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38소브린금화

cis1930(41)
Published in
#kr
Words
1337
Reading
6 min
8y
Listen to this post
~9 min

돈스코이-38소브린금화
위생을 생각한 홀아비 아들이 걸레보다 훨씬더 더러운 자신의 소매에 금화를
정성스럽게 문질러 닦았다.그리고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이빨로 꽉 깨물어
보았다. 귀부인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동전에는 참말로 우연이겠지만서도 목
부위에 쪼가리 씹힌것처럼 사내의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주머니에서
종이조각을 찾던 선장은 사라진걸 알아차리고는 자신의 가슴에 묻은 피를 검
지로 찍어 방바닥에 큰배를 그린 후 촛대를 그렸다. 그리고 앞에 수평선을 그
린 후 수평선 밑에 작은 배를 그렸다. 그림솜씨는 영개판이었지만 대충 뭔내
용인 줄은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쿨럭이던 그는 작은 배안에 동그
라미를 가득 그려 넣었다. 필사적이었다. 그때 철부지 어린딸이 콧노래를 부
르며 방안으로 들어왔다.푸른 눈의 선장을 보자 호기심에 눈이 동그래져서
잽싸게 아빠 옆에 다가가 앉았다. "쿠당탕탕.."
그녀는 작은 손가락으로 선장의 가슴팍에 나있는 구멍을 두드려도 보고 쑤셔
도 보았다.그때마다 선장의 비명소리가 천지를 울렸다.딸은 구멍을 만질때마
다 소리를 내는 플롯같은 사람을 보자 신기한 듯 아빠한테 물었다.
"누구야?"
"응, 우리 딸..나가 놀아."
"싫어, 나도 여기서 같이 놀래."
선장의 죽음을 예감한 김 노인도 여긴 손녀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 생각 한듯
얼른 내쫓으려 했다.
"이눔 기집애 버르장머리하곤, 어여 나가 놀라니깐!"
서러운듯 손녀는 눈물을 찔끔거렸다.
"할머닌 맨날 나만 미워해."
사내는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잇조각을 주워 아무생각없이 어린딸에게 주
며 달랬다.좀전에 선장이 주머니에서 흘린 바로 그 종이였다.
"이거 보물찾기지도. 나가서 이거 찾고 놀아."
"알았어.헤헤."
아들이 방에서 나가는 어린 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무한테도 이 눈파란 아저씨 얘기하면 안 된다."
"알겠어 헤헤."
말 잘듣는 딸의 뺨을 어루만지며 입이 헤~벌어진 사내는 침을 줄줄줄 흘리
며 딸바보가 되어버렸다.
"아고 예뻐 우리 딸. 은경이 누구딸?"
"아빠 딸.헤헤."
딸이 나간 사이 선장은 이미 숨을 거두었다. 집안에서 사람이 죽자 노인과 아
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열나게 당황한 김 노인이 졸라게 황당한
아들에게 물었다.
"웜메 시방 요것이 뭔 상황이다냐?"
"울릉도 앞바다에 금화 든 배가 가라앉아 있단 말 같은데라우."
"금화?그럼 필시 어제밤 일이랑 상관있을턴디."
어제밤 불이 붙은 커다란 서양배가 마을앞 바다에 나타나는 바람에 오징어
배를 띄워 사람들을 구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구해놓고보니 러시아사람들
이었는데 곧 도착한 일본군이 모두 잡아갔다. 이집은 마을과 약간 동떨어진
외진곳에 위치해 아직 일본군이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 큰배말고 촛대바우 밑에 작은배가 가라앉아 있단것 같은데유. 그란데 고
것이 있어도 물이 깊어 못 들어가잖우?"
김 노인이 안타까운듯 절구통으로 허벅지를 내리치며 말했다.
"워메 그림의 떡일세."
"아따 엄니는, 떡치는 소릴랑은 그만하시고 일본군 들이닥치기 전에 어여 시
체부터 치웁시다. 그나저나 백년 후면 생길라나, 물속에 들어가는 기계가."
아들의 한숨소리에 김 노인은 금방 손녀가 나간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말그라. 쟈가 아 낳으면 고놈이 건져올릴테니 말이다."
"워메, 그럼 우리 자손들은 돈걱정 안허고 살갔고만그려."
