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서 있는 마운드는 타자가 서 있는 홈플레이트보다 약 25센티가량
더 높다. 그래서 일반적인 직구는 타자가 보기엔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
히는 것처럼 보인다.라이징 패스트볼은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타
자보다 높은 마운드에서 투수가 이공을 던지면 마치 떠오르는 것처럼 보
인다. 공이 타자의 눈높이로 날아오기 때문에 공이 눈에 쉽게 들어와 타
자는 어이없이 높은 공에 그만 헛스윙을 하게 된다. 부웅..헛스윙..스트
라잌 아웃. 뭐 이런식이다.
김 희수의 방망이질은 공보다 휠씬 아래를 지나쳤고 해드업이 되어버렸
다. 그리고 원심력에 의해서 희수는 한바퀴 빙돌아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풀썩..
심판을 맡고 있는 똘아이 감독이 목에 칼 긋는 시늉을 여러번 했다.그렇
게 오두방정을 떨며 스트라잌 삼진 아웃 제스쳐를 선보였다.저러다 목에
서 피라도 날것처럼 보였다. 누가봐도 자기선수에게만 애정을 듬뿍담은
편파 판정의 모습이었다.쓰레기였다.
"아 시팔 쪽팔리게 당연한 일 가지고 호들갑은.."
삼락은 감독의 주접에 인상을 찌푸렸다.희수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고
개를 숙인채 운동장을 떠났다.아마 오늘밤 조용히 지구를 떠날지도 몰랐
다. 삼락은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붕붕붕.."
다음 타자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3번 타자인 심 샘물.
니미 쟤네 엄마 아빠가 약수터에서 샘물 먹다가 눈이 맞아서 저 애새끼를
만들었는지 이름 참 골때리게 지었다.심 샘물 자신도 이름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개명할라고 준비중에 있다고 들었다.잘은 몰라도 분명 무
슨 가슴아픈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좋아 내가 오늘 나의 신들린 변화구로 니 가슴팍에 쓰라린 기억하나 더
만들어 주마.)
나는 제일고 4 번타자와는 직구로만 승부를 하고 군상상고 3번 타자와는
변화구로만 승부할것을 포수와 미리 약속한 터였다.
붕붕붕.. 타자박스에 들어선 녀석은 기고만장 해하며 방망이를 위협하듯
휘둘렀다. 스윙메카니즘이 아주 자연스러운걸로 보아 어디서 제대로 야구
를 배우고 온 놈같았다. 듣기로는 요놈 아버지가 메이저리그에서 날리던
타격코치 출신인데 아주 집구석에서 정책적으로 어릴적부터 아들 놈에게
야구를 가르쳤다고 한다. 3살때부터 야구를 시켰다나 뭐라나.덕분에 녀석
은 선진화된 미국 야구를 모두 전수받은 5 - tool player 였다. 이게 뭐
냐하면.
첫째, 컨택트 능력을 말한다. 이는 공에 방망이를 갖다 맞추는 재주를 말
하는 것으로 안타 갯수(H)를 주로 본다.
둘째, 주루 속도를 말하며 주루 속도는 도루 갯수(SB)로 나타낸다.그밖에
발빠른 선수가 짧은 안타로도 2루까지 가는 경우를 말한다.
셋째, 파워지수를 말하는데 파워는 아무래도 홈런갯수(HR)나 장타율(SLG,
ISO)을 주로 본다.
넷째, 어깨와 송구능력을 보는데 이건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겠지만 클리
블랜드의 추신수가 빨래줄같은 송구로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를 잡아내는
통쾌한 장면을 상상하면 될것이다.
다섯째, 수비범위와 정확도를 말하는데 수비율(FPCT)로 나타낸다. 그리고
에러의 갯수도 포함해서 본다.
