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29전설의 피라니아
-성윤의 집
먹다 남은 컵라면,피우다가 만 담배꽁초,수명을 다해 피를 머금고 절명한 생
리대등 더러운 물건들 다수가 방바닥에 어지러져 있었다. 진주는 몸을 바들
바들 떨며 방한구석에 초췌한 얼굴로 쪼그려 앉아있다.약을 끊은 이후로 금
단증상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었다. 눈밑의 다크써클은 마치 농담처럼 무
릎팍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펄펄 끓는듯한 쾌락이 빠져나가버린 자리에 얼음같은 허무함만이 남아서 일
까. 밖은 삼복더위가 한창이라 빤스만 입고 돌아다니는 판에 불쌍한 약물중
독자 진주는 두꺼운담요를 뱀처럼 몸에 칭칭감고도 모자라 추워서 오돌오돌
떨고만 있있다.이럴때 연락 한번 하지 않는 성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사
랑하는 연인들을 하나로 감싸고 있던 핑크빛 껍질을 한 꺼풀 벗기면 바로 적
이 된다.그러나 진주는 성윤을 너무도 사랑해서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뜨
거운 사랑이든 불타오르는 증오든간에 따뜻한 불의 감각이 절실했다.그녀가
갑자기 작은 기침을 여러 번 하더니 질식하듯 큰 기침을 했다.
"쿨럭-쿨럭-쿨럭-쿠~울럭"
그와 동시에 누런 가래를 컵라면 그릇에 "카악~퉤" 뱉은후 픽하고 쓰러졌다.
가래로 빠져 나간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는진 몰라도 그녀는 약사에게
서 받은 알약을 입안에 냉큼 털어 넣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새끼 손가락으로
자두만한 코딱지를 후벼내어 아무렇지도 않게 벽에다 스윽 발랐다.청순한데
다가 촉촉한 광피부를 자랑질하던 그녀는 이제 불손한데다가 칙칙한 광녀가
되어 있었다.그녀는 약국에서 받아온 약을 다시 한주먹 입에 털어넣고 우걱
우걱 씹기 시작했다. 눈물조차 나오질 않았다. 슬픔에 제련된 진주의 왕가슴
은 이젠 눈물에도 녹슬지 않기 때문이었다.
-영식의 사무실
영식은 여전히 성윤을 갈궈대는 중이었다.전보다 분위기가 더 살벌해져 있었
다. 경천은 옆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불난로 위의 양은냄비처럼 얼굴이 붉어진 영식이 신발창으로 성윤의 아구창
을 냅다후려갈겼다.그 충격으로 저번에 아랫배에 칼맞은 자리가 욱신거렸다.
실밥도 풀기전에 신발로 실밥터지도록 얻어맞고 있는 성윤이었다. 따악.
"신발 놈의 새꺄.따악~이래도 안 할래?"
"못을 뽑아도 그 자국은 남아. 싫어 못해! 안 해!"
"이새끼 어디 종신보험이라도 들어놨나 왜 이렇게 용감해. 안 되겠어.얘들아
가서 진주년 잡아 와!"
"예 형님."
부하둘이 인사를 꾸벅하고 밖으로 나가려했지만 성윤은 그래도 눈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돼! "
(어라이거 이빨도 안 들어가네.)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것은 용기이지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어
리석음이었다. 더이상 밀어부치는건 마치 다이소에서 구찌시계를 찾는것과
같은 일이라 생각되어 영식은 코드를 바꿔 살살 달래보기로 했다.
"지난번 영석이 일은 충분히 이해한다.총소리에 놀란 사슴은 숲속으로 숨고
호랑이 발자국 소리에 놀란 토끼는 굴로 숨는거 아니겠어. 근데 말야,사슴이
나 토끼나 풀은 뜯어 쳐먹어야 살거 아니냐? 안 그래?"
"호랑이가 토끼풀 뜯는 소리하지마. 난 못해!"
