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저동 앞바다
모선 옆에 무인잠수정, ROV가 나란히 떠있었다. 성윤이 무인잠수정의 전원
을 켜자 각종기계장치에 불이 들어왔다. 서둘러 내부상태를 점검을 마친 후
무인잠수정에서 나온 그는 급히 모선의 조정실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그때
갑자기 헬기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메가폰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작그만. 최성윤, 당신을 불법도굴 혐의로 채포한다!”
해양경찰청 소속의 헬기가 머리위에서 기관총을 들이대고 있었다.성윤은 비
상용 도끼를 빼들고 급히 조정실로 뛰어 들었다.탕탕탕..실탄이 발사되어 성
윤의 왼쪽팔에 상처를 냈다. 주위가 놀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성윤이 도끼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당장 여기에서 나가!”
모두 놀라 조정실에서 뛰어나갔다.조수인 박양은 생태조사하러 와서 생태찌
개 끓이러 갔는지 없고 철우가 성윤을 달래려고 다가왔다.
"성윤아, 일단 진정 좀 하자."
"이 씨팔 새끼야 죽어!"
성윤이 철우를 밀쳐냄과 동시에 발로 가슴을 찍자 조종실 밖으로 나가 고꾸
라졌다. 운동했니.
"퍽치기교수가 죽은지가 언젠데 구라를 까,시발 놈아!"
지금까지 성윤의 일거수 일투족을 위 진성에게 낱낱히 보고한 범인은 바로
철우였다.그가 위진성으로부터 하달받은 임무는 성윤이 돈스코이를 찾지 못
하게 방해하는것이었다.바닷속 금괴의 존재를 어둠속에 묻고 사람들의 기억
에서 사라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그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런 철우의 속내
를 성윤은 애초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성윤은 조정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궜다. 그리곤
조정석에 앉아 무인 잠수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녹화장치를 켠 후 서울 강
남에 위치한 김부장 사무실의 서버로 곧장 전송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무인
잠수함이 빠르게 물밑으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곧 돈스코이호에 도착했다.
급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잠수정이 배의 후미에 부딪혔다. 우지끈, 하며 배에
매달려있던 커다란 철판의 한쪽이 떨어지며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그 충격
으로 철판의 물 먼지가 지워지며 ‘Donskoi’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잠
수정은 로봇 팔을 이용해 부식된 돈스코이 선채의 잔해를 치워가며 선실로
깊숙히 파고 들었다. 모선에서는 영식과 해경 여럿이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
었다. 성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화면을 바라보며 무인잠수정을 조정하고
있었다. 잠수정의 로봇 팔이 부식된 나무 기둥을 건드리자 지붕이 와르르 무
너지며 뿌옇게 물 먼지가 일었다.
배위의 영식은 어느새 산소절단기를 가져와 문고리를 잘라내고 있었다.성윤
이 있는 조정실 내부로 노란 불똥이 마구 튀어 들어왔다.
물먼지가 가라앉자 눈앞이 환해졌다.성윤이 조정하고 있는 무인잠수함의 로
봇 팔이 바닥에서 반짝이는 물체하나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영식이 문을 박
차고 들어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성윤의 머리를 가격했다.빡..
-울릉파출소 취조실 안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널브러져 있는 성윤에게 누군가가 물을 뿌렸
다.츄칵.. 그는 찢어진 이마에 물이 닿자 오금을 떨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영
식이 반투명 유리창을 통해 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윤을 취조하고 있는 사
람은 다름아닌 위진성의 수행원인 오 재만이었다. 그는 성윤이 깨어나자 입
가에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꿈 많이 꾸셨나?"
"여기가 어디지?"
"편안하게 잘 주무시는걸 보니 니네 집 안방 같은데 뭘."
성윤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후 주위를 둘러보았다.취조실 안이라는걸
알아차리곤 당황스러워했다. 오재만이 그런 그를 조롱하듯 말했다.
"보물선 꿈이라도 꾼거야?"
성윤은 기절하기 바로직전 무인잠수정의 로봇팔로 들어올렸던 금괴가 이제
야 생각난듯 재만을 향해 소리질렀다.
"내황금을 대체 어쩐거야!"
재만은 기다렸다는듯 말끝나기가 무섭게 증거물 케이스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 주철덩어리 말씀하시나?"
"주철이라니?"
"네가 발견한 게 보물선이 아니라 고물선이었더라고. 안에 있던 금속은 분석
결과 주철로 밝혀졌지. 거 왜 있잖아 배가 요동치지 않게 밑바닥에 쌓아놓는
밸런스용 쇳덩어리."
재만이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금속덩어리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쾅..오재만
의 말대로 아무리 살펴 보아도 주철덩어리였다.
"이럴 리가 없어. 분명히 금이었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행원이 성윤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퍽.그 충격
으로 성윤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수행원이 성윤의 손가
락을 지그시 밟았다.
