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35해양치매
"윙윙윙..끼륵끼륵..끼륵끼륵.."
마치 괴상한 새울음같은 소리에 놀란 경천이 영식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이건 씹새 우는소린가?"
"니네 동네에선 씹새가 저렇게 멋지게 우냐 씹새야."
경천과 영식의 말싸움에 나머지 사람들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그러나 함부
로 끼어들수도 없었다.이둘이 워낙 무시무시한 깡패들이라 참견했다간 자칫
화를 자초 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칼을 들고 총싸움을 말릴수는 없는일 아
니겠는가. 오바는.그래도 이젠 차라리 누가 죽든 둘이 한번 제대로 붙어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탐지기 화면엔 넓게 분포되어 있는 작은 점들이 보였
다. 작은 점들은 떼를 이루어 한꺼번에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점이 춤을 추는 듯 했다. 성윤이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자세히
확인해 보았다. 실망한 그가 비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등어 떼."
절망한 까마귀가 마이크를 들고 친절하게 기내 방송을 했다.
"이런 씨바랄 허탕입니다. 돈스코이를 찾으러 다시 이동합니다."
경천은 실망과 절망을 넘어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렸다. 머릿속 생각들은 뇌
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대를 통해 혀로 뱉어져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런 개썅놈의 고등어새끼들."
경천의 욕파티에 질려버린 까마귀가 신경질적으로 배를 움직였다.
"부르르릉~"
그바람에 세워져 있던 박스 하나가 경천이 서있는 쪽으로 쾅하고 넘어졌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에이 시발 지랄하고 자빠졌네."
고등어가 소주 안주가 되기 위해 구어지는 정도의 시간이 지난후 배는 처음
있던 자리에서 꽤 많이 이동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다들 힘이 빠져서
축쳐져 있는데 경천만 혼자 신이났다.술이 떡이 되도록 취한 그는 바다를 향
해 오줌을 갈겨댔다. 따뜻한 물을 좋아라하는 온대성 어류인 오징어가 주위
로 몰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거시기를 꽉잡고 좌우로 흔들며 공평하게 나누
어 주었다.복지사회 구현에 앞장선 경천은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웃어댔다.
"크홧홧홧."
영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또라이 새끼 완전 미쳤군."
해신께서도 경천의 경천동지 할 만행을 더이상은 못참겠는지 느닷없이 경보
음을 울려댔다.
"띵.띵.띵~"
다들 화면 앞에 모여들었다.푸른색 바탕화면에 작은 점이 하얗게 깜빡였다.
까마귀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점을 향하여 천천히 배를 이동시켰다.
잠시 후 목표지점에 도착한 이들은 또 한번 실망하고야 말았다.레이다에 포
착된 물체는 침몰선이 아닌 바다 거북이였다. 팔다리가 그물에 얽히고 입에
낚시바늘이 걸려서 안타깝게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경천이 이번엔 바다횟
집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신선한 욕을 선보였다.
"이런 씹할 거북이 새끼. 등짝을 와다닥 뜯어서 요광으로 써벌라."
닭을 사랑하는 영식은 어떻게 해서든 닭이랑 엮어보려했다.
"아냐 닭이랑 넣고 뽀글탕뽀글탕 끓여서 용봉탕을 만들어야 해."
"배를 갈라서 까마귀 둥지로 쓰면 딱이겠네."
동지애가 각별한 까마귀였다.
성윤은 살아보겠다고 허우적대는 거북을 보자 마치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했
다. 영식의 치사한 계략에 콧구멍이 꿰어 허우적대고 있는 자신이 거북과 별
반 다를게 없는듯 했다.그는 거북의 입에 걸린 바늘도 빼주고 팔다리에 얽혀
있는 그물도 풀어준 후 택시타고 가라고 콧구녕에 천원짜리 지폐도 몇장 끼
워 보내주었다.
"째깍째깍."
성윤의 시계는 잘도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덧 저녁, 힘이 빠진 이들을 어둠과 정적이 납처럼 무겁게 더 짓누르고 있
었다.경천이 병소주로 나발을 불어대며 또 진상을 떨고 있었다.
"아 시팍 정말 있긴 있는 거냐?"
성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좀더 찾아봐야지뭐 별 수 있어."
"깝깝허다."
소주에 마지막 남은 닭발을 뜯어먹는 영식을 보며 경천이 말했다.
"저 씨봉다리는 분명 노비의 후손일꺼야. 족보에도 없는 음식을 저따구로 쳐
잡순는걸 보면."
멀리서 등대가 점멸하며 어두운 바다와 더 어두워 보이는 성윤의 일행을 마
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비추고 있었다.
- 시간경과/울릉도 근해 (낮)
까마귀가 배를 지그재그로 이동시키며 탐사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
저 끝없이 펼쳐진 바다만 보이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 거기가
거기 같겠지만 까마귀는 자신만의 예리한 감각으로 탐사작업 중이었다.그는
우리나라의 높이기준인 인천만의 평균 물높이 즉 해발고도를 감안하여 물길
과 바다색, 그리고 물맛까지 봐가며,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가며 때론 경천의
쌍욕도 들어가며 열심히 배를 몰았다.