성윤은 여전히 고집불통이었다.영식의 얼굴은 점점 험상궂게 일그러져가고
있었다.그는 성윤의 아랫배에 다시 사시미 칼을 들이댔다. 날카로운 칼끝이
이빨처럼 파고들어 옷위로 피가 빨갛게 배어 나왔다.
"야! 피라니아한테 전화 때려!"
경천이 놀라 뒤로 자빠졌다가 간신히 일어서며 탄성을 질렀다. 곁에 있던 부
하들도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경악했다.
"피, 피라니아? 설마 그 장기매매계의 저능아 말이냐? 성윤아 어떻게 좀 안
되겠니?"
피라니아가 대체뭐길래 경천이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진 몰라도 치명적인 위
험의 대명사 임엔 틀림 없는것 같았다. 영식이 갑자기 분위기를 잡았다.그는
마치 살아있는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듯 낮은 목소리로 똥폼을 잡으며 읊조
렸다.
"피라니아는 소심한 나랑 전혀달라. 달라서 사람을 개고기처럼 킬로그램 단
위로 사다가 갈기갈기 잘라. 잘라서 피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 빨아서 글로
벌시장에 내다 팔아먹지."
현재 영식과도 협업중인 피라니아는 세계화시대인 만큼 장기 매매를 수출입
이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론 통관절차를 가볍게 쌩까주기 때
문에 세금따위는 절대로 내지 않는다. 영식은 피라니아를 통해 해외에서 들
어오는 각종장기의 밀반입을 다른 조직들보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갖출수 있
었다.이렇게 그는 글로벌한 사업가 였다. 배운건 졸라게 없어도 졸라 글로벌
하게 살고자픈 졸라맨,영식이었다. 성윤은 흠칫 놀라 애원했다.
"제발 살려줘.."
영식이 성윤으로부터 전에 받아낸 신체포기각서를 흔들며 말했다.
"니 장기들은 남미에 하나 호주에 하나 유럽에 하나 제각각 흩어져서 이산가
족이 되는거지.생각만 해도 눈물나지않냐?"
부하가'연결되었습니다.'하며 전화기를 영식에게 건네주었다.
"응 나야.쓸만한 물건이 하나 들어왔어. 작업해 놓을 테니까 식기 전에 얼른
가져가.응? 가죽잠바? 잠깐만.."
영석이 전화하다 말고 성윤을 보며 말했다.
"얀마! 너 키가 180쯤 되지? 몸무게는 몇킬로 나가냐?"
성윤도 귀는 달려있어 가지고 피라니아의 악행은 이미 들은 바가 있었다. 피
도 눈물도 콧물도 없는 최악의 장기 매매범인 그는 너무 잔인하고 포악해서
입에 올리기 조차 꺼려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한예로 그가 자신을 배신한 20년지기 친구를 잡아다가 장기는 모두 떼어내
팔아 먹고 피부는 벗겨내어 말린 후 염색하여 가죽잠바로 만들어 입고 다닌
다는 소문이 떠돌았었다. 자신에 대한 괴소문을 들은 피라니아는 그 사건에
대해 아주 소신있게 말하며 은밀한 자아를 세상에 드러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가 다시는 사람을 배신할 수 없도록 최대한의 친
절을 베푼것일 뿐이야. 나는 죽을때까지 이 가죽잠바를 버리지 않겠어. 이건
죽은 친구에 대한 의리이기도 해. 난 친구가 지금도 무척 자랑스러워.그리고
이 친구가 무척이나 그리워.훌쩍. "
일반인이 감히 범접 할수 없는 상식밖의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개또라이 왕
꼴통 이단아였다.가이드라인이 따로 없는 예측불허인 제맘대로식 통나무 장
사꾼이었다. 통나무 장사꾼세계에서도 이미 백만년전에 내놓은 상태였다.요
즘의 통나무장사꾼들은 국내에서의 장기매매를 활성화 시키고 자신들의 위
법성을 포장하기위해 이익금 일부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그
단체의 모터는 다름아닌 "사랑은 나누면 둘이 되는 생명"이었다.겉으론 그럴
싸하게 포장을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장기매매에 관한 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점점 뻔뻔해져 가고 있는 것이
다.하여튼간에 통나무 장사꾼들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이렇게 공을들이는
마당에 잔혹하기 이를데없는 피라니아의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않았다.장
기매매를 습습한 음지에서 벗어나 활성화 시켜보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런 무시무시한 피라니아에 비하면 영식 따위는 장기
매매시장 지배력에 있어서나 잔혹함에 있어서나 꼬마정도 밖에 되지 못했다.
