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 -36 돈스코이호의 침몰

cis1930(41)
Published in
#kr
Words
986
Reading
5 min
8y
Listen to this post
~7 min

돈스코이-36돈스코이호의 침몰
-1905년 5월28일 오후8시.
나히모프호로 부터 백금괴를 넘겨 받은 돈스코이호는 밤의 어두운 그림자를
틈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울릉도 저동 앞바다 남-서쪽 2km지점을 지나가
고 있었다. 그때였다.웨에에엥~소리를 내며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일본함대가 나타났다!”
곧이어 조명탄이 하늘 높이 쏘아지고 함포소리가 이어졌다.펑, 펑,펑..
소이탄과 포탄이 빗발치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돈스코이호는
작은 보트를 옆구리에 매단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동시에 선원들이
보트에 나무 상자를 이탈리아의 발처럼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쿠쾅.쿠쾅.쿠쾅..콰르르르~"
일본군의 엄청난 화력이 집중되어 돈스코이는 금세 화염에 휩싸였다. 선체는
수많은 총알자국과 포탄자국으로 심하게 훼손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불까지
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좌초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
지만 일본군은 갑자기 공격을 뚝 멈추었다. 칼보다 더 무서운 침묵이 시간을
베고 있었다. 돈스코이호 조종실에 있던 부선장이 선장에게 의야한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왜 포격을 멈춘걸까요?"
"항복을 받아 내어 금을 차지하려는 수작이겠지. 우리가 반대방향으로 온 걸
놈들이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대로 가다간 배를 빼앗깁니다!"
"......"
선장은 급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눈을 감고 고요 속을 거닐 듯 깊은 생각
에 잠겼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애써 침착하려 했다.일본
군에게 금을 빼앗기기보단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는 걸까.
"피슝."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군 저격수의 총알이 날아와 선장의 한쪽팔에 명중했다.
"퍽.."
선장얼굴에 있는 주름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부선장의 도움을 받아
다친 팔을 헝겊으로 감싸 임시로 지혈을 했다. 일본 함정이 점점 더가까이 접
근해 왔다.그들이 쏜 위협포가 조종실 바로 앞바다에 풍덩 떨어졌다.푸화악..
물파편이 마치 포탄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배위에 쏟아져 넘어왔다. 부선장이
선장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한시가 급합니다!"
"......"
선장은 여전히 자기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선장님!"
드디어 선장이 중대한 결심을 한듯 눈을 탁 떴다.
"수심은?"
"300미터 이상입니다!"
"깊이는 충분하군. 이배는 절대 빼앗길 수 없다. 배수판을 모두 열어라. 배를
침몰시킨다!"
"옛?"
세상에는 해야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것이 더 많은 법이다.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순간 인생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배를 침몰시킨다는 말에 부
선장은 경악했으나 선장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상자는?"
"돈스코이를 버린다니 말이 됩니까?"
"이기고 있는 경기는 그대로 진행하되 지고 있는 경기에는 큰 변화를 주어야
이길 수 있는 법이다.상자는?"
심오한 선장의 생각에 거스를 수가 없었다.부선장은 무조건 명령에 따르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명령하신대로 100번 까지 모두 실었습니다!"
나히모프호에서 돈스코이로 옮겨 실은 500개의 상자 중 100개를 보트에 따
로 실으라는 선장의 명령이 있었다.부선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짜르황제의 특별명령을 받고 임명된 선장이었기 때문에 그의 명
령을 무조건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게 다 러시아제국을 위한 일일테
니 말이다.
"당장 탈출보트를 내려라.지금 이시각 이후로 돈스코이를 버린다! 모든 선원
들에게 탈출을 명한다!"
"네 알겠습니다. "
부선장이 명령을 하달받고 탈출경보를 웨앵웨앵 울리자 당황한 몇몇 선원들
이 선실에서 빠져 나와 물로 급히 뛰어들었다.첨벙첨벙..물거품이 인 자리에
총알이 벌떼처럼 날아들었다.투타타타타..제각기 탈출을 시도하는 돈스코이
선원이 일본군의 시야를 분산시켜 준 덕분에 선장은 정체를 들키지 않고 움
직일 시간을 번 셈이 되었다.선장은 전에 제독이 주었던 서류철을 급히 꺼내
맨 뒷장을 찢어 주머니속에 넣었다.그리고 나머지 서류는 깨진 창을 통해 바
다로 던져버렸다.돈스코이는 선원들의 공포와 비명을 삼킨 채 로마제국처럼
빠르게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울릉도 근해
까마귀가 잠이 덜 깬 얼굴로 조정석에 앉아 있는 야마모토에게로 뛰어왔다.
성윤도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 왔다. 경천은 누운채로 꼼짝않고 콧방귀를 뀌
었다.
"이젠 안 속아 씨발부라더."
"뭐야? 뭔데!"
까마귀가 묻자 야마모토는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윤을 찾았다.성윤
은 이미 옆에 와서 화면에 나타난 길고 넓적한 물체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노..깊어서 확신 할수 없지마느 배가 학실한거같으므니다."
더 이상은 안 속을 거라고 투덜거리며 누워있던 경천이 어느새 튀어와 신나
서 펄쩍 뛰었다.
"배지? 맞지?"
성윤이 침을 삼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초음파 신호를 세게하면 좀 선명하게 보일꺼야."
성윤이 레벨눈금을 높이자 윙~소리를 내며 배모양의 물체가 화면에 더욱더
선명하게 나타났다.다들신나서 방방뛰며 들떠있는데 오직 영식만이 매우 회
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돈스는 수심150미터에 있다며? 이건지금 400m가 넘잖아! 직감과 희망을
혼돈하지 말라니까 자꾸그러네."
야마모토는 깊이 따위는 무시해버리고 희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규모르 봤을때 돈스꼬이일 확률이노 높스무니다."
김칫국을 사발로 마신 경천이 감격해하며 말했다.
"진짜 있었던 거야, 똥쓰코부라더가."
이럴줄 진작 알았다는듯 영식이 거들먹거렸다.
"거봐 내가 뭐랬어."
까마귀는 여태 부정적이었던 영식에게 기가막혀서 물었다.
"니 뭐라꼬 했는데?"
늦은 저녁식탁에서 배고픈 사람이 먼저 숟가락을 든다고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영식은 들은 척도 하지않고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바빴다.
"금이 5천 톤이라면.. 금 한돈이 3.75그램맞나.."
성윤이 운전석에 놓인 종이조각을 보며 야마모토에게 물었다.
"이거 돈스코이호 동선 같은데 어디서 난거냐?"
"아노.."
성윤의 예감은 정확했다. 종이에 그려진 내용은 1905년5월28일 당시 돈스
코이호와의 무전내용을 기반으로 러시아 해군본부에서 이동위치를 수시로
체크해 직선으로 나타낸 것이었다.돈스코이호와 마지막으로 통신이 이뤄졌
던 바로 이지점에서 직선은 멈추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성윤일행의 배도 같
은 지점에 서 잇었던 것이다. 경천도 이제 눈치를 깠는지 야마모토의 뒷통수
를 내리쳤다.
"개새끼부라더야 이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알렸어야지.쉽게 찾을걸 너때문에
여태 개고생했잖아 이 씨발부라더야."
까마귀도 화가 났는지 야마모토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역시 쪽바리새끼들은 못 믿는다니까. 죽어 이새꺄!"
영식은 누가 옆에서 싸우던말던 신경쓰지 않고 다시 머리속 계산기를 두드리
기 시작했다.
(그럼 한 돈에 대충 20만원잡고,나누기 3.75에..곱하기 천..곱하기 5..곱하기
2백..어디보자...단. 십. 백. 천.. 천억, 조...15조? 150조?...허 시바 계산 안되
네.거기다가 배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다큐제작도 하면 그저작권료에 광고비
,에니메이션,영화,관광등 세계인들 상대로 팔아먹을게 무궁무궁하네.돈스코
이호를 울릉도에 그대로 복원하여 테마파크를 만들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만들수도 있는 일이잖아. 금은 둘째치고 사업적 가치로 따지고보아
도 실로 어마어마한 값어치가 있는 셈이군.)
그동안 전세계를 무대로 장기만 팔아먹던 영식은 이제 돈스코이라는 무궁무
진한 아이템을 팔아먹을 수 있는거였다. 그것도 합법적으로.그의 머리통으로
는 조단위를 넘어가는 계산이 너무나 벅찼다.그러나 앞으로 돈스코이가 어마
어마한 비지니스가 될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했다. 야마모토를 때려눕힌 경
천이 영식에게 물었다.
"돈이 얼마나 되는거냐 씨발부라더."
영식은 경천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돼지에게 스테이크 먹는 식사 예절을
굳이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돼지에겐 배를 불릴 양만큼의 고기만 필요할뿐
이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제대로 식사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순간 돼지를 화
나게 만들고 자신은 귀한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돈스코이의 진짜 가치
를 모르는 이런 무식한 인간에겐 무답이 정답이었다.

