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건설 파산시켜!"
위 진성은 자기입으로 내뱉은 말에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다. 말이 쉬워 파산
이지 만약 현재 국내 건설사 도급 순위 2위인 동화건설. 이를 억지 파산시킨
다면 그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직접적으로 회사에 연관된 인원이 약
2만명. 여러 중소 협력업체 직원들을 합한다면 어마어마한 인원이 하루아침
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되는 셈인 것이다.뿐만 아니라 동화건설이 추
진중인 대규모 해외사업들도 올스톱이다.해외사업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
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손해를 끼치게 된다.이건
병신짓이나 다름없었다.누구보다 이를 잘알고 있던 위 진성이었지만 어차피
어르신의 눈밖에 난 이상, 동화건설은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단지 그시기가
대안통운 우리사주조합에 의해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양판
사의 반응을 살폈다. 니놈이 눈치도 보냐.
"양 판사, 어떻게 생각해?"
양판사는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파산부 부장판사가 은행장실까지 온 이유
가 과연 무엇이었겠는가.파뽑으라고 부르진 않았을테고 비밀리에 은밀하게
그것도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산 처리할 일이 아니고 또 무엇이 있겠는
가. 위 진성은 양판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지만 실적으로는 동화건설을 파산
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쉽게얘기해 씹새야.
이번일은 대한민국 서열 2인자가 시키는 일이었다. 기회였다. 잘 따라 가기
만 하면 지긋지긋한 파산부 부장판사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날개 없이도
하늘을 훨훨 날수 있는 자리에 서게된다. 양 성대는 국가적인 손해따위엔 관
심도 없었다. 오로지 위만 바라보기로 했다. 동화건설 파산으로 투자자들이,
국민들이,경제난으로 개고생하거나 말거나 그가 알바 아니었다. 이런 개색.
(나만 잘살면 그만인 것이다.어디 나만 그런가? 다들 그렇게 사는걸. 기회만
생기면 다들 그럴건데 뭐. 누가 감히 나에게 돌을 던지랴.)
위 진성이 말한 '어떻게 생각해?'란 단어의 진짜의미는 현직 파산부부장판사
의 입장에서 어떻게하면 동화건설의 숨통을 조여 죽일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같은 것이었다.씨방새들.
"우선 서운은행에서 동화건설에 걸어둔 채권상환유예부터 풀어야겠죠."
예상치 못한 위 진성의 결정에 장 도협은 당황했다. 동화건설은 자금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경영정상화를 약속 받고 서운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준
상황이었다. 이렇게 상환유예 조치를 해두었는데 은행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다? 전례없는 일이었다.말도 안 되는 억지였고 현행법상으로도 절대 할수
없는 불법적인 일이었다. 은행대표로 있는 도협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동안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 같아 불안했다.어쩌면 이번일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
들의 기억속에서 깨끗히 망각 될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이를 끝까지 기억
하고 있을것이다. 기억력이 좋은 역사는 끝까지 기억하고 이를 후세에 전할
것이다.역사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란걸 장도협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아는
새끼가 그러냐.
"그렇게 되면 일방적으로 워크아웃 약정을 깨는 건데요."
장도협의 이의제기에 양 판사는 심기가 불편한 듯 팔짱을 꼈다.위 진성이 장
도협의 장을 힐책하고 나섰다.
"장난하냐 새꺄. 지금 바지에 설사하게 생겼는데 남의 똥구녕 치질 걱정하게
생겼냐고!"
양성대가 보기에도 이번일을 제대로 치르려면 위험은 감수해야했다.국내 재
벌 순위 10위권 안에 들고 도급 순위 2위인 동화건설을 공중분해 시키려면
그정도 대가는 치뤄야한다.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는 없는 법이었다. 또한 일
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권력의 철저한 비호가 뒷받침 되지않는다면 절대불
가능한 일이었다. 일이 잘되면 출세 가도를 달리겠지만 만약 일이 틀어질 시
에는 국민의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했다.양판사는 위
진성에게 재차 다짐을 받아두고 싶었다.
"상부에서 긴밀한 협의와 공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가 말하는 '상부'란 행정부와 사법부 아울러 입법부를 맘대로 움직일 수 있
는 절대권력. 바로 그것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위
진성은 양판사의 속내를 알고 이내 안심시켰다.
"걱정마시게 위에서 이미 허락 떨어졌네."
