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46할매와의 만남
동철네는 성윤의 생식기에서 생산되는 단백질로 든든히 아랫배를 채웠다.그
것도 3번이나. 그녀는 벌거벗은 채로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성윤 옆에 누워
있었다.그와의 격렬했던 섹스는 그녀로 하여금 마치일년에 한두번 날잡아서
먹는 특별식 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한없이 풍족하게 해주었다. 동철네는 성
윤이 건네준 그림책에 나오는 동전그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맞아 딱 이거구만."
성윤은 흥분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확실한거야? 이거 맞아?"
"정말 맞다니까."
"이걸 누가 할매한테 줬대?"
"지나가는 소리로 얼핏 듣기엔 옛날에 할매의 할매가 줬다는거 같아."
할매가 100살인데 할매의 할매면 대체 어느세월까지 기어 올라가야하는지
성윤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설마 신라시대는 아닐테고 뭔가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여자에게 되물었다.
"할매의 할매라면 거진 100년은 됐겠는데.그러면 할매의 할맨 그걸 대체 어
디서 난 거래?"
"거기까진 내가 잘 모르지. 내가 뭐 역사학자도 아니고."
"잘 기억해봐. 할매가 또 무슨 말을 했었는지."
동철네는 이쯤해서 그만 뒤로 한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처음부터 다까
발리고 나면 금세 밑천이 드러날테고 그렇게 되면 볼일 다본 잘 생긴 성윤은
이곳을 떠나버릴테니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정보를 알려줘야했다.아
는것도 모르는척 모르는것도 아는척 해가며 이놈을 여기에 붙잡아 놔야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왜그래야 하는데?누구 좋으라고 치.."
"맘만 먹으면 내가 하루밤에 5번도 할 수 있다고 말 안 했었나?"
"처.처음 듣는 말인데."
"하긴 뭐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지금까진 그걸 받쳐주는 여자
가 아무도 없었거든. 오늘인가 했는데 아닌가벼."
성윤이 삐져서 돌아눕자 여자는 초조해졌다. 잘만하면 2번 더 할 수 있는 기
회가 자신에게 올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성윤의 팬티 아래에 숨겨진 위대
한 제국을 재탐험하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쥐어 짜가며 할매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가만가만 아마 러시아 사람한테서 받았단거 같아. 그런데 확실한건 아니야.
할매가 워낙 헛소리를 많이 해가며 이말저말 마구 섞어서 나도 헷갈리거든."
"확실한 정보말야. 확실한거."
"힝..자기야."
여자는 자신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좀봐달라는듯 성윤에게
애교를 부렸다.
"근데 갑자기 웬 러시아가 나와?"
여자는 자신만 아는 비밀을 털어놓듯 조용히 말했다.
"옛날 울릉도에 러시아 배가 침몰했단 전설이 있어. 똥스코인가 뭔가가.노인
네가 그 이야길 듣고 자기 맘대로 막 갖다 붙인거지.여기저기 떠도는 소문을
지 꼴리는 대로 편집해서 진짜처럼 떠들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어."
"진짜일 수도 있잖아?"
"진짜였다면 벌써 찾았겠지. 사람들이 저동 앞바다를 이잡듯 뒤졌는데."
긴장감 넘치게 이어지던 대화가 여자의 말에 갑자기 축 늘어졌다. 허탈해진
성윤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후..성윤이 피우던 담배를 여자에게 건네주자 그
녀도 맛있게 한모금 빨며 말했다.
"역시 담배는 떡치고 난 후가 제일 맛있어 그치?"
성윤의 머릿속도 떡처럼 찐득거렸다. 가뜩이나 보물선에 대한 정보가 불충
분한데 어디서 굴러온 치매노인네에 떡에 환장한 여편네까지 떡처럼 달라붙
어서 헛소리를 떡떡 해대는 바람에 생각의 배는 떡집으로 가고 있었다. 성윤
은 주먹으로 답답한 가슴을 떡떡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깝깝하다깝깝해. 이건 당최 종잡을 수가 없네."
여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아리송 해.할매가 정신 오락가락해서 어쩔땐 금화가 저동 앞바다에 있
다고 했다가 또 어쩔땐 촛대바우 밑에 있다고도 했다가 자꾸 헛소리를 해 싸."
