말로
아무래도 우리 치매가 오는 거 아냐한다.
사실 나 역시도 전혀 염려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조금씩은 걱정도 되고 왜 그럴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이거 혹시 어려서 논에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농약을 치다가 중독이 되어서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약물 중독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가 말이다.
지금이야 스미치온 파라치온 하면 맹독성 농약 중에 맹독이라 함부로 취급도 못하게 하지만
옛날에는 규제라든지 보호라든지 교육 그런 거 없었다.
맨손으로 농약을 따르고 저어 가면서 농약을 뿌리고 그랬다.
물론 마스크 같은 것도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편찮으셨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틀인지 삼일인지 지금 기억으로는 사나흘 정도 농약을 뿌리고
나니 손에 수포가 무섭게 돋아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게 그때는 뭔지도 왜 그런지도 잘 몰랐고 병원도 근처에 없었고 갈 생각도 못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감퇴되는 기억력은 치매를 걱정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는 그런 거 별로 걱정을 안 한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치매다.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치매의 증상은 치매를 걱정할 정도의 기억력이 있는 깜박이는 증세는
치매가 아니고 치매의 증상은 본인이 치매를 염려하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려서 설령 치매라면
그 또한 걱정이 없으니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치매의 전형적인 현상은 가까운 시일의 기억은 잊고 반대로 과거의 오래된 기억은
잘 한다는데 나나 집사람이나 오래된 것도 잘 잊어서 생각이 잘 안나니 치매는 아니라고
스스로 확진을 한다.
이런 이유들을 근거로 당신은 치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하고 이야기하면 정말이냐면서
안도를 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
내일이 청탁받은 원고 마감일이다.
전문 지식의 글이 아닌 그냥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의 글이라 해도 당일 날 깜빡하는 경우
낭패라서 하루 전에는 미리 써 보내곤 한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끌고 다시 사무실에 불을 켰다.
그리고 컴 앞에 앉으니 일전 눈을 나무에 찔려서 안과에 갔을 때 받아온 안약이 눈에 띈다.
1번이라고 쓰여있는 안약을 들어 뚜껑을 열고 한방을 떨군다.
2번은 1번 약 넣고 5분 후에 넣으라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뒤적이다 보니 깜빡한 것이 한 시간은 지난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시간을 제대로 맞추어 안약을 넣어본 기억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낮에 하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면서 걱정이 된다.
남들도 다 그럴 거야.
어떻게 그걸 꼭지 키겠어하며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중증 같다는 생각이 엄습을 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위안을 삼지만 중증 같다.
청평에서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