위진성의 위라면 대통령..대통령이 대체 무슨이유로 이판에 끼어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장 도협은 서늘함을 느꼈다.현존하는 최고권력자가 지금 칼을 휘두
르려하고 있는 것이다. 양판사가 만족한듯 위 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
니 장도협을 쳐다보고 말했다.
"채권유예기간이 얼마나 남았지?"
"2년 정도입니다."
양 판사가 옳거니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좋니 씹새야.
"동화건설채권부터 당장 회수합시다."
장도협은 또 근심이 앞섰다.채권회수.이게 동네꼬마한테 줬던 빵을 다시뺐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타당한 이유와 명분이 서 있어야 했다. 만약 그게
없다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할수도 없는 일이었다.장 도협은 어떻게
해서든 이들의 마음을 돌려보고 싶었다.혼자 애쓴다.
"공동채권단인 외완은행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위 진성은 막무가내였다. 힘을 가진 자로서 마구 횡포를 부렸다.
"안 된다고 하지말고 내가 다 책임질테니 그냥 밀어 붙이란 말야 새꺄!"
"네 알겠습니다."
식대 걱정에 위진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적자금 가져다 쓰면서 밥값은 해야 할거 아냐 새꺄!"
무능력한 장도협을 서운은행의 은행장자리에 올려놓은 장본인.그가 바로 위
진성이었다. 정부에서 긴급하게 조성한 구제금융.이를 서운은행에서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힘쓴 이도 위 진성이었다. 그는 장 도협을 허울 뿐인 허
수아비 은행장자리에 올려놓고 맘대로 조정하며 부려먹고 있었던 것이다.고
함소리에 밥값 못하는 장도협은 주눅이 들어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그놈
의 밥값이 대체 얼마냐.
"죄,죄송합니다."
위 진성이 버벅대는 장도협을 더욱 다그쳤다. 고만해라, 마이 묵따아이가.
"공적자금 그게 아무리 눈먼 돈이라쳐도 그거 빼오기 쉬운 줄 알아? 눈깔을
확 빼줄까, 응?"
위 진성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은행의 은행장을 윽박
지르며 마구 욕을 해댔다.
"너 이새끼 자꾸 이딴 식으로 나오면 모가지야, 알어?"
"시정하겠습니다."
옆에서 떠들거나 말거나 서류를 열심히 훑어보던 양판사가 치명적인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공동채권단인 외완은행이 이번일을 진행하는데 자칫하면 방해물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위 진성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딱 잘라 말했다.
"방해가 된다면 그것도 같이 날려버려.내가 책임질테니"
서운은행과 외완은행은 공동 출자해 동화건설의 채권을 매입했다.따라서 외
환은행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 말도 안되는 채권회수 절차를 진행할 수가 있
었다. 그러자면 외환은행의 상임위를 통째로 구워 삶아야 했다. 이또한 만만
치가 않은 일이었다. 양 판사는 난색을 표했다.
"제1금융권이라 손대기가 만만치 않을겁니다."
"양 판사까지 왜 이래? 그쪽은 뒤에서 내가 빠따 좀 먹일라고 생각하고 있으
니까 아무걱정 말아."
얼마전 일어난 외환 위기로 혼쭐이 난 외완은행이었다. 경영자들은 책임을
물어 대거 물갈이 되었다. 그 틈을 이용해 곳곳에 위 진성의 심복을 심어 놓
았다. 또한 외완은행은 정부 지분이 많아 압박하기도 수월했다. 상임위원회
이고 불임위원회이고 간에 좆을 까라면 깔것이다. 뭐가 걱정인가 힘을 가졌
는데.배가 터지도록 욕을 먹은 장도협은 위진성에게 또 욕먹을 소리를 했다.
"적당히 타협하시는게 좋을 텐데요.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 5년이 지난후 혹시라도 위진성이 대통령이 되
지 못할 시에는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만약 정권 재창출이 이뤄지지 못한
다면? 보따리 싸서 해외 도피. 이게 답이었다. 도저히 뒷감당이 되지 않는일
을 벌이려는 위 진성과 양판사.그리고 꼭대기에 앉아 이들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김민중.
