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식의 부하가 멀리서 감시하는 가운데 작은동네공원에서 김밥을 먹으며 성
윤과 진주는 오랜만에 같이 오붓한시간을 보내고 있었다.1억을 주고 영식에
게서 풀려난 진주는 성윤과 함께 있으면서 간만에 평온함을 느꼈다. 그녀가
행복한 얼굴로 성윤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성윤은 오랜만에 찾은 여유와 해
방감보다는 다른것에 눈이 가있었다.누워있어도 제빛을 잃지 아니하고 있는
진주의 명품가슴. 온신경이 거기에만 쏠려 있었다. 또시작이냐.
(만져도 될까? 말하고 만져야 되는건가?한동안 관계를 갖지않아 스킨쉽하기
가 왠지 어색하네. 예전 같았으면 맘껏 주무르다가 꼴리면 빨기도 했었는데.
옛날이 좋았지.)
부르르..핸드폰 진동과 함께 찌라시전문 싸이트에서 보내 온 뉴스가 떴다.
"뉴스특보 - 동화건설, 보물선 돈스코이 관련 특허권획득."
성윤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진주야.."
"응 오빠."
"나 당분간 어디 좀 갔다 올 거야."
진주가 일어나 앉으며 놀란듯 말했다.
"어딜 또?"
"좀 가볼 데가 있어. 두달 정도만."
"두 달씩이나?"
"하청이 형이 남미에 가자고 하네. 텅스텐 광산 좀 보러"
왠 텅스텐. 성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쌩뚱맞았다. 세상에 텅스텐이
어디다가 쓰는 금속인줄도 모르는데 왜갑자기 그런말이 떠올랐는지 알수 없
었다.아마 영식이였다면 구슬로 만들어서 거시기에 넣고 재미볼때 '텅스텐
거시기'를 상대 앞에서 자랑스럽게 흔들겠지만 성윤은 그야말로 냉텅. 요즘
주식시장에서 자원개발 테마주가 난리라 아마도 그말이 떠오른것 같았다.한
편 텅스텐이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이란 뜻이 담겨 있듯이 마무리가 되어 가
는 주식작전에 있어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신을 무의식중에 대변한
것이기도 했다. 갖다붙이긴.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에겐 이게 먹혔다.워낙 세
상물정 모르는 진주였으니까.븅딱.
"응 알겠어. 근데 하청오빠 만났어?"
"3달 전에."
진주와 임하청은 아버지들 사이에 친분이 있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
다.역시 부자집 애들은 끼리끼리 노는 법이니까. 셀럽이구나.부럽다.
"치.. 하청오빠 섭섭하네.중동 갔다 왔음 연락 한 번 주지."
"그형 지금 많이 바빠."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어째 그래."
"진주야 집에 가 있어.몸조리 잘 하고."
"응,알았어."
"영감한테는 안 갈 거지?"
아빠한테 가지말고 성윤의 집에 가있으란 소리였다.꾸리꾸리한 집에가서 밥
해 먹고 설겆이 하고 있으란 소리였다. 진주는 그래도 좋았다. 사랑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성윤만 있다면 모래로 밥을 해먹고 풀로 반찬을 해 먹
을 수 있을거 같았다. 성윤이 오빠는 자신을 동화속 주인공처럼 끝없이 행복
하게 해줄 것만 같았다.그래서 동화건설을 작전치는군.
"안 가.오빠만 기다릴 거야."
"그래, 고마워.그리고 사랑해."
잡것들이 공원에서 뭔짓인지 혀를 날름거리며 깁키스를 하고 난리인데 왜또
하필 근처에 모텔이 이렇게나 많은지. 아마 이것들 대실 끊겠지?
-강남의 어느 오피스텔
작전사무실엔 김 과장과 부하직원 몇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러 개
의 모니터엔 주식 프로그램인 hts가 깔려 있었다. 아이디와 비번이 이미 입
력되어 있었다. 언제든 매수,매도가 가능하단 뜻이었다. 김과장의 얼굴엔 긴
장과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무언가 큰 결정을 앞두고 있는 듯했다.
"뭐하냐?"
그때 하청이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불법매각 결사반대,대안통운 독자경
영,채권단은 자폭하라!대안통운 궐기대회에서 곧장 온 그는 여전히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다. 나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보라고 광고용으로 달
고 다니는 것이었다. 비록 뒷구멍으론 주식 장사를 하고 있을지언정. 하청이
비어있는 가운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준비 다 됐다고?"