“아악”
"너 이 새끼, 울릉도에서 뭐했어? 너 뽕쟁이지. 일본에서 울릉도로 뽕들여오
다가 딱걸린거지?"
돈스코이 안에 있는 금의 존재를 덮기 위해 뽕쟁이로 몰아간다?성윤은 어이
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렸다.
"풋.. 내금 어디다 빼돌렸니?"
"나한테 언제 금 맡겨놓았냐? 이새끼가 이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뽕 어
디다가 숨겼냐고!"
"너, 경찰 아닌거 다알아. 누가 시키디?"
위진성은 누가 전직 세탁소사장 아니랄까봐 오재만을 슈퍼타이도 없이 경찰
로 신분세탁시켜서 취조하게끔 지시했다. 재만은 성윤을 계속 몰아붙였다.
"어우, 이 또라이 새끼. 너 동화건설 주가조작에도 참여했지?"
성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다알고 왔으니까 불어. 임하청이도 벌써 붙잡혔다. 동화건설은 상장폐지되
어서 지금 정리매매 중이고. 한 30원하나? 크크. 임하청이가 눈물 질질짜며
잘못했다고,너랑 손잡고 1000억 해먹었다고 다 불더라. 그렇게 시원시원하
게 부니까 얼마나 좋아.그 사람 나중에 큰일 하겠더라."
성윤은 하청이 붙잡혔다는 말에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근데 넌뭐야 새꺄.지금 때가 어느때인데 보물선 타령이나 하고 자빠졌냐?"
성윤은 수행원을 비웃으며 말했다.
"거짓말마. 내가 좀 전에 형이랑 통화까지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좀 전에 잡았다니까."
"하청이형이 그렇게 쉽게 잡힐 사람이 아냐."
"이런 한심한 새끼가."
-경기도의 어느 허름한 창고 안
울릉도에서 돌아온 영식은 위 진성을 만나고 있다. 성윤을 없애려고 헬기에
서 총을 쐈지만 팔에 부상만 입힌게 못내 아쉬운 영식이었다.그는 위진성에
게 사건보고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일단 위진성이 성윤을 잡았고 무엇보
다 절대권력을 손에 쥐고 있기에 이제는 눈치껏 꼬리를 내리기로 했다.
"최성윤은 울릉도에서 체포했습니다.서울로 이동 조치해서 취조 중입니다."
"응그래, 나도 들었다. 그동안 니가 고생많았지?"
"괜찮습니다. 임 하청은 잡았습니까?"
"밀항을 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쥐새끼 같은 놈. 제가 지옥에라도 쫓아가서 꼭 잡아오겠습니다."
"그래야지. 영식이 자네가 그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네."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요뭘 별말씀을.."
위 진성은 갑자기 영식과 친한 척을 하며 어깨에 팔을 얹었다.
"이렇게 존댓말 쓰니까 얼마나 좋냐. 그래 요즘 어디 아픈데는 없고?"
"저야뭐 항상 너무 건강해서 탈이지요. 감기 하나 안 걸려요."
"그럼 내가 심장 좀 꺼내 써도 되겠네?"
"네?"
어느새 나타난 수행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영식의 목에 주사기를 꽂았다. 그
는 컥,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강한 마취제인듯 몸을 일으킬 수가 없
었다.위 진성이 쓰러져 있는 영식의 주머니 안을 뒤졌다.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자 영식에게 물었다.
"양 진주 사진은?"
진작에 이럴날이 올줄 알았다는듯 영식은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건 네가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냐."
위 진성은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영식을 필사적으로 흔들며 물었다.
"사진 어디다 두었냐고!"
두눈이 감기며 의식을 거의 잃은 듯한 영식이 비웃으며 낮게 말했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으니 신경끄라고."
위 진성은 알아먹겠다는듯 더 이상 사진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그는 쓰러
져 있는 영식을 버려진 물건처럼 발로 툭차며 말했다.
"그동안 나랑같이 주제넘게 벤츠타고 신나게 잘 놀았지?안 그래? 자이제 요
금을 내야 할 시간이야."
위 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행원이 창고 한 구석에 마련된 방에 숨어있
던 부하들을 불렀다. 야! 부하들은 영식을 미리 준비되어 있는 방으로 질질
끌고 갔다.실내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수술복을 차려
입은 의사들이 대기중이었다. 2인용 침대에 곽회계사의 어린 아들이 산소마
스크를 쓰고 누워있었다. 그 옆에 영식을 눕히고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얼핏
보면 영식과 아들의 키가 엇비슷했다. 초록색 까운을 입고 걱정스런 눈빛으
로 서 있는 곽에게 위 진성이 말했다.
"잘 될테니 아무 걱정말라고."
수술복을 입은 의사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너 야매지?
"혈액형, 체질검사 모두 좋게 나왔습니다. 유전정보도 가족인가 싶을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심장이식에 다른 거부 반응은 전혀 없을것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