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은 돈줄이 되어줄 하청의 회사 사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혹
여라도 하청이 형이 속빈 강정이라면 당장 돈 10억도 못 끌어올 인간이라면
여기 주저앉아 더 이상 떠들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내가 급한데 남
의 사정이나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형은 그래도 자회사주식 조금씩 있잖아. 대안통운.동화증권.그것만 해도 돈
이 얼만데."
"넌 세무서에서 나왔냐? 왜자꾸 남의 재산은 들먹여."
"아니 난 재벌 갑부들은 대체 어떻게들 사는지 그게 알고 싶은거지."
"신경끄시지."
"알았어. 근데 동화건설 지분은 어떻게 분포 되어있어?"
하청은 속이 상한듯 대답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성윤에게도 한대 권해 보
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거절했다. 요즘 담배를 하도 피워서 그런지 가
슴이 답답했다.병원에 한번 가보고 싶지만 폐암에라도 걸렸을까봐 무서워서
못 가고 있었다. 몰라서들 그렇지 남자들 중에 의외로 이런 새가슴들이 많이
있다. 하청이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회장이란 작자가 부실경영책임지고 은행에 지분을 뺐겼어. 병신이지 뭐."
"그럼 남은 지분은?"
"나머진 채권단하고 개미가 깔고 앉았지."
"좀 어수선하군."
"아프리카나 중동쪽은 지금 난리야."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시작된 경제위기가 최근 유럽으로 번져 각국의 재
정건전성까지 위협 받자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물량은 물론이고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되어 있었다. 유럽이 이렇다보니 미국도 덩달아 돈줄을 죄고 특히
중동쪽에 둥지를 틀고 있던 있던 동화건설도 큰 타격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이 발생했
다.23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던 벤 알리 정권에 반대하여 대규모 시위가 발생
하였고 그결과 벤 알리 대통령은 2011년 1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
하는일이 벌어졌다.이 쟈스민 혁명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일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건설경기는 급침체되었고 상주하고 있
던 파견근로자들도 현지에서 철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 벌어먹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속도 모르는 주주들은 주가 떨어진다 지
랄들이니 이제 이짓도 못해먹겠다. 사막이 그리워."
"상황이 아주 안 좋은가보네?"
하청이 담배를 한모금 빨아 길게 내뿜었다. 재를 털고 콧기름을 손으로 한번
스윽 닦으며 말을 꺼냈다.
"똥줄 타는 냄새 안 나냐? 코도 없냐 넌?"
"중동쪽 조용해지면 또 오다들어오겠지뭐.너무 걱정마."
"이것저것 다 짜증나는데 그냥 이참에 한탕 해먹고 해외로 튈까 생각중이야."
"왜 그런생각을 해. 조금만 더 참아."
"야 8년 조뺑이 쳐봐. 너 같으면 이런생각 안드나."
성윤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잔 마셨다. 하청이 형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자
기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과 제발 같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뭘로 한탕을 한다는 말이야 대체?"
하청은 머뭇거림없이 대답했다.
"주식. 작전."
돈스코이를 찾아내고 건져내려면 큰돈이 든다.그돈을 만들어내는 방법중 주
가조작은 성윤에게 가장 쉽고 빠른방법중 하나였다. 하청의 말에 속으로 쾌
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남의 일처럼 거리를 두었다.
"여의도에 가면 작전하는 애들 많잖아."
"최 성윤 만한 물건이 있겠냐? 한땐 날리던 설계자가."
"에이 왜이러셔. 난 돈스코이 땜에 온 거지."
"아아 그러니까 작업설계 해 줄테니 돈스코이를 달라? 두껍아두껍아,헌집줄
께 새집다오?"
하청의 적절한 비유에 성윤은 경탄했다.말귀를 척알아듣고 말하기곤란한 부
분까지 알아서 시원시원하게 해설해주니 막혔던 속이 뻥뚫리는 듯했다.무엇
보다 서로 생각하고 있는 바가 같아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손발이 착착 맞아야 사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는것이다. 성윤은 훌륭한 사
업 파트너를 기꺼이 환영해 주었다.
"빙고! 설계해 줄테니 이익금은 반까이. 오캐이?"
하청이 담배를 비벼끄며 빌어먹을 소릴했다.
"지랄하고 있네.요즘 주식판도 어려워서 천하에 선수가 오셔도 못해 먹어요.