성윤은 뚫어져라 화면을 보고 있고 나머진 선미로 나와 있었다. 장기간의 탐
사로 다들 지치고 힘에 겨워 슬슬 미쳐가는 분위기다. 영식은 치매걸린 사람
처럼 멍하니 테이블에 앉아 배추잎에다 대고 "넌 닭발이야"라며 씨알도 안
먹히는 최면을 걸고 있었다. 한편 애저녁에 미쳐 버린 경천은 팬티바람으로
배위를 돌아다녔다.어디서 구했는지 빨간색 매직을 가져다가 배 곳곳에 "똥
스코이"라고 써대며 낙서를 했다.가만보면 원양어선을 타는 선원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해양 치매'를 앓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그는 몸을 휘청거리
며 좀비처럼 까마귀에게 다가갔다. 상체에 회색 런닝을 입고 열심히 배를 운
전하고 있는 까마귀의 등뒤에 "똥쓰코이" 라고 쓰고선 킥킥대며 웃었다. 그
러다가 멀미가 나는지 우웩,하고 까마귀의 등 뒤에 그대로 흰 액체를 뿜었다.
까마귀는 순식간에 어깨에서 종아리까지 오바이트 망토를 덮은 전설의 하록
선장처럼 보였다.
"으으으으..이..인간이..증말..으으으 드러워.."
경천은 자신이 까마귀에게 선물해준 흰망토가 무안했던지 비겁한 변명을 늘
어 놓았다.
"그러게 왜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냐 멀미나게. 니가 김정은이야 우웩.."
경천의 입에서 나는 썩은 쉰내가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받고 앞에 있는 까마
귀의 콧구멍으로 꾸리꾸리 스며들었다.
"우, 우웩.."
까마귀가 덩달아 오바이트를 하는 사이 야마모토는 콜롬부스가 빙의를 한것
같은 목소리로 경천에게 말했다.
"이렇게하면 배를 왔다갔다하믕 우리가 원하느 신세계느 발견할 확률이 높
아 지무니다."
돈스코이를 신세계로 바꾸어 부르는 야마모토. 경천의 귀는 실로 놀라웠다.
이런 아프리카 방언같은 야마모토의 말을 모두 다 알아 듣고 반격에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신세계?야이 씨발 부라더야 조용히 안해.다시 지옥구경시켜 주까. 드르와!"
"이제 막판이무니다. 요짓도 안 통하므는 보물은 이제 끝이무니다."
영식이 타조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경천에게 소리쳤다.
"닭발도 이젠 없다 알간?"
경천이 어이가 없단듯 소리질렀다.
"닥쳐 씨발미친년부라더야. 넌 닭에 인생 갔다 바쳤냐?"
영식이 욱해서 경천을 향해 포크를 던지자 경천이 가볍게 받아냈다. 그의 입
술엔 음식찌꺼기와 비웃음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아따 너요즘 무슨일 있냐.존나게 까칠허다."
순간, 갈매기가 경천의 어깨에 똥을 찌직 쌌다.뚜껑이 가볍게 날아간 경천이
날카로운 포크를 집어들어 갈매기를 향해 던졌다.
"피슝~"
놀랍게도 포크가 갈매기의 몸통에 꽂혀 즉사 했다. 진짜다.마치 경고 처럼 비
둘기가 영식 앞에 떨어졌다. 경천은 이런 자신이 몹시도 자랑스러운 듯 영식
에게 으시대며 말했다.
"까불면 너도 꼬치구이신세야.드루와."
할말 없어진 영식이 자신의 팔목 시계를 보며 엄한 성윤을 또 갈구어댔다.
"콩팥 뗄날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어."
성윤은 자신의 핑크색 콩팥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장난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처럼 불안에 떨었다. 어느새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온 까마귀가 코
딱지를 파고 있던 손으로 욕의 언덕 어딘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뭐야? 독도 아냐! 이런 닝기미 개씨부랄."
모두가 경천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 보았다. 두개의 점이 출렁거리는 바다위
에 떠있었다. 작고 위태로워보였지만 둘이 있어 외롭지는 않아 보였다. 바다
속 보물을 찾아 헤매고 헤맨 끝에 이들은 대한민국의 동쪽끝 독도까지 와 버
린 것이다.이는 탐사지역을 한참 벗어났다는걸 의미했다.
마치 옥쟁반같은 푸른 바다 위에 바위를 조각해 놓은 듯한 독도는 동도와 서
도로 나뉘는데 사람손이 닿지않는 꼭데기 근처에는 주인이라도 되는듯 수많
은 갈매기가 둥지를 틀어놓고 있었고 어미새들이 주변을 날고 있었다. 풍경
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보물에만 눈이 먼 족속들은 모두 한숨만 쉬
고 있었다.모자를 벗은 성윤이 허파에 빵구가 날 정도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
다.
"히유. 우리가 동쪽으로 너무 멀리 왔어."