타격, 장타력, 주루, 수비, 송구..위의 다섯가지 능력을 고루 갖춘선수를
5 -tool player라고 부르는데 이는 뛰어난 운동신경이 필요할 뿐만 아니
라 감각적인 부분도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거의 천재적인 능력이 필요하
다. 메이저리그를 통털어도 뉴욕 양키즈의 신사 알렉스 로드리게스,토론
토 블루제이스의 귀염둥이 버논 웰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번개 토리 헌
터,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깜찍이 카를로스 벨트란,애너하임 에인절스의 괴
물 블라디미르 게레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심 샘물 이자식은 여기에다가 뛰어야 할때 뛰고 뛰지 말아야 할때 뛰지않
는 주루센스( 주로 도루실패 갯수-CS-로 나타남)와 안타를 만들어낼수 있
는 확률이 높은 볼과 그렇지 않은 볼을 구별하는 능력 즉, 스트라잌을 골
라내는 선구안까지 갖추고 있는 무시무시한 놈이라고 한다. 김 샘물 이자
식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7 - tool player 로 성장 하고 있는 중이었다.
최강의 적수를 만난 것이다.더군다나 놈은 스위치 타자란다.
(기가 막혀서.뭐이런 씨부랄 능력자가 있나.놈에 대해 들은바를 반추동물
처럼 곱씹으면 꼽씹을수록 영양분이 아닌 독소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
그치만 소문대로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꺼야. 지아버지 명성을 등에 업고
존나게 과대포장되었겠지. 내용물은 보잘것 없고 바람만 가득한 과자봉지
일꺼야. 포장을 뜯어보면 펑소리를 내며 내용물은 없고 바람만 새어 나올
거야. 아니 세상에 7또라이도 아니고 7-tool player가 어딨어. 그런 타자
가 세상에 어딨냐고 이 시발 좆같은게.있다면 그게 어디 사람의 새끼냐고
신이지.
야구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열등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놈은 오른쪽 타석
으로 들어섰다.저벅저벅. 그리곤 방망이 끝으로 나를 겨누었다.건방진 새
끼가 뒤질라고. 야구고 지랄이고 다 때려치우고 글러브를 벗고 심 샘물을
까려 다가갔다.
"최삼락 이제 그만하자. 밤이 깊었다야."
감독이 뻘소리를 날리며 게임을 그만 정지 시켰다. 감독이 보기에도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는 삼락의 변화구로 다재다능한 심 샘물과 승부했다가는
백전백패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미 심샘물은 고등부 야구를 평정한 야
구천재였다. 삼락도 능력자이긴 했지만 아직 더 배워야했다. 기술이나 멘
탈에 있어서 샘물은 삼락을 훨씬 능가해 있었다.자칫 삼락이 샘물의 야구
능력치에 대한 열등감으로 의욕을 상실할까봐서 중도에 게임을 정지 시킨
것이다.몸싸움 걱정은 나중 일이었다.
"조까시발."
"그럼 야구만 해.싸우지 말고."
삼락은 감독의 입을 찢어버리고 심 샘물을 심 좆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
지만 일단 야구로 결판을 내기 위해 와인드업을 했다.신사답게 야구로 조
져버리고 나중에 양아치답게 발로 또 조져버릴 생각이었다.
(제아무리 야구천재인 심샘물이라해도 나의 빠른 스플리터나 포크볼엔 손
도 대지 못할거야. 아암 그렇고 말고.나 최 삼락이라고 최삼락.)
삼락은 샘물을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샘물이라는 거
대한 존재감 때문에 삼락의 마음 한구석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
었다.그 습하고 굴곡진 음영속에서 두려움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쿨럭.. 매쾌한 공포가 삼락의 기관지를 간지럽혔다. 캘룩캘룩..
타석에 들어선 심 샘물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몸을 뒤로 약간 뺀 상태에서
짧은 스윙폭으로 내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놈은 거의 완벽한 타격폼으로
나의 변화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슬라이더를 던져볼까, 아냐 스플리터가 더 나아.아냐 포크볼이 더 효과적
이야. 아시발 죽갔네.뭐 대충 던져놓고보면 놈이 허둥지둥 하다 헛스윙이
나 하겠지. 에잇 이거나 먹어랏.휘릭.)
