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cjsdns(75)
Published in
#kr
Words
707
Reading
4 min
Listen
Play
7y

사월/cjsdns

드디어 사월이 왔다.
일어나자마자 사월을 맞이하는 만세를 불렀다.
물론 만세의 의미는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유독 아침 공기가 차다.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꽃들이 아이고 추워하며 도로 꽃 몽우리 쏙 들어가고 싶을 것 같다.
그래도 늦은 밤까지 난로를 켜 놓았던 덕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훈훈하다.
내게 사월이 이렇게 훈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등 불도 켜기 전에 난로에 다가가 스위치를 우로 돌려서 점화를 한다. 금세 따듯해진다. 도시가스 난로라 반응이 바로 온다.

물을 끓여서 한 컵을 들고 책상 앞으로 앉는다.
뭘 쓰지 사월 초하루인데 사월이 그렇게 두려웠는데 왔고 왔으니 잘 사귀어야 할판인데 올 사월은 그 어느 사월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사월의 첫날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 그렇다고 만우절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고 무척 진지하고 싶은 사월의 시작이다.

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사월과 가장 잘 어울리는 청춘이란 생각을 하고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청춘이란 작품이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하니 잘 안 보여서 이리저리 뒤지는데 청춘 예찬이란 단어가 보인다. 그렇지 청춘이 아니라 그 작품에 제목이 청춘 예찬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그토록 암송을 열심히 했던 덕에 지금도 첫 구절이 떠오른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이렇게 시작되는 청춘 예찬은 당시 국어 선생님이 외우도록 해서 국민 교육 헌장만큼이나 더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사월이 왔다.
내게 다시 맞은 사월은 청준이고 싶다. 두려움 없이, 설령 두려움이 있어도 뜻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나가는 젊음의 사월이 되고 싶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에너지를 얻고자 청춘 예찬을 찾아서 읽어 본다. 사월을 잘 보내게 해 줄 축문이고 부적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민태원 님에 청춘 예찬을 크게 읽어 보며 사월을 시작한다.

청춘예찬(靑春禮讚)

                 민태원 (우보(牛步), 閔泰瑗)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 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이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현저하게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한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微妙)한 교향악(交響樂)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 가는 열락의 소리다.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민태원 청춘예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