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 8 사라진 그녀
닭갈비 6인분 시켜 놓고 지가 5인분, 내가 1인분.이게 사람이여?천사지..예
쁘게만 보고있으니까 하는짓이 다 이뻐보였다. 세계 먹기대회 챔피언쉽 벨
트를 허리에 차고 있을것 같은 그녀는 먹거리 물량확보를 결코 잊지 않았다.
"닭갈비 10인분만 싸주세용."
그녀의 주문소리가 마치 저승사자가 쏘는 총알소리처럼 고막을 울려댔다.
죽음의 식신로드는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회충약 사러 가야해..
"오빠."
"(히죽)응, 왜?"
"용인가잖아,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르는 핫도그가 있어."
사람목숨을 빼앗아가는 그런 위험한 핫도그를 왜 먹어야하는지 솔직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먹어대는걸 보면 이 여자는 임신한게 틀림없었
다. 당장에라도 망할 원피스를 속시원히 까내리고 임신테스트용 키트를 들
이밀며 오줌을 받아내고 싶었다. 팬티 속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정말 순
수하게 임신테스트를 해주고 싶어서다.그녀를 위해.태어날 아기를 위해.그
걸누가 믿니 존만아.
"무슨 생각하세염?"
"아냐 아무것도. 이제 배도 부르고 하니까 집에 가자."
아가씨인지 애밴 아줌마인지 족보는 잘 모르겠지만 살살 달래서 이제 그만
이 미친짓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난 오빠 믿는데 오빠 나 못 믿어?"
안 통한다. 내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그녀가 미리 선수를 치는게 틀림없었
다. 언제부터 그녀와 내가 굳은 신용으로 서로를 믿는 사이가 되었는진 몰
라도 그 소중한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았다. 이젠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들고 말았다.
"소화가 다 된거 같아!"
신호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조차도 개무시 해가며 사람잡는 핫도그를
향해 미친개처럼 달렸다.어디로? 용인으로.
그녀 말대로 용인의 핫도그는 정말 환장나게 맛있었다. 허름한 포장마차 어
딜 찾아봐도 특별한 비법따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할머니가 갓 튀겨
낸 따끈따끈한 핫도그에 케찹과 설탕을 솔솔 뿌리고 한입 베어먹는 순간 이
황홀함이란 마치 혀가 사라져 버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옛말에 얼굴이쁜 여자랑은 한달가고 몸매 좋은 여자랑은 일년가고 음식 잘
하는 여자랑은 평생 간다던대 다 집어치우고 이 할머니랑 같이 살아볼까.)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맛있었다.
멈출줄 모르던 그녀의 식욕도 이제 생명을 다했는지 고작 10개의 핫도그만
먹어치우고 겨우 30개의 핫도그만 차에 싣고 서울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
람마다 우리가 탄 차를 이상한 눈으로 한번씩 쳐다보곤 했다. 그도 그럴것
이 뒷트렁크는 망할놈의 떡뽁이와 염병헐 호두과자와 지랄같은 닭갈비 3종
세트로 터지기 직전까지 꽉 차서 반쯤 열려있는 상태였고 뒷 좌석은 물론
조수석까지 찐빵과 핫도그가 겹겹이 쌓여 있었으니 생애 보기드문 진풍경
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쪽팔려.쪽팔린건 아니?
진짜 보기드문 광경은 서 있는 차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배가 불러서 기
분이 좋아진 듯 그녀는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연달아 키스를 퍼부었다.
가글도 안 하고. 떡볶이 냄새에 찐빵냄새에 핫도그까지 온갖 냄새가 났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입을 쳐박고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키스는 달콤했다.
더럽다고? 사랑이란 냄새 따위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런것이다.
최선을 다해 혀를 놀리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넘어 감동 받았다. 물론
먹을거 실컷 사준 것에 대해 보답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게
전부는 아닌듯 싶었다.그렇다고 지 배때기 부르면 아무 이유없이 그냥 기분
좋아지는 배불뚝이 기분파인것만도 아닌것같고. 이도저도 아니면 대체..
내가 너무 섹시해서겠지 뭐. 이놈의 인기는. 지랄염병허네.
"쪽..쪽쪽..낼름 낼름..허우적 허우적.."
마치 키스주유소에 와 있는듯 했다. 이 주유소에서 주는 사은품은 5만원 이
상 기름넣고 받는 흔해빠진 싸구려 생수 따위가 아니었다. 번질번질하고
걸죽한 몸에 좋은 꿀이었다. 그녀의 침은 시럽처럼 달콤하고 향긋했다.
(꿀꺽꿀꺽. 아따 배부르네. 아가 이제 키스는 고만허자. 입술 다 까져야. 그
만허고 해떨어지기 전에 어여 모텔잡고 결론으로 들어가야제 아가. 휴지가
어디있더라..싼다 싸.)
격렬한 딥키스에 흥분해 나도 모르게 손이 그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내가
한게 아니라 본능이 시켜서 한 거였다. 짐승같은 놈. 키스에 집중하느랴 눈
치채지 못하고 있던 그녀가 어느새 알아차리고 내 손을 똥파리 잡듯 때렸다.
(아니 나는 가만 있길래 허락하는줄 알았지. 그래 우리가 길바닥에 차 세워
놓고 이러면 곤란하지. 사람들 다 보는데 무슨 개도 아니고. 이정도 딥키스
라면 난 대만족이야.)
그렇지만 나의 손은 지난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다시 그녀의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또 본능이 시킨거였다. 저놈의 손목아지를 콱그냥..
해본 사람들이야 잘 알겠지만 때로는 서로 간절히 원해서 하는 키스가 섹
스보다 훨씬 더 나을때가 있는 법이다. 그짓 할려면 씻고 닦고 어쩌고 저쩌
고 해야하고 또 하고 나서도 씻고 닦고 어쩌고 저쩌고 해야하니 얼마나 번
거롭고 귀찮냔 말이다. 피임 걱정도 해야하고.. 반면 키스는 열심히 하다가
도 일단 입만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고 또 침 몇번 삼
키고 나면 남은 증거도 없으니 남들한테 시치미 떼기도 좋고 또 지금처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키스는 하는 이로 하여금 엄
청난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법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키스는 better than
sex인 것이다. 못 할것 같으니까 변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