삼락은 몇타자 상대해 보지 않았지만 샘물같은 타자는 처음이었다. 도무지
빈틈이 보이질 않아 딱히 던질 공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믿
기로 했다.검지와 중지를 붙이고 중지로 실밥을 누른 상태에서 공을 든 팔
을 뒤로 휘저었다.어설픈 삼락의 행동을 바로 눈치챈 감독이 말릴 틈도 없
이 삼락은 투구동작으로 들어갔다. 그는 공을 손에서 놓을때 손목을 뒤로
홱 제꼈다가 꺾으며 커브볼을 던졌다. 위잉..
슬라이더도 아니고 포크볼도 아닌 어정쩡한 볼이었지만 속도는 제법 있었
다.직구시속 160보다 불보다 20km느린 140킬로에 달하는 속도였다.
(칠테면 쳐봐라 새꺄. 감히 니가 이걸 쳐? 크확 웃기는군.)
스핀이 덜먹힌 삼락의 변화구는 안쪽으로 어슬프게 각을 만들며 타자의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삼락의 손목 스핀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공이 너무 빨라 스핀이 제대로 먹지 않은 것이었다. 말그대로 어정
쩡한 볼이었다.
심 샘물은 안쪽으로 휘어들어오는 삼락의 인커브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제일고 김 희수와 승부 할때 삼락의 공을 여러번 보아 온 샘물로서는 왼손
언더 핸드의 공이 이젠 그리 생소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적응 할 수 있었
다. 위이잉..
샘물이 보기에 삼락의 공은 직구처럼 캐빠르지도 않고 커브처럼 무브먼트가
좋은 공도 아닌 그냥 평범한 공이었다. 변화구를 던진거 같은데 릴리스포인
트가 너무 빨랐던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건 투수의 실투가 절대 아니었다.
투수인 삼락은 아직 변화구에 있어서 만큼은 애송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샘
물에게 이공은 마치 거져 먹는 떡이나 다름없었다.
(뭐야, 고작 이거가지고 날 상대하겠다고? 최삼락도 별거 아니군.좀 가지고
놀아볼까나..)
샘물은 순간적으로 오른쪽 발을 뒤로 뺀채 방망이를 짧게 잡았다.그리고 볼
을 끝까지보고 휘둘렀다. 딱..
예상했던대로 삼락의 어정쩡한 공은 변화각이 어설퍼 샘물의 방망이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공은 외야로 뻗지않고 타자 뒤로 날아가 백넷에 맞고 떨어
져 파울이 되었다. 타자 김 샘물이 피식 웃었다.그는 삼락의 다른 변화구를
보려고 안타를 치지않고 일부러 뒷그물을 맞히는 파울을 낸 것이다. 0-1
삼락은 은짜(은근히 짜증)가 되었다. 분명 휫스윙을 하고 나자빠져야 할 타
자가 마치 자신의 공을 희롱 하듯이 커트해 버리니 당황스러웠다.너무 당혹
스러워서 현실을 부정했다.
(뭐 이런 색휘가 다 있어. 분명 친다고친게 잘못 맞아 파울이 된걸거야. 저
놈이 내공을 의도적으로 커트해 낸게 아닐꺼야.절대 그럴리가 없어.놈의
눈엔 내공이 보이지도 않았을텐데 뭘. 좋아 이번엔 슬라이더다.이익 휘이
잉..)
슬라이더는 커터와 비슷해보이지만 패스트볼인 커터와는 다르게 커브를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중지로 실밥을 눌러서 던지기 때문에 속도가 커터
보다 느리고 스핀이 많이 먹힌다. 삼락의 손을 떠난 공은 직구처럼 똑바로
날아가다가 홈 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오른손 타자인 샘물의 바깥쪽 아래로
살짝 꺾여 들어갔다. 딱..
이번에도 샘물의 방망이는 삼락의 슬라이더를 보기좋게 커트해냈다. 0-2
역시 감독이 보기에 삼락은 아직 샘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샘물은 머리속
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해내어 전술을 짜내고 침착하게 실전에 활용하
는 반면 삼락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감정에 휘둘려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된거 일단 삼락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누구나 초딩시절
은 있기 때문이다. 초딩시절 없이 바로 대학을 갈 수는 없는일이 아닌가.삼락
은 초딩들이 쓸만한 욕으로 감정을 표출했다.