"아그걸 말이라고 쳐해쌌냐! 고생은 이제 너하고 나로 끝이란 말이제."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아는거라곤 물고기 잡는 일과 물고기 내장따는일
밖에 모르는 사내로서는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를 겨우
연명해나가는 그에겐 무엇보다도 자식교육 걱정이 앞섰다.이미 뭍에서는 디
젤 엔진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마차대신 굴러다니고 서양의 신지식을 가르
치는 선진교육이 들어 온걸 배편을 통해 전해듣고 있었다. 학교도 없는 이곳
울릉도에서 조개껍데기나 만지작 거리며 노는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시대에
너무 뒤쳐져 있는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사내에게는 어릴적 꿈이 있었다. 그
는 유명한 해양과학자가 되어 바다 속을 탐험해 보고 싶었다. 깊은 바다속 미
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희귀한 동,식물들을 노트에 기록하며 살고 싶었다.
자신이 진정 원하고 있는게 생물학자인지 아님 탐험가인지 아님 참치잡이 어
선 선장인진 잘 몰라도 암튼간에 그냥 바다가 좋았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가슴도 함께 고동치고 있었다.똥구멍이 찢어지도록 집안이 가
난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초등학교라도 나와 언문이라도 깨우쳤더라면 어떻
게 해서든 뭍에 나가 꿈을 이뤄보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자기이름 석자만 간
신히 쓸 수 있을 만큼만 글자를 알았다.이 당시만 해도 서양에서 들어오는 대
부분의 정보는 글자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었기에 글을 모르는 그에겐 딱 울
릉도 크기 만큼의 경험세계와 정신세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사람은 자기눈
으로 보이는 만큼만 알 수 있고 읽는 만큼만 볼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못배운게 한이 되어 버린 사내는 이제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다. 마을 앞바다
에 침몰해있는 금화만 건져올릴수 있다면 이 가난의 수렁을 벗어나 서울가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린딸, 은경이에게 최고의 집에서 최고
의 음식을 먹이며 대학까지 보내줄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칠십 평생을 손발
이 부르트도록 일해온 어머니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수있
는 것이었다.이 금화야말로 앞바다에 침몰한 배야말로 그에겐 인생역전의 기
회나 다름아닌 것이었다. 사내의 눈은 이미 야망에 불타 올랐다.당장 금덩어
리를 찾아내고 싶었다. 그는 희번덕 거리는 눈을 하고는 노인을 쳐다 보았다.
"엄니 오래오래 사슈. 내가 꼭 호강시켜 드릴라니께."
"그러니깐 죽은 여편네 잊고 어여 새장가 들라니께."
"아 엄니, 그애긴 됐으니께 그만 하슈."
"되긴 뭐시가 되었다냐. 밥이 되었다냐, 죽이 되었다냐? 니놈이 홀애비로 늙
어가고 있는데 이 애미가 벽에 똥칠할때까지 살아서 뭐하간디? 벽에 칠한 똥
이 누구똥인지 모를 때까지 살면 뭐하겠냐 이 말이여."
"아유 엄니 이렇게 똥이나 푸고 있을 때가 아녀. 곧 일본 놈들 들이닥칠꺼여.
싸게 시체 치우고 금화도 감춰야 혀."
그제서야 노인은 조선반도는 물론 제주도와 울릉도까지도 일제의 감시하에
놓여있는 현실을 깨달았다.완벽히 식민지화 된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조선은
일제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일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조선반도는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어제일도 그렇거니와 러시아 보물선이 울릉도 앞
바다에 침몰해 있다는 사실을 일본군이 알면 감시는 물론이거니와 한명씩 불
려가 추궁당할것이 불보듯 뻔했다.
"암만.어여 치워야제."
김 노인과 아들이 방바닥에 그려진 그림을 서둘러 걸레로 지웠다. 그리고 선
장의 시체를 얇은 이불에 감싸 뒷마당으로 끌고 나왔다.
"후두득 후두득."
무슨 영화처럼 죽은 선장을 땅속 깊숙히 묻고 있는 김노인과 아들의 머리위
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시커먼 두꺼비가 당구공만한 눈알을 꿈벅거리
며 이를지켜보고 있었다.그 왕두꺼비는 비를 피해 날아가는 똥파리 한마리를
혓바닥으로 낼름 낚아채 먹어버렸다.
-위 진성의 사무실 / 현재
위 진성은 의자에 자신의 몸을 싣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중이었다. 그는 마치
넓은 바다에 작은 점같이 떠있는 조각배처럼 고요하고 쓸쓸해 보이기까지했
다.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다가오는 소리에 이어 노크 소리가 들
렸다. 그의 표정은 고요의 흰 껍데기를 뚫고 나와 어느새 붉게 긴장되어 있었
다.