영식은 유연성 없이 너무 원리원칙적으로만 계산하는 성윤을 향해 한마디했
다.
"갑옷을 입은채 사랑을 나눌생각을 하지말라."
까마귀가 키를 돌리며 이미 미쳐있는 승객들에게 말했다.
"아..돌갔군..니미씨팔입니다. 서쪽으로 5km 이동합니다. "
경천의 혀는 마치 3D프린터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입체적인 욕을 생산해 내
고 있었다.
"이런 트리플 씨발. 똥스코이 이거 완전 개구라같어.드루와드루와."
성윤은 경천의 욕지거리에 귀를 닫고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돈스코이, 범선..쫓는다, 쫓긴다..화력, 약하다..울릉도,독도,일본열도..금화,
지킨다..개구라?개구라!)
성윤은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을 경천의 쌍욕을 통해 비로소 찾아낸듯 눈
빛이 반짝였다.별이냐?구라는.
"돈스코이 선장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자고."
영식의 입가엔 시계부랄 같은 비웃음이 털도 없이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드라마 작가야? 소설쓰냐고?절대 보물선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나히모프호로부터 금괴를 받아 실은 돈스코이호는 쓰시마해협을 빠져 나와
적의 눈을 피해 이곳 울릉도 근처로 이동했다. 야마모토가 가져온 이즈미 마
사히코의 자료를 토대로 여기까지는 추적데에는 성공했으나 다음부터가 문
제였다.이넓고 넓은 바다위에서 당시 돈스코이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의 보물전문 사냥꾼인 이즈미 마사히코가 일본왕실
도서관에서 빼내온 자료를 정밀분석해 야마모토가 내놓은 결과는 너무 애매
했다. 그가 자신있게 말한 탐사범위는 가로 10km 세로 13km에 달해 너무
광범위했던 것이다.이범위내의 바다속을 모두 둘러보려면 돈은 둘째치고 현
재 기술과 장비부족으로 10년은 족히 걸릴듯했다. 성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야마모토를 향해 말했다.
"일본함대가 바짝 따라붙었고 돈스코이는 전투함이 아닌 일반범선이었어.
그렇다면 화력이 그닥 좋지 않았을테니 맞서 싸웠을리는 없을테고.."
"맞스무니다. 돈스코이느 범선이라 전투함보다느 빨랐을 거시무니다."
성윤이 뇌의 사고력을 대폭 확장시켰다.
"맞아,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있었다면.."
그때 야마모토의 안경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SF영화찍냐.
"내가 돈스꼬이 선장이었다믄 독도 남쪽끝 바다로 갔을거시무니다."
분위기 못 맞추는데에는 프로선수인 경천이 주먹에 입바람을 후후불며 끼어
들었다.
"왜?독도가 일본 꺼라?너 정말 그러다 뒤진다.드루와."
어딜자꾸 들어오라는 건지 경천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까마귀는 나침판
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남쪽이면 일본 방향인데. 설마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겠어?"
한심하단듯 영식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나섰다.
"직감과 희망을 흔돈하지말라. 정박할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서-북 방향
이니 그리갔겠지 멍충이들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성윤이 말했다.
"아냐 야마모토 말이 맞아.일본함대가 예상하는 반대방향으로 가서 허를 찔
렀을 가능성이 커. 갈라파고스식 개구라 전술을 썼을거야.야 까마귀,남쪽으
로 돌려. "
무식한 까마귀는 난생 처음듣는 단어가 나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김연아의 갈라쇼는 들어봤어도 갈라파고스는 첨 들어보네."
무식하긴 마찬가지인 경천도 입을 얼었다.
"갈라빠고쓰가 뭐지. 갈라지고 빠게져서 고물이 되어 못쓰게 된다는 말인가
혹시. 맞니? 씨발부라더."
까마귀가 경천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무식하지만 폭풍속에서 샤워하는 듯한
용기를 높이 샀다. 뭘 사?그딴걸 왜 사?
"우와 대단하다 우리 씨발부라더."
일반적인 생각이나 예상을 뒤엎는 방식을 두고 "라파고스식 전술"이라 일컫
는다는걸 잘알고 있는 영식이 한마디했다.
"두명의 씨발부라더를 한데묶어서 갈라파고스로 당장보내버리고 싶다 정말."
-몇시간 후
보물이고 나발이고 폭염에 부랄이 축 늘어져서 모두 지쳐 잠이 들어있다. 허
를 찌르기는 커녕 썩은 무도 한번 못찔러본 이들은 6시간동안이나 망망대해
를 헤매다가 지쳐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바람 한점 없이 절대수평에 가까
운 바다도 잠이 든듯 고요했다. 배는 해류를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야마모토가 배에 시동을 걸었다.그리
고는 어떤 배의 이동경로가 그려져 있는 듯한 오래된 종이를 운전석 앞에 놓
고 천천히 배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탐조등이 깜박거리며 소리가 났다.
"윙윙윙~"
얕은 잠에 빠져 있던 성윤이 그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