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겨우 변화구 서너개를 던지고 나니
똥냄새가 코를 뽑아버릴듯이 악취를 풍겨대고 있었다. 감독이 내주위
여지저기에 똥을 싸질러 놓았다. 전날 고기를 쳐먹었는지 감독의 똥
에선 담백질이 반쯤만 소화되고 나머진 설사가 되어 대장을 지금막통
과한 악마같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다시 와인드 업을 했다.
공은 전의 예리한 각을 상실한 채 이미 똥볼이 되어 있었다. 길고 긴
게임에서 훌륭한 공을 던지기 위해선 생체적인 안정성이 아닌 고도의
심리적인 균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것 같았다.아마 감독도 입대신 똥
구멍으로 그얘길 하고 싶었던것 같았다.
"난 쉬고 올테니 그똥 치우지 마라."
양아치 감독은 장난스럽게 바지를 추켜 올리며 운동장을 나섰다.감독
이 바로 앞에 싸놓고 간 똥에 금세 파리가 꼬여 앵앵거리고 있었다.
날씨는 푹푹 찌고 목은 타오르고 더위에 갇힌 영혼은 그늘을 찾아 헤
매고 있었다.정말로 이건 미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야! 물가져와."
제일 가까이에 있던 놈이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와서 주전자에 물을
떠 왔다.삼락은 주전자를 통째로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입속의 물은
넘쳐 흘러서 목줄기를 타고 상의와 하의를 검게 적시고 있었다. 그는
빈 주전자를 운동장 바닥에 그대로 내던져 버렸다.덜커덩..
물이 빠져나가고 난 빈 주전자는 땅에 쳐박힌채 우그러져 있었다. 수
많은 상처와 찌그러진 몸뚱이로 야구부원들의 갈증을 실어나르던 알
루미늄 주전자는 운동장 흙이 잔뜩 묻어 더 이상 물을 담을 수는 없
을 것만 같았다.
가족들의 일용할 양식과 희망을 실어 나르던 삼락도 이젠 더러운 때
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바닥에 튼튼한 재단을 쌓고 미래의 계단을 차
곡차곡 쌓아 올리던 그였는데 어느샌가 술집사장이 되어 아가씨들이
몸판 돈으로 배를 불리고 어린학생들이 포장마차에서 강제노동을 해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살을 찌우고 있었다.구름 위에 닿을 것만 같았
던 희망의 계단은 타락의 계단이 되어버려서 언젠가는 오른만큼 자유
낙하 해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삼락은 살고 싶었다.살고 싶어서 야구가 하고 싶었다.그는 단지 야구
를 잘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었다.인간답게 인간의 뿌리를
내리고 이 지구라는 혹독한 행성에서 살고 싶었다. 지금은 비록 개쓰
레기 양아치 고딩이지만 언젠가는 반짝이는 잎을 달고 햇살같은 노란
열매를 둥글게 달고 있는 오렌지나무처럼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싶었
다. 꿈의 재단 위에 달콤하고 노란 열매를 내어놓고 싶었다.
그러자면 지금의 야구환경에 최적화되게 적응해야만 했다. 가장 실용
적인적인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지금의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넘어서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크볼은
왜곡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퇴색되고 타락한 진실만큼 직선에서 왜곡
되고 유리되어야만 한다.그것만이 포크볼이고 삼락이 살고 있는 일그
러진 현재를 극명히 나타내주는 초현실인 것이다.
다시 볼을 집어들고 포수쪽을 바라보았다.나의 포크볼은 도망간 엄마
의 치마끝처럼 펄럭여만 한다. 썩어가고 있는 아버지의 몸처럼 가볍
고 날렵해야 한다.여수로 가벼린 여동생의 눈썹처럼 반달모양으로 휘
어야만한다...휘릭..휘리릭.. 공이 미친듯이 춤을 추며 포수의 공에
빨려들어갔다. 변화구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나의 리듬감을 가지고 함께 움직일 수 있
다는건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삼락의 몸은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
되었지만 말할 수 없는 충만감과 환희가 몰려들었다.피로보다는 흥분
의 잔열이 몰려들어 기분좋게 몸이 달아 올라 있었다.
"휴..죽여주네."
삼락은 주전자를 집어들어서 머리에 써 보았다.아가리가 커서 한번에
쏙 들어갔다. 다른 야구부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삼락을 멀뚱히 쳐다
보고 있었다. 마치 감독과 삼락을 같은 비빔밥 그릇속에서 뒹굴고 있
는 콩나물과 시금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야, 똥 치우지마라."
삼락은 똥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야구부원들에게 남긴채 오늘은 그만
연습을 접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할아버지의
유물이 들어있는 낡은 종이박스를 꺼냈다. 시커먼 검댕과 먼지가 쌓
여 있는 그 상자는 어울리지 않게 토마토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6.
25 때 미군의 구호물품용 식품상자로 쓰였을 법한 상자안에는 아주
오래된 문서들이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의 연구 결과물들 중 일부인
것만 같았다.
( 어디보자..물리학적 소고..가속도와 변화각에 대한 수학적 계산법.
투수의 근육량 개선과 방법 및 미토콘드리아 양과 부피 개선?)
