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cjsdns
운동 삼아 이백보쯤 걸어 공중 화장실을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낯익은듯한 사내가
저 먼치에 서서 바라본다.
다가서 보니 주름이 제법 깊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인간이
엊그제 비 오던 날
뾰루봉 산꼭대기 내린 눈처럼
머리는 허옇다.
퍼뜩 정신이 들며,
자식 놈 머리가 희어지는데
내가 무슨 맘으로 염색을 하노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였구나,
내가 저렇구나.
저렇게 늙었구나...
잘살아 보겠다고 지랄 염병하듯
일밖에 모르고 살더니
늙기 전에 설렁설렁하게도 살아 봐야 한다며
도시로 나온지도 석삼년이 다되는데
농부도 아닌 그럴듯한 양복쟁이도 아닌
엉거주춤한 모습에 지나온 삶이 그대로 배어있다.
잘살지 그랬니
아니, 지금 잘 살고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