지금이 뭐 옛날 같은 줄 아냐?"
"왜또 초치는 소리야. 옛날하고 뭐가 다른데?"
하청이 손가락을 저어 보이며 택도 없단 식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성
윤의 실력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슬쩍 한번 떠보는 거였다. 자존심을 슬쩍 건
드려서 더 낚아버려는 심보였다.낚을거나 있냐.
"설거지 해줄 개미들이 쩐이없다 이거야, 쩐!"
"경제사정이 그렇게 심각해?"
"너 간첩이야.어디서 살다가 왔어?"
성윤이 무안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경제엔 도통 관심이 없어서."
성윤이 꼬랑지를 바짝 내리자 하청이 우쭐해하며 아는척을 해댔다.
"국내투자되었던 달라가 일시에 빠져 나갔잖아 의도적으로. 쩐 없는 기업,은
행 할거없이 줄도산하고 있어 지금."
"은행에 돈 넣었으면 클일날 뻔했네. 식겁."
성윤이 방만하게 살아온 걸 뻔히 아는 하청이 피식 웃었다.
"넣어둘 돈은 있고?"
"쪽팔리게 왜이래 정말."
"지금 놀란 개미들이 앞다퉈 주식을 팔고 있다고. 이런 판국에 작전? 개코같
은 소리 하덜마세요"
무안해진 성윤은 자신의 코를 만지작거렸다.자기 코가 정말 개코같단 생각이
들었다.
"거 살벌하구만."
나름대로는 건설바닥에서 잔뼈,통뼈,복숭아뼈가 굵은 하청이 이번엔 정치쪽
으로 촛점을 돌렸다.
"너 저번에 정권교체가 어떻게 이뤄 진줄 아냐?"
성윤은 불꺼진 주방에서 콩나물을 다듬듯 헤매고 있었다.정치에 대해서 개뿔
이나 뭘 알아야말이지.자랑이다.
"난 정치 몰라."
"미국놈들이 그양반 대통령 시켜주는 대신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을 갖다바치
기로 한거야."
"정말?"
"그래.미국놈들이 한국에 외환보유액이 얼마되지 않는다는것을 미리알고 달
라를 갑자기 한국에서 확빼서 외환위기를 만든다음 휘청거리는 사이에 한국
의 우량기업을 뒷구녕으로 싸게 후벼먹는거지.지금 막쓸어담고 있다니까.특
히 은행을.."
성윤은 난생 처음듣는 벼락같은 소리에 땀이 차 올랐다. 똥구녕에 껴버린 팬
티를 급히 떼어내며 말했다.
"야 이새끼들이 똥꾸녕 아주 제대로 맞췄군. 아 구려 시발."
"단군 이래 다시 찾아볼 수 없는 최대 국부유출이야 이건. 나중에 봐라 은행
에서 국민들 상대로 돈장사해서 번돈을 미국새끼들이 배당으로 다받아갈테
니. 결국은 미국새끼들 좋은일 시키는 거지."
"매국노들 판치는 좆같은 닐니리세상이 다시 돌아왔군.형말마따나 일제시대
보다 더 한 매국노 새끼들이네."
"누가 아니래. 다행히 우리 회사는 리비아에 대수로 공사를 따냈잖아.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일은 계속 하고 있다."
"그래서? 작전 할거야 말거야?"
"총알을 삶아 먹었나 왜 이렇게 승질이 급해."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싫으면 관두던가."
성윤이 일어서 나가려하자 하청이 잽싸게 붙잡아 앉혔다. 이제 갑과 을이 바
뀐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긴할건데 내말은 시간을 좀 두고 쫌.."
하청이 형이 붙잡아서 다행이지 안 붙잡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어쩌나
보려고 객기를 부린건데 막말로 이젠 하청이형 아니면 더이상 손벌릴데도없
는 상황이었다. 정말 이형이 마지막 히든카드였던 것이다. 하청이 형은 이미
반이상 넘어온 상태였다. 성윤은 더볼거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리비아 현지 담당자가 누구지?"
"내가 키우고 있는 얘야. 마침 귀국해 있는데.지금 부를까?"
"응 오늘보자고 해봐."
"그럼 이제 작전 시작하는거냐?"
성윤이 일어서며 대답대신 윙크를 날렸다.
"오늘 술은 내가 사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