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40진주는 아픔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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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40진주는 아픔의 열매
실망스러운 성윤의 말에 진주가 한숨을 내쉬며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그
리고는 이를 악물었다.영식이 피식 웃으며 비아냥 거리듯 성윤에게 말했다.
"뭐?고작 돈 때문에 여태 니가 진주곁에 남아 있는 거라고? 니가 가지고 있
는 사랑의 깊이가 고작 그거였냐.따가운 하루햇볕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물
웅덩이였냐고?"
"......"
성윤은 입이 열개라도 아무 할말이 없었다.
"야 이거 실망인데.난 또 니들 사랑이 로미오와 쥴리엣처럼 존나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성윤이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런건 영화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라고. 너나 나나 돈냄새 맡고 이리저리 뛰
어다니는 똥개새끼들 아니겠냐."
영식은 성윤이 강하게 나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껏 성윤을 보아온 봐로
는 그가 진주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었다.영식은 성윤
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가 진주에게 원하는 것이 진정 돈 뿐인가를 알고
싶었다.
"나 이런 얼빠진 호로새끼를 봤나. 내가 닭대가리로 보이냐? 그따위 어설픈
거짓말에 속을 줄 아냐고."
"진짜야.나도 처음엔 돈좀 있는 집구석인 줄알았는데 진주 쟤네 아빠가 가지
고 있던 건설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인지 지랄인지.아맞다 프로젝트 파
이낸싱(pf대출) 잘못해가지고 있는 재산 다말아 먹고 아주 거덜이 났다드만.
에효 그지야그지.나도 최근에 알았는데 그러고 난후 진주 쟤 얼굴도 보기 싫
더구만."
성윤이 한숨을 쉬며 진주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의 시선에선 어떤 열정
이나 사랑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윤의 푸념에 영식이 흥분한 얼굴로 호통을
쳤다.
"저 아가리 누가 좀 닥치게 해주라 시발."
영식의 부하가 성윤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했다.
"우두둑~"
"크아악~"
비명을 지르던 성윤이 정신을 차린후 말을 이었다.
"경천이는 니 고향친구 아냐? 돈 때문에 친굴 죽이냐?"
"개소리 집어치우고 내 돈 20억 가져와 새꺄!"
"이런 개 쓰레기! "
쓰레기란 말에 숨기고 있던 정체성를 들킨 듯 영식이 발끈했다.
"니가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화난 영식이 성윤에게 와락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 여전히 영식의 부하가
성윤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하고 있었다.성윤은 꼼짝못하게 앞,뒤로 잡혀있
는 상황이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저항했다.
"이 길로 경찰서 가서 모든 걸 말하겠어!"
"뭘?"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사람이 죽었잖아."
며칠전 배가 폭발해 경천,까마귀,야마모토 등 세명이나 죽는 대형사고가 있
었다. 영식이 한심하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비웃었다.
"미친 새끼..특허등록 누구이름으로 되어있냐?"
아차싶은 성윤이었다.해저 매장물 발굴 특허를 성윤 앞으로 해 놓은 이상 영
식을 살인 용의자로 몰아 갈수 없었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성윤 또한 경찰의
용의 선상에서 벗어 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영식의 뒷덜미를 잡아묶을 마지막 희망마저 없어지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
다.성윤은 결연한 의지가 꺾이자 온몸에 맥이 빠져 더이상 반박할 말을 떠올
리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엔 한여름의 낮잠 같은 불
편한 정적이 흘렀다.
"큭큭 드러운새꺄. 경찰도 보물 때문에 니가 전부 죽인 걸로 알꺼다. 연쇄살
인마 되고 싶냐?"
영식은 영악했다. 경찰에 이번 사건에 대해 알리면 자연스럽게 돈스코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터이고 보물탐사의 선두에 섰던 성윤은 자연스레 살인
용의자가 될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모를리 없는 성윤이었다. 따라서
최성윤이 지금 괜한 허풍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영식은 정확히 간파하고 있
었던 것이다.
"교활한 쓰레기!"
영식은 화상으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는 자신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말했다.
"구이값,원금,이자 한데묶어서 현찰 20억이야.아님 좆같은 노다질 건져오든
지 알아서하셔. 기한은 한달이야. 만약 그때까지 내가 원하는 수준의 선물을
내눈앞에 가져다 놓지 못하면 손가락 마디부터 시작해서 온몸 마디마디마다
잘라 줄테니까 알아서 하고. 서두르는게 신상에 좋을꺼야. 너무 늦으면 손이
없어서 진주 저년 젖탱이도 못만지게 될테니까."
"결국 돈 없으니 노다지 건져오란 소리군."
영식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따 그새끼 눈치 하난 총알같이 빠르네."
"죽어도 못해!"
"못해?야들아 연장 가져와라."
충성스런 영식의 부하가 뒤로 꺾여 있는 성윤의 팔을 더욱 세게 조였다.
"크헉."
성윤이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더 충성스러운 부하가 어린애 키
만한 절단기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영식이 절단기 안에 성윤의 엄지손가락
한마디를 넣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히어 위 고우."
(우리오빠한테 그러지마!)
입에 재갈을 물고 기절해 있던 진주가 어느새 눈을 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
르고 있었다.
"퍽!"
옆에서 방방뜨며 절규하는 진주의 목덜미를 부하가 주먹으로 후려치자 그녀
는 고개를 떨구고 기절했다.영식은 생각을 다시 고쳐 먹은듯 하던 행동을 멈
추었다.