장도협은 이들이 새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보니 이들과 한 배
에 타게 되었지만 인간적으로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사법
부와 입법부가 최고 통수권자의 수족이 되어 멀쩡한 기업을 파산시키려들고
있다니.그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해를 입히는 일임에도 불구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거침이 없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 위 진성인 것이다. 위 진성이 장 도협을 잡아 먹을듯 노려보았다.
"이새꺄! 공적자금 토해내기 싫으면 잔말말고 당장 동화건설 채권회수 해!"
장 도협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위 진성에게 욕을 먹고 배
터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물어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었다.매를 버네.
"저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아까부터 대안통운 자빠뜨리는데 동화건설 채
권회수를 왜 해야하는지 이해가 좀 안 갑니다."
장 도협은 나사만 빠진게 아니라 개념도 상실해 있었다. 위 진성은 울릉도로
출장 나간 장 도협의 개념을 급히 불러들였다.
"새끼 졸라 개념머리없기는. 내세울거라곤 어리버리 한거 밖에 없지?"
양판사도 왜 당연할 걸 물어가지고 욕을 쳐 먹냐는듯 측은한 눈빛으로 장 도
협을 바라 보았다. 위 진성이 열변을 토했다.
"가뜩이나 동화건설 돈없어 숨이 깔딱깔딱하잖아.채권회수해봐.어떻게 되?"
장 도협은 이제야 알겠다는듯 무릎을 치며 대답했다.
"법정관리고 나발이고 바로 파산이죠! 아작나죠."
"나는 니 죽탱이를 아작내고 싶다."
장 도협은 몸을 움찔했다.위 진성 성깔로 보아 진짜 때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성질 좆같거든.
"잘 들어, 동화건설이 작살나봐. 7천억 지급보증을 선 대한통운이 돈줄이 막
혀 안막혀? 돈맥경화가 와 안와?"
위진성의 연설에 장 도협은 이제서야 뭘알아먹겠다는듯 눈을 번뜩였다.
"동-반-부-도. 사실상, 일타이피!"
위 진성은 생각했다. 이해가 빠르지 않은 장도협을 이해가 가기 전에 기필코
처리해 버리겠노라고.
"바로 그거야. 동화건설 호흡기 떼어버리고 나면 대안통운도 빼먹을거 다빼
먹고 법정관리 신청해서 법원에 넘겨버리면 끝이야."
동화건설의 자회사격인 대안통운은 이제 모회사인 동화건설과 운명을 같이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만약 동화건설이 파산된다면 빚보증을 선 대안통
운은 자연스레 법정관리로 들어갈테고 그동안 미운털이 박힌 우리사주 조합
도 힘을 잃게 된다. 왜냐면 법정관리를 탈피를 위해 감자를 단행하거나 새롭
게 투자되는 자본에 유리하도록 지분을 턱없이 싸게팔아버릴수 있기 때문이
다. 위 진성은 양 판사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그 담엔 파산부 수석부장 양판사께서 알아서 요리하시고."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마침 동화건설은 보물선테마로 주가가 급등을 하고 있었다. 곧 그 거품이 꺼
지면서 피해자가 나올테고 그러면 이를 약점 잡아서 수월하게 파산시킬 수
있었다. 일단 명분이 생긴 것이다. 더군다나 동화그룹은 현정부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후원금에 인색했다. 노머니 노머시. 그게 정답이었다. 장도협은
이제서야 위진성과 대통령이 계획하는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할수 있었다.미
술관왔냐.
국민을 통해 얻은 권력을 가지고
국민의 정권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의 기업을 망가트리고 뽀게서 먹어버린다.
국민 경제야 파탄이 나건 말건.
국민들은 영원한 호구로 살아라.
상황은 엿같았지만 장도협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했기 때문에 위 진성
에게 아부를 떨었다. 자존심도 없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내셨습니까,대단하십니다.천재이십니다."
위 진성은 장 도협의 끝없는 아둔함에 화딱지가 치밀었다.
"넌 대체 어떻게해서 은행장까지 올라왔냐, 빽있냐?"
"저는 원래 대표님 빽인데요."
위진성은 자기가 장 도협을 추천했다는걸 깜빡잊고는 급기야 자기얼굴에 침
을 뱉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양 판사 앞에서 쪽팔리게 망신살이 뻗치고야
만 것이다.쪽팔린건 아네.
"아이고 속터져.저래도 끼니는 꼬박꼬박 챙겨먹을거 아냐, 쌀이 아깝다."
"요즘 소식하는데요"
"아가리 안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