"오재만 실장이냐? 들어와!"
위진성의 바램과는 다르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는 놀랍게도 오 실장
이 아닌 폭발한 배에 타고 있던 영식이었다.
"선생님, 접니다."
폭발사고로 흉하게 그을린 영식의 얼굴을 보고 위 진성은 다시 한번 놀랐다.
마치 저승에서 돌아온 귀신을 쳐다보듯이 눈이 크게 팽창되어 피톨이 서 있
었다.
"얼굴이 어쩌다 불고기가 되었나?"
"6시에 터져야 할 폭탄이 5시 50분에 터졌습니다."
위 진성은 의자에서 튀어나올 듯 상체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 있었다.그의 눈
썹은 마치 피냄새를 맡은 하이애나의 콧잔등처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그럴 리가 없어.정교하게 디지털신호로 작동하게 되어 있어서 오차는 절
대 있을 수 없는거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모두가 제불찰입니다."
"돈스코이는?"
"존재는 확인했습니다."
영식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위진성은 몸을 다시 의자 속으로 깊숙히 묻
었다. 침전되어 있던 퇴적층의 먼지가 한꺼번에 솟구치듯 위 진성의 쇠된 목
소리가 의자 속에서 흘러 나왔다.
"위치는 기록해 뒀겠지?부표말이야."
(위치?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겨온 사람한테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날죽이려고 6시에 터뜨려야할 폭탄을 10분 일찍
터지게 조작한 놈이 바로 너란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영식은 말없이 위 진성을 쳐다보았다.위 진성에게 있어서 영식자신은 목적지
에 닿기위해 무한소모되고 때론 완전산화되어 아무때나 교체 할수 있는 단순
소모품에 불과하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먹이를 찾으려는 새가 날아오르기 위
해 처음 힘찬날개짓을 할때 떨어지는 작은 깃털. 자신의 존재감은 그 깃털의
무게만큼임을 안 영식은 허탈했고 분노했다.그러나 아직은 자신의 분노를 위
진성에게 들켜서는 안 되었다.참고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뒷통수
를 쳐야만했다. 영식은 위 진성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애써 감추기 위해 뜨겁
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보시다싶이 미처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냥 딱봐도 영식의 얼굴은 불고기 4인분은 나올만큼 심각하게 구워져 있었
다.인정머리라고는 거북이 배꼽에 난 털만큼도 없는 위 진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말짱 도루묵아냐. gps만 가지고 어떻게 찾냐고. 내가 부표 뛰워 놓으
랬지! 이쌔끼가 지금 장난해?"
"솜씨 좋은 길잡이를 통해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최 성윤은?"
"저말곤 생존자가 없습니다."
위 진성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영식을 향해 말했다.
"내가 연락 할때까지 조용히 짱박혀있어! 나가봐!"
영식이 나가며 위 진성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영식은 마치 딱딱한 음식을 씹
다 생긴 쓰라린 상처를 참고 있는듯 어금니를 굳게 다물고 있었다.
위 진성은 영식이 살아 돌아온게 영 탐탁치가 않았다. 일부러 폭발시간을10
분 일찍 맞추어서 이번기회에 최 성윤과 함께 원세트로 묶어서 같이 골로 보
냈어야 하는 건데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일단 돈스코이의 존재를 확인했고
gps상의 좌표도 받아낸 이상 위 진성에게 영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괜
히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양아치 깡패였다.뿐만 아니라 영식은 머
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놈이란걸 위진성은 잘 알고 있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에 어른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실수였다. 바로 제거하기 위해 외부에 전
화를 넣었다. 띠리리.. 띠리리..뚜둑..
위 진성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혹시 모를 나중 일을 생각해서 실제 두눈
으로 돈스코이를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인 영식을 살려두어야겠단 생각이 들
었기 때문이었다. 뿐만아니라 굳이 위진성 자신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힐 필요
는 없을것 같았다.때가 되면 윗선에서 알아서 처리해줄 문제이기도 했다. 그
냥 오늘처럼 따끔하게 몇마디해주며 당분간은 데리고 가는데 좋을듯 싶었다.
숟가락으로도 자를 수 있는 부위를 굳이 칼로 벨 필요가 있겠는가.

돈스코이-38소브린금화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