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26당삼채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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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26당삼채 도자기
성윤은 작년 여름일이 생각났다. 그가 섣불리 보물선탐사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영석과의 그일 때문이었다.

-서해 어느 다방
아직 초여름이지만 날은 푹푹 찌고 있었다.다 삭아빠진 구식 에어콘에선 뜨
거운 바람이 콸콸콸 쏟아져나와 마치 약을 올리듯이 실내를 더욱 뜨겁게 달
구어대고 있었다. 낡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영석은 촌티나게 밀짚모자까
지 쓰고 쇼파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성윤이 보물에 관해 열심히 이야기 중이나 영석은 별 관심을
보이질 않는다. 최근들어 서해 앞바다에서 잇달아 발견되고 있는 보물선 때
문에 후끈달아올라 있는 성윤이다. 그는 배를 몰며 조개잡이를 하는 영석을
설득중이다.
"조개나 잡아서 언제 부자 될래?"
"조개가 뭐 어때서?조개가 너보고 돈이라도 달래디?"
돈도 안되는 조개에 꽂혀있는 영석이 때문에 성윤은 애가 타서 확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얀마 털 달린조개도 아니고 그깟걸 어디다가 쓰냐고."
"뭐에 쓰긴 내다팔지."
"아니 내말은 글쎄 돈이 되냐 이말이지.야 서해바다엔 돈되는 도자기가 훨씬
더 많다니까. 조개보다도 많다니까."
영석이 택도 없단듯 피식 웃었다.
"그럼 얼른 가서 후벼파 오시던가."
"너 알다싶이 그게그렇게 콧구녕에서 코딱지 파는 것처럼 쉬운 일 아니잖냐.
요즘 단속 존나리 심해서 어업인 아니면 아예 배를 못 띄워요. 공유수면사용
허가 자체가 안 난단 말이지.넌 조업면허도 있겠다 길 빤히 알겠다,딱이구만
뭘. 나같음 당장 작업 시작하겠네."
영석이 냄새도 없는 콧방귀를 뀌었다.
"킁..그럼 문화재청에 가서 기웃거려보시던가."
"내가 찍어둔 데가 몇 군데였더라.."
성윤은 영석의 냉담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봐란 듯 테이블에 서해
지도를 쫘악 펼쳤다.
커다란 종이 위엔 서해바다의 정밀지도가 그려져 있고 중요도에 따라 바다
곳곳이 빨간 점, 검은 점, 그리고 파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말그대로
해양도굴매거진이나 다름없었다.
성윤이 마치 도굴매거진 사장처럼 근엄하게 앉아 빨간 점들만 골라 일부러
소리 내어 세었다.
"어디보자. 하나, 둘, 셋.하이고 다섯군데가 넘네 넘어.근데 이를 어쩌나.배
를 못 띄우고 자빠져 있으니 그림의 떡일세."
영석은 밀짚모자를 벗었다.잘 익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그림의 떡을
안 보는척하며 힐끗 한번 쳐다보곤 연실 부채질을 했다.
"햐 날씨 참 우라질나게 덥네."
영석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천하의 보물 사냥꾼인 성윤이 이 정도
까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면 가보나마나 차고 넘치도록 보물이 있을 터였
다. 그러나 영석은 ‘문화재 보호법위반’으로 실형을 받고 빵에서 나온 지 불
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해안가에서 도자기 건지다가 현장에서 해
경에 딱걸린 것이다.
그는 80평생토록 바다가 주는 만큼만 욕심없이 소박하게 어부의 소명을 다
하며 살다가신 아버지를 더 이상 욕보이게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더이상은
아버지의 순박한 마음과 같은 서해 바다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영화찍냐.
더군다나 6년전에 성윤이랑 서해에 나갔다가 힘들게 건져올린 보물을 바다
에 허무하게 다시 던져버렸던일 때문에 아직도 성윤에게 단단히 삐져있었다.
그때 물에 던져 버린 도자기의 위치를 여태 못찾고 있었다.그런데 그 여자애
이름은 이상할 만큼 영석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양진주' 한남동에 사는..
영석의 마음은 아직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선 작
은 일렁임이 일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을 들키지 않으려고 과장되게 부채질
을 했다.