피라니아한테 잘못 걸리면 죽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부가 벗겨진 채
가죽 옷이 되어 악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최신패션을 이끄는 MUST HAVE 아
이템으로 사용되는 굴욕을 맛보아야한다.죽어서 이름은 켜녕 호랑이도 아닌
데 가죽을 후세에 남겨야하는 치욕을 겪는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일이었다.
영식은 성윤의 체중을 눈대중으로 가늠 했다.
"한 70kg 나가지?"
그래도 친구라고 영식이 당꺼지는 소리를 하며 성윤을 보호했다.
"쟤요즘 당뇨가 있어서 60kg밖에 안 나가."
키와 몸무게를 계산하면 거기서 체적,즉 표면적을 구해 제조 할 가죽 잠바의
크기를 미리 정 할 수 있다. 따라서 몸무게를 묻는다는건 피라니아의 패션충
동이 토끼처럼 눈을 떴다는 증거였다. 피라니아가 영식을 통해 아쉬움을 전
해 왔다.
"이 정도면 소형 재킷 밖에 못 만든다고?"
영식은 성윤을 위아래로 쓰윽 한번 쳐다봤다.4중 면도날이 온몸을 사시미뜨
며 지나가는 것 같아 온몸이 오싹했다.성윤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만 항
복을 했다. 장기매매계의 상 또라이,패션계의 라듐같은 피라냐를 본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이 있다.천사
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악마는 눈에 보이는 법이었다. 이승에선 악마를 보고
싶지 않은 그였다. 사람들 상상 속의 피라니아는 피라니아보다 훨씬 더 잔혹
했다.
"그만해.할게."
영식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전화에 대고 캔슬을 했다.
"미안해 취소해야겠어..정말 미안해..응 알아."
천하의 영식도 피라니아 앞에선 깨갱 꼬랑지를 내렸다.
"잘못했어..미안해..응 먼저 끊어..요."
피라니아한테 된통 쿠사리를 당한 영식이 부하들 보기민망했는지 전화를 끊
고는 성윤한테 화풀이를 했다.
"너 때문에 새꺄 나까정 죽을 뻔했어.이새끼 이거 또 오줌 쌌네."
성윤의 바지가 검게 물들어있었다.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양다리가 후달
렸다. 피라니아는 공포 그 자체였던 것이다.그리고 공포는 항상 눈물이나 오
줌등을 통해 그 소식을 전한다.피라니아와 스치기만해도 후유증이 이렇게 심
했다. 영식이 성윤 보는 앞에서 신체포기 각서를 찢었다. 성윤에게 일종의 믿
음을 심어주려는 생각에서였다.식목일이냐?
믿음은 곧 동업자 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것을 영식은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
고 있었다. 또한 믿음은 변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기에 항상 변하지 않고
돌이킬수 없는 것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것도 잘알고 있었다.뭔소리여 븅아.
쉽게 말해 줄꺼주고 받을거 받자는 얘기지..영식이 일의 매듭을 지었다.
"오줌좀 그만 싸라 무지개 뜨겠다. 내가 의리상 각서는 없애주지.홀가분하게
해준 대신 이번주까지 바짝 뛰어서 뽀드득 소리나게 출발일정 잡는다. 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