김 과장이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방금전 찌라시 올라왔습니다."
[단독. 동화건설, 보물선 '돈스코이' 관련 특허권획득]
김 과장이 임하청에게 핸드폰을 열어 찌라시를 보여주었다.아는 애널리스트
를 통해 돌린 찌라시였다. 성윤이 좀 전에 받았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여의도
증권가뿐만 아니라 전국의 개미투자자들에게 찌라시를 돌려 동화건설에 이
목을 집중시켰으니 이제 비싼 값에 팔아먹을 일만 남은 것이다. 매도 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하청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 바닥을 비볐다.
"됐어 시작하자고."
"그런데 전무님.특허권이 아직 안 넘어와서요."
특허를 이전 받으려면 심사받고 수수료도 내야하고 등록도 해야하고.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었다. 하청은 아무상관없단듯 의자를 끌어 당기며 자리에 바
투 앉았다.
"말그대로 찌라시인데 뭘. 신경 끄셔."
"뭔말인지 알겠습니다."
어제도 상한가를 친 동화건설 주식은 외국인도 매수에 가담했다.삼척동자도
알만한 유명 외국투자자본이 드디어 들어온 것이다.이 사실이 개미투자자들
에게 동화건설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이것은 최
성윤의 지시에 의해 하청이 외국인 계좌로 위장해서 매수를 한것이다. 일명
'검은머리 외국인'. 양키가 염색했냐고? 아니다.내국인이 해외에 페이퍼컴퍼
니를 만들어놓고 그법인 명의로된 계좌를 터서 매수를 진행하면 외국인매수
로 잡히는 것이다.하청이 해외에 만든 법인이름은 '골드만 삭스리'였으며 20
억 정도 매수한 상태였다.하청은 모니터의 hts에 나타난 동화건설의 주가를
확인했다.
"현재가가 5010원이면 우리가 가진 주식이 금액으로 얼마지?"
보유수량 2200만주를 기준으로 과장이 머리속으로 대충 계산해 보았다.
"약 1100억 정도 됩니다."
"지금 물량투하해도 1000억은 뽑겠군."
상한가 잔량이 문제였다.지금 1800만주 가량 매수 대기자가 쌓여 있는데 여
기에다가 2000만주 이상 때리면 상한가 곧 풀려버리고 주가는 하락하게 될
게 뻔했다.그래서 원래는 티 안나게 500만주씩 쪼개서 4번에 파는게 정석이
었다. 그러나 성윤의 생각은 달랐다. 작전이 길어지면 꼬리가 밟힐 수 있으니
그 동안의 룰을 깨자는 거였다. 한번에 끝내자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청은
성윤이 미리 지시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과장아, 200만주 매수 더 넣어라."
"네 알겠습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혀서 마련한 돈과 명동사채 시장에서 구해 온 돈을 합치
니 여유자금 100억이더 생겼다. 이 돈을 주식계좌에 미리 입금시켜 놓았었
다. 이제 마지막 떡밥을 뿌릴시간이 된것이다.쥐약이 아니고?
"엔터!"
상한가 잔량이 1800만주 쌓여 있는 가운데 200만주가 더 쌓였다. 20,000,
같은 시각, 영식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서 담배를 연거푸 피워대고 있었다.
'동화건설 현재가 4250원.'
전일대비14.99%하락. 하한가였다. 하루 하락할 수 있는 최대치 15%에 도
달한 상태인 것이다. 영식의 기분을 망치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어렵게 구한
3억이 2억5천5백이 되어버렸다.어렵게 긁어모은 피같은 돈.더큰 문제가 있
었다.이 주식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하락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거. 암담
하기만 했다.아따 호구 왔능가.이거 유행어로 밀고 있는거냐?
다음날이 되어서도 주식은 하한가를 찍고 있었다.영식의 불안한 예감은 한번
도 틀린적이 없다. 그것도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예리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곤 한다 직감이라는게. 영식은 산다는게 참으로 좆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인생도 좆같고 주식도 좆같고 소주도 좆나게 맛이 없었다. 입만 열면 좃이
래, 입에 좆물었니?
"퍽! 치지지직.."
닭똥집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영식이 소주병을 모니터에 던진 것이다.소주병
이 모니터에 깊숙히 꽂혀 버렸다. 유리파편이 떨어져 나오고 불꽃이 튀었다.
"무슨소리야! 형님한테 가봐!"
밖에 있던 부하들이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곧 분위기를 파악
하고 영식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정말 성질 좆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