(이런개썅 이게 뭐지. 내 슬라이더를 족같이 커트해 내다니. 이 개호로새낄
그냥 아작을 내던가 해야지.)
볼카운트는 삼락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기분은 더러웠다.삼락의 얼굴
은 분기탱천해 붉그락푸르락이 되어 버렸다. 치욕적이고도 모욕적이었으며
공포스러웠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좌절감이 몰려들었다.여기서 야구를
그만 때려치우고 싶었다.똘아이 감독의 뒷통수를 몇대 갈기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신발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고 나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만 인것
이다.
그러고보니 삼락은 운동화만 신었지 상의와 하의는 모두 정장을 착용한 상태
였다.검은색 정장에 누런 운동장 흙이 욕지거리처럼 얼룩져 있었다. 고귀한
검은색을 무채색이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는것
같았다. 삼락도 미쳐서 돌아버릴것 같았다.왜 자신이 여기서 이런 모욕을 당
해야만 하는지 당최 납득할수 없었다. 고작 야구 때문에? 맨 처음에 왜 야구
를 시작했는지 떠올려보았다. 손싸인? 새로운 의사소통수단? 적어도 지금의
이 더러운 감정을 세탁해내기엔 너무도 빈약한 논리들이었다. 은짜가 완짜
(완전 개짜증)이 되어 머리통을 쑤셔대고 있었다.
그러나 삼락에겐 야구를 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때문이었다. 야구공처럼 둥근 또다른 지구에서 다시
태어나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삼락이 그리는 완벽한 세상은 버벅거림과 의사
소통의 부재가 없는 세상이었다.삼락자신처럼 첨예한 각을 세우며 살지 않는
모나지 않고 둥근마음으로 둥글게둥글게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둥근 공이야
말로 그 완벽한 세상을 열기위한 열쇠인 것이다.
동.그.란. 열.쇠.
삼락은 잠시 마운드를 벗어나 야구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야구모자도
척 눌러 쓰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새로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침착하자 최 삼락. 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야. 아무도 니 공을 칠 수
없어. 그러니까 긴장을 풀고 상태를 똑바로 보자. 자 좀전 상황을 다시 떠올
려보면 심 샘물 이자식은 바깥쪽 공을 컨택하는 능력이 뛰어난것 같아. 세
상에 안쪽 바깥쪽 공을 모두 잘 치는 타자는 없어. 그렇다면 바깥쪽에서
시작해서 안쪽으로 파고 드는 백도어 슬라이더. 그래 바로 이게 열쇠다.)
포수에게 싸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이며 미트를 주먹으로 치며 화이팅을
외쳤다.
"이익. 휙.."
볼은 삼락의 의도대로 잘 제구가 되었다. 바깥쪽으로 직구처럼 흘러들어가던
공은 마지막 순간에 홈플레이트 쪽으로 급격하게 감아들어갔다. 마치 스트라
잌 존을 그냥 지나치려던 공이 갑작스레 맘을 바꿔 뒷문을 열고 유턴해 들어
오는 것처럼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했다.볼인줄 알고 맥놓고 있던 타자가 예상
치 못한 한방을 얻어맞을 수 있는 그런 공이었다.삼락은 뒷문을 열쇠로 따고
조용히 들어가는 밤손님처럼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 백도어 슬라이더군. 겨우 흉내내기에 급급한 네놈의 공은 별위력은 없
다. 타자를 현혹시키는 매력이 없단 말이지.꽃도 없이 나비를 꼬시려들면 안
되는거지. 자 이제그만 이 지겨운 놀이를 끝내줘야겠군.후후]
방망이를 길게 잡고 백도어 슬라이더를 기다리던 샘물은 방망이를 약간 앞쪽
으로 기울여 헤드 부분에 볼이 정확히 맞도록 히팅 포인트를 조종한 후 풀스
윙을 했다. 샘물의 다리힘과 허리힘이 합쳐져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의 팔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팔의 연장인 샘물의 방망이에는 원심력과 함께 하체힘이
가해져 엄청난 운동량이 누적되어 있었다.그리고 곧 145 그램의 야구공에 그
힘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딱!
-릴리스 포인트:투수가 공을 던질때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이나 위치,지점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