-어느새 저녁
모두들 기분좋게 취해 있었다. 경천과 까마귀에게 실컷 얻어 맞아서 눈가에
시퍼런 멍자국이 있는 야마모토도 화해를 했는지 떠들며 웃고 있었다. 뽕짝
소리가 이어지면서 기분이 한껏 업 되어있는 경천은 혼이 나간 듯 춤을 추고
나머지 일행들은 건배를 했다.경천이 취한 영식을 일으켜 같이 춤을 추려 했
다. 여태 싸우며 지랄 떨다가 친해지려니 어색해서 눈을 흘기며 몇번 거절하
다가 영식은 마지못해 일어서며 이상한 춤을 추었다.
"그랴 가짓꺼,이제 갑부가 된 마당에 싸우면 되겠냐.자 놀아보자고..잇햐.."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나 되는대로 막춤을 추었다.작은 배도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춤추듯 흔들거렸다. 흥에 겨운 까마귀가 건배를 외쳤다.
"돈스코이를 위하여!"
"위하여!"
혀가 꼬부라진 발음으로 모두가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잠시후 일어나
게될 종말을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듯 생의 마지막처럼 죽어라 마셔댔
다. 마치 내일따위는 없는 사람들처럼 오늘 지금 이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돈스코이 -36 돈스코이호의 침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