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경과 후 동해 어딘가
어느새 잔잔해진 바다와 푸른하늘이 더없이 평화로운 아침이다.배를 멈추고
갑판위에 모두 모여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식전부터 쐬주병을 들고
나발을 불던 경천이 까마귀한테 뭔가를 확인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접수하라고 보낸 러시아 함대가 되려 일본한테 개아작이 났다?그
함대엔 일본을 접수한 후에 통치자금으로 쓸 금화를 실은 배가 있었는데 고
놈이 바로 ‘똥스코’더라 이말씀 아녀."
회충이 활동을 시작했는지 까마귀가 똥구녕을 후벼적 거리며 대답했다.
"아 그렇다잖어 똥스코이."
소주펀드에 목돈을 왕창 넣었을 것같은 경천이 다시 술냄새 풀풀나는 입을
열었다.
"그 똥쓰코가 울릉도와 독도 사이 150m 물속에 누워 '서방님 어서 날 잡아
잡싸보아요' 하고 가랭일 쩌억 벌리고 있다?"
경천이 사실감을 주기 위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랭이를 쩍 벌렸다. 과도한
허리우드액션에 뒷바지가 길게 뿌지직,하며 찢어졌다.푸하하,주위가 일시에
웃음바다가 되었다.영식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대며 말했다.
"몇 번을 얘기해. 닭대가리도 아니고.병신 인증하냐 지금."
모두들 영식의 말에 깔깔대며 또 웃었다.
"깔깔깔.."
배꼽잡고 웃고있는 영식을 향해 경천이 소주병을 힘껏 던졌다.믿기 힘들겠지
만 소주병이 총알처럼 영식을 향해 돌진했다.영식은 마치 지켜보고 있었던듯
쳐다보지도 않고 태연하고 가볍게 피했다.그리고는 택도 없단듯 검지를 저어
보였다.말이되냐?
경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영식을 노려 보았다. 저새끼가 진짜 노리고 있는 게
진주인지,아니면 똥스코인지 아직도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 영식이었다. 절친
인 성윤까지 배신해가며 한배를 탔음에도 좀처럼 속내를 비추지 않는 얍실한
영식이 경천은 얄미웠다. 성윤에 대한 자책감으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경
천이었다. 얻는것도 하나 없이 영식에게 이용만 당하고 있는것 같아 순간 광
분한 경천이 혀끝을 광폭하게 움직였다.
"너 같음 쉽게 그냥 믿겄냐 시발새꺄."
성윤이 경천을 진정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진정해.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우린 금화만 건져 올리면 되."
애초에 금화는 기대도 하지않고 있었다는듯 영식은 잘익은 쌀밥에 똥뿌리는
소리를 했다.
"금화는 개똥이나.내 인생에 그런 행운은 아직까지 없었다 시발."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하
는 사람이란걸 잘 알고 있는 영식이었다. 삶이 너무 초라해지지 않게 과욕을
부리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그였지만 누구나 바라는, 느닷없이 손
등을 치며 떨어지는 달콤한 행운은 없었다. 안주도 없이 마신 막소주에 얼굴
이 금세 벌개진 경천이 성윤을 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근데 말이다.똥스코에 정말 금화가 있는거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가 오자고 한거였잖아."
자동항해장치를 켜놓고 선실로 나온 까마귀가 경천이 먹다버린 쏘주병을 신
경질적으로 걷어차며 야마모토를 쳐다보았다.개판이군.
"설마 요따구 빈 쐬주병만 굴러다니는 건 아니겄지?"
야마모토가 묵직한 서류 봉투를 내밀며 일본말과 섞인 어설픈 조선말로 입
을 열었다.
"드미뚜리 돈스코이와 이빠이 노다지노 완빠이 금화노가 이시마시다. 니뽄
노 도셔쾅대와 역사노 기록꾸와 데시다."
경천은 짜증섞인 표정으로 야마모토의 말을 중간에 싹뚝 끊어먹었다.
"대일본 좋아하네 이 쪽빨이 새끼가."
"아노 니뽄노 연합구 함대에 쫓기던 돈스꼬이가 함포노 사격을 이빠이 당해
서리 다깨시마와 울릉도 사이르 150메다 앝은 바다에 침몰했으므니다."
독도이야기가 나오자 경천이 발끈해서 야마모토를 또 갈궜다.
"야이 쪽바리.독도가 한국땅이야 일본 땅이야?"
취기가 올라오는 듯 경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야마모토는 난처한지
경천의 눈빛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아노..아노.."
경천은 여차하면 야마모토를 후려칠 기세로 그 앞에 다가섰다.
"아노는 새꺄 오노새끼 엄마고 독도가 한국꺼야 일본 꺼야?야마모토 너생각
잘하고 대답해라. 야마돌게 하지 말고.."
경천은 빈소주병을 거꾸로 들고 겁박하듯 손바닥에 탁탁내리치고 있었다.야
마모토의 주둥아리에 의해 독도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비극적인 순간 소주병
이 그의 대갈통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것 같아 보였다. 야마모토는 위험
에 처한 자신의 대갈통을 긁적긁적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아노..다깨시마와.. "
'독도'라는 천국을 놔두고 구지 '다깨시마'라는 지옥행 티켙을 택한 어리석은
야마모토를 향해 경천이 터벅터벅 다가섰다.
"몰라? 지금부터 내가 알게 해주지.어금니 꽉 깨물어. 저승구경 한번 시켜줄
테니까."
경천이 야마모토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갈기자 힘없이 뒤로 나동그라졌다.그
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소주병을 휘두르며 야마모토에게 덤벼들었다.
"야 그만두지 못해!"
영식이 중간에 막아 섰다. 일본이 독도를 훔쳐가기 위해 일본식 표기를 하고
역사까지 위조해가며 지랄을 떨어도 누군가는 진실을 알아주겠지,하며 손놓
고 있는 한국이 더 한심스러운 그였다. 이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빈물잔을 들
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 같은 꼬라지였다. 게으르기 짝이 없었다.
한국사람들이 부지런하다고 하는데 그는 절대 동의 할수 없었다.게으름을 정
당화 시키는 일조차 하지 않을만큼 한국은 게으름의 나라였던 것이다.오히려
려 죄많은 전범국가임을 까맣게 잊고 다시 남의 나라땅을 삼키기 위해 부지
런히 지랄주접 떠는 일본이 쪽팔리지만 부러울 정도였다.따지고 보면 저렇게
지랄 떨고 있는 경천이 아무말없이 지켜만보고 있는 다른 조선새끼들보단 휠
씬 나은새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지금은 '잠든 수치심'을 따질때가 아니었다.
"그만두라고!"
병으로 야마모토의 대갈통을 내리치려던 경천은 순간 멈칫하며 충혈된 눈으
로 영식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