"보물 건지는데 지장받지 말라고 내가 이번 한번은 봐 준다. 대신 좀 색다른
선물을 주겠어."
영식이 서랍에서 사진을 꺼냈다.약에 취해 몽롱하게 누워있는 진주의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그는 진주가 기절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쓴 웃음을 지으며
성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않으면 진주 아빠가 8시 뉴스에서 이걸구경하게 될꺼
다.물론 돈 때문에 니가 보낸 협박편지로 꾸며질테고. 그렇게 되면 넌 영원한
쓰레기가 되는거야."
"나쁜새끼."
"어떻게 알았지 내가 나쁜새낀걸."
영식의 부하가 성윤에게 다가가 다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그러는 동안
영식은 태연하게 앉아 닭고기를 뜯어 풍뎅이 먹이로 던져 주고 있었다.
"퍽!..퍼~억..팠!..파박!!쿵!!"
"캭!
어느새 정신을 차린 진주가 피떡이 되도록 맞고 있는 성윤을 보자 다시 비명
을 지르며 기절해 버렸다.죽기직전까지 맞았지만 근성있는 성윤이 힘들게 입
을 열었다.
"죽여버리겠어 니놈을."
"제발 좀 죽여다오. 요즘 살기싫어 미치겠다."
성윤의 눈엔 영식이 커다란 딱정벌레처럼 흉칙해보였다.허리를 동그랗게 말
고 하얗고 긴 팔다리를 움츠린채 기절해 있는 진주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슬
퍼보였다.딱정벌레가 이제곧 톱니처럼 생긴 이빨을 움직여 누에고치의 연약
한 살갗을 뚫고 그안의 즙액을 쪽쪽 빨아먹을 것만 같았다.빈쭉정이가 될 때
까지 무한흡입 할것만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튼 저년은 사서 고생을 해요. 이름때문인가.진주.고통이 없으면 진주는
생길 수 없다.진주는 아픔의 열매다.뭐 씨발 이런건가?"
짝짝짝. 부하 은성이 영식의 말에 감동받아 박수를 쳤다.
"명언이십니다 형님. 아름답습니다 형님."
한편 성윤은 여지저기 찢어진 상처를 견디면서 이를 박박 갈았다.
"이 악마새끼야. 이상황에서 말장난질이냐? 넌 인생이 장난같냐?"
"니귀엔 장난처럼 들리냐?내말 못 알아들어? 귓구녕에 좆박았냐? 퍽!"
영식이 성윤의 얼굴을 주먹으로 몇 방 갈겼다.그는 엿가락처럼 힘없이 축 늘
어졌다.끄응.부하가 팔을 풀자 성윤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 고꾸라졌다. 한참
만에 겨우 일어난 성윤이 힘없이 방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금덩어리 건져 올 테니 진주는 그냥 내버려 둬. 그 사진도 없애버리고. 서툰
짓하면 노다지고 뭐고 모두 끝장인줄 알아."
"진작 그렇게 나올것이지."
이제 성윤과의 일은 일단락이 된것이다. 성윤은 한다면 하는 인물이었기 때
문에 더 이상 의심없이 일의 추이만 바라보고 감시하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
이다.영식은 종이 쪽지에만 남아 있는 죽은 경천과의 채무를 다시 꺼내 들었
다.영식은 성윤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닭기름 묻은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
은 후 차용증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부하 한명이 영식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문을 열고 나가 조용히 성윤의 뒤를 밟았다.
[채권자 김 경천, 채무자 김 영식.]
영식은 1억 원이 씌어있는 차용증을 반으로 찢어 부하 은성에게 건냈다.
"깨끗이 치워버려."
"어? 형님, 이거."
영식이 건넨 찢어진 차용증을 휴지통에 버리려던 부하가 같이 섞여 있던 수
표 몇장을 발견했다.
"동생 대학간다며? 등록금내야 한다며?"
"형님..저번에도 이러시더니.."
영식이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화제를 돌렸다.
"보물선, 이거 너무 위험해. 노리고 있는 새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총알이
장전되어 있을땐 총 뒤가 가장 안전하다. 너도 잘 배워둬라."
"예 형님."
"일단 한발 물러나서 성윤이 새끼를 잘 감시해야겠어."
보기와는 다르게 영식은 영특하고 거기다 아는 것도 무진장 많아 보였다. 적
어도 한달에 아니 평생 책 몇권 안 읽어본 무식한 은성 눈엔 그렇게 보였다.
"최선을 다해서 놈을 감시하겠습니다, 형님."
"음 그래그래. 이렇게 해서 경천이한테 갚아야 할 1억은 깨끗이 사라졌고."
영식은 말을 하다말고 다시 정신을 차린 진주의 하체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서방은 노다지 캐느라 바쁠테니 진주야. 우리는 여기서 한가하게 조개잡이
한번할까? 졸라 에로틱하게."
진주는 역겹다는 듯 인상을 쓰며 눈을 감았다.부하 은성이 조용히 문을 닫고
자리를 피해주었다.
-성윤의 집
방안 침대 위에 주사기가 널려 있고 영식과 진주가 발가벗은 채 누워있었다.
영식은 진주의 봉긋한 가슴팍을 함부로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좋지, 썅년아."
진주는 영식의 손놀림 하나하나에 몸을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흥.흥. 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