"지금뭐라 그랬어 다시 한번 말해봐."
"내가 뭘?"
"방금 촛대바위라 했어?"
"응 할매말로는 거기에 보물이 있대."
촛대바위란 말에 성윤의 예리한 촉이 움찔했다.마치 달팽이의 연약한 더듬이
가 뜨거운 물에 닿았을 때처럼 온몸이 찌릿했다. 그러나 겉으론 태연한척 해
야했다. 좋은정보일수록 혼자만 알아야 돈이 되는법이니까.
"말이 되는소릴 좀 해라. 바보야 돈스코이 같은 큰 배가 어떻게 촛대바위가
있는 얕은 바다엘 들어오냐? 거긴 끽해야 수심 40 미터 인데. 맨눈으로도 다
보이겠다야."
"왜 나한테 뭐라그래. 할매가 그러더라니까."
"그걸 믿냐고 글쎄."
더 싸웠다간 녀석이 또 삐질것 같아 동철네는 여기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미친노인네가 하는 소리야.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성윤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주 제대로 미쳤군."
성윤은 갑갑한 마음에 담배 한대를 더 물었다. 그리고 말없이 담배만 피워댔
다. 동철네는 술을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
지만 성윤의 예리한 촉은 이미 촛대바위를 더듬고 있었다.
-언덕 너머 할매집
할매의 오두막집은 촛대바위 오른쪽 바다건너에 위치한 바위 언덕에 지어져
있었다. 지은지도 워낙 오래되었고 손을 본지가 꽤되었는지 군데군데 기와장
이 떨어져 나가 있어서 마치 이빨이 빠진것처럼 흉해보였다.그런데 특이하게
도 마당 한가운데에 무덤이 만들어져있고 무덤 전체가 코크리트로 견고히 덥
혀 있었다. 할매가 무덤 앞에 불상을 놓고 기도를 하고 있다.주름지고 굳은살
이 박혀있는 투박한 손에서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
졌다. 기도하는 내용은 앞뒤가 전혀 맞지않았다.
"우리아들 피웅- 미사일 타고 천당가게 해주시고 우리아들 쑴풍쑴풍 자식 많
이많이 낳고 잘 살게 해주시고 우리손자 우리아들 어디갔나 밥먹을때가 지
났는데.."
이마빡에'나 치매 걸렸수'라고 써 있는건 아니지만 하는 행동으로 보아 우주
에서 가장 쎈 치매에 걸린 게 분명했다.성윤이 할매가 있는 곳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앉았다. 할매곁에 앉아 있던 두꺼비가 놀라 풀쩍 뛰어 도망갔다.
"할매!"
"이런 썩을..어여 와 우리 쉰둥이. 금방 밥상 차릴게."
할매는 생전 처음보는 성윤을 마치 아침에 나간 아들을 저녁에 맞이하는 것
처럼 태연하게 대했다.부엌으로 들어간 할매는 밥상을 들고 금세 나왔다.성
윤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평상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오늘 처음 본 사
이지만 둘 사이엔 예전부터 뭔가가 있었다는 듯 알쏭달쏭한 분위기였다.
"아따 우라지게 잘 먹네 우리아들. 그래 물고기는 많이 잡았냐?"
"하나도 못잡았어. 할머니 사탕 사먹게 돈 좀줘."
"요런 썩을 놈아 니돈 주고 사먹어. 나 돈 없다."
돈얘기가 나오자 할머니는 돌아앉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난이 죄지 뭐.
"에이 할머니 돈 많잖아. 용돈 좀 주라 응?"
성윤이 응석을 부리자 놀랍게도 그게 먹혔다.
"그려 까짓거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오늘 내가 인심 좀 쓰마."
할매가 몸빼바지 안쪽을 한참 뒤적거렸다. 성윤은 금화가 나올 꺼란 예상으
로 눈이 커져 있었다. 침을 꼴딱꼴딱 삼켜가며 두꺼비 등짝처럼 갈라진 할매
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마침내 할매가 성윤의 손을 덥썩 잡아 뭔가를 쥐어
주었다.
"가서 썩어지게 사탕 사먹어라 우리 쉰둥이."
성윤은 기대와 흥분으로 손바닥을 활짝 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