단순히 야구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에 대한 물리적인 이
해와 효과적인 사용방법이 적혀 있었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리아의 수를 늘리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직접 자신의 몸에 적용했었던 것이었다.그 외부적 요소가 유
전자에 영향을 미쳤고 아버지를 거쳐 나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
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근력이 좋고 힘이 유난히 센 이유가 다 있었
던 것이다.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양이 남들
보다 현저히 많았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은 일기식으로 세세히 적혀 있었다.마지막
장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연구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일시적 자아분열에 대한 나의 경험은 선불교에서 말하는 물아일체
의 경지에 서서 사물과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것으로써 이는 곧 가이
아이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특이한 정신적 경험이었다.-
알쏭달쏭한 말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어쩌면 나의 정신적 분열 현
상도 할아버지가 야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일수도 있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그러고보니 아버지도 어렸을적엔 야구를 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몸이 아픈 바람에 그만 두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앓던 병은 약도 없어서 병원에서 손한번 못 써 봤다고 들
었다.무슨 신병이라는것 같았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어째든 할아버지와 아버지,그리고 나.누대에 걸쳐 야구에 특화된 신
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내가 160에 가까운 공을 언더로 던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할아버지는 내가 아직 모르는
몸 구석구석에 야구에 쓰일 장치들을 숨겨 두셨는지도 모른다. 2중
나선구조로 되어 있는 나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야구 DNA의 열쇠
고리가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내가 세상의 문을
열때 필요한 구원의 열쇠이기도 했다.그 꽈배기가 풀리는 날 야구계
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실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여당대표,심 삼보는 요즘 손자인 심 샘물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
었다. 녀석이 공부도 잘하는데다가 고등학생인데 벌써 자신이 창단
한 프로야구팀에 들수 있을 정도로 야구실력이 월등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고교야구는 이미 평정을 했고 고교생활이 끝나는대로
바로 메이저리그로 보내 양키즈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버금가는 대
선수로 키워낼 요량이었다.
"껄껄..녀석아 좀 쉬고 하지 그러냐."
운동을 마친 심샘물은 책상에 앉아서 생체리듬에 따른 타구의 방향
과 거리측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대학 논문이라도 쓸 요량인것
같았다.
"많이 쉬었는걸요 뭐."
"타구방향과 타자의 심리적 상관관계라..음 그렇다면 타자의 타구
방향과 타자의 심리 상태가 연관이라도 있단 거냐?"
심 샘물은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털어 놓
았다.
"훌륭한 타자는 좌타,우타 상관 없이 타구 방향이 좌,우 중간 할것
없이 일정해요.만약 그날 내가 친 타구의 방향이 한쪽방향으로 많
이 치우쳤다면 컨디션 난조를 미리 직감하고 사전에 미리 체크 할
수 있다는 이론이죠. 그리고 내가 야구경기장에 들어오기전 오른쪽
으로 골목을 돌아왔다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공을 친다는 뜻
이에요. 일종의 조기 경보시스템정도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우
실 거에요."
"음 넌 혹시 천재가 아니니. 허허허."
"할아버지도 참..메이저리그 시즌 5할 타자가 제 목표인거 잘 아시
잖아요."
심 삼보는 순간 눈이 번뜩였다.손자인 심 샘물은 야구에 있어서 만
큼은 자신보다 더 탐욕스러운 욕망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고얀 녀석. 넌 벌써 고교야구에서는 상대가 없지 않느냐."
"그럴수록 더 분발해야지요.전 메이저리그에서 무적이 될고 말거에
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명예의 전당에도 들거에요.반드시."
"벌써 고교야구에서는 타율이 7 할이 넘는데 너무 과욕을 부리는거
아니냐."
심 삼보는 샘물의 어린마음을 슬쩍 한번 떠 보았다.
"과욕이라뇨.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야구제국을 완성하는데 보탬이
되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없죠."
심 삼보는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메이저리그팀 하나를 사려
고 사전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만약 그 일이 성사된다면 심 삼보는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구단주가 될 것이다. 샘물은 탐욕스럽게
야구세계를 먹어들어가고 있는 할아버지가있어 마음이 놓였다.그는
할아버지가 잠식한 필드를 무혈 입성해 거대한 야구세계를 손에 넣
을 날이 곧 올 거라 믿고 있었다. 그 시초가 될 황금사자기 고교야
구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샘물은 주먹을 불끈쥐었다.
이 두 주먹으로 홈런을 날리며 힘찬 포문을 열것이다.
"너 혹시 최삼락 만난적 있느냐?"
심삼보의 질문에 순간 심샘물의 얼굴이 굳어졌다.자신한테 된통 얻
어맞고 나자빠져 버렸지만 삼락의 공은 분명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갈고
닦는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잠룡이었다. 놀란 샘물을 보고 할아
버지인 심 삼보도 놀랐다.
"음 이미 만난적이 있는가 보구나.."
"네 한번 봤는데 벌거 아, 아니었어요."
말을 더듬는 샘물을 본 심삼보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손자가
이미 최삼락이란 놈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아주 오래전에 밟아 없애버린 불행의 싹이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또다른 씨앗을 뿌렸군.그 씨앗이 우리 손자가 의식할
만큼 튼튼히 자라고 있는게 틀림없어.그때 그 어린 손주자식도 함
께 보내버렸어야 하는건데.최삼락을 제거할 기회였었는데 정말 아
쉽군. 이번엔 기필코 끝장을 내놓아 버리겠어. 숨통을 싹뚝 잘라
놓아버리고 말테다.)
-황금사자기: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전국고교야구대회
-미토콘드리아: 세포에서 에너지 대사의 중추를 이루는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진핵세포의 특징인 핵막으로 둘러싸여 있음.
미토콘드리아가 크고 수가 많은 근육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