"햐, 뭔눔의 날씨가 감자를 삶네! "
아무리 날이 더워도 그렇지 어떻게 감자가 삶아지겠는가. 성윤은 영석의 허
풍을 가볍게 쌩까주고 주방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김양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 구워먹을거 아니면 에어콘 좀 끄지! 더운바람 나오잖아!"
김양이 잽싸게 튀어나와 에어컨을 끄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사실 그냥
커피보다 1000원 더 비싼 얼음 커피를 팔아먹기 위해 알고도 모르는척 더
운바람이 나오는 고장난 에어콘을 일부러 틀어놓은 김양이었다. 세상이 이
래요.
성윤은 김양의 얄팍한 상술을 잘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아주고 영석에게 다
시 말을 이어 나갔다.
"같이 가자는 얘기가 아냐. 오해 마."
"그말이 더 무섭다."
"예산 사는 코쟁이 알지?"
"누구?"
때마침 김양이 껌을 쫙쫙 씹어가며 냉커피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터질듯
한 가슴. 털이 보일락 말락하는 털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도톰하게 잘 영
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왔다.얼굴은 못 생겼지만 잘록한 허리 밑
으로 쭉 뻗어있는 허벅지에서는 윤기가 쭈르룩 흘러내렸다. 받아먹을 주인
도 없는 국물이 안타깝게도 바닥에 질질 흘러 내리고 있었다.성윤과 영석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상상의 육수를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어빠들, 냉커피 두개 맞지?"
김양의 입술은 빨갛게 칠해져 있었고 눈가는 누구한테 얻어맞아서 생긴 멍
처럼 시퍼렇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이거 무슨 미술시간에 나오는 보색대비
효과를 노린건진 몰라도 촌티가 불티나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이쁘진 않았
지만 어리고 청순한 그녀는 누가 봐도 한 눈에 뻑갈 정도로 몸매가 이뻤다.
안 예뻐서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누구나 용기를 얻어 한번 달라고 하면 왠지
두번 줄것만 같았다.그래서 그런지 이곳 서해다방에 온지 한달 밖에 안 되었
지만 군침을 흘리는 사내가 한 둘이 아니었다.
영석도 예외 없이 그녀를 맘속으로 흠모하고 있었다. 커피를 내려놓은 그녀
는 성윤 옆에 털썩 앉아 팔짱을 꼈다.
"잘 생긴 어빠, 심심한데 나랑 연애 한번 하까?"
"난 됐고. (영석을 가리키며)저기 조개아저씨 애인 없단다."
김양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영석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펄속에 들어간 따개비처럼 테이블 아래로 시선을 쑤셔 박고선 손가락을 꼬
물거렸다. 그냥 딱 보기에도 김양을 미친듯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씨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촌스럽긴.
"저 어빤 혈압약부터 먹어야겠네.그리고 너무 늙어보여.에잉.돈이나 많으면
또 모를까."
센스있는 성윤이 잽싸게 영석을 추켜 세웠다.
"저 오빠 관상을 봐라. 저 콧잔등이 높게 솟아 올랐지? 저게 무슨 뜻이냐면
30넘으면 중년엔 곧 벼락부자가 될거라 이 뜻이지."
영석이 우쭐해하며 얼굴이 잘 보이도록 얼른 밀짚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
려 놓고 어깨에 힘을 주었다. 물론 코랑 연결된 거시기에도 힘이 들어갔다.
"벌써 벼락맞은거 같은데. 얼굴도 까맣고 옷도 영.."
김 양은 영석의 후질근한 외모가 맘에 안 드는지 관상따위에는 별관심 없단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홱 돌려 엉덩이를 흔들며 주방으로 향했다.그
녀의 예쁜 엉덩이에선 다시 초현실적인 국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영석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침닦어 임마."
성윤이 낄낄대며 웃었다. 한껏 붉어졌던 영석의 얼굴도 서서히 제빛을 찾아
오기 시작했다. 성윤이 아직 웃음기 가시지 않은 익살스런 얼굴로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킥킥,거왜 코쟁이라고 말벌한테 쏘여서 바가지 만한 코구멍 달고 다니는 놈
하나 있잖냐."
"잘 알지.어제도 만나서 같이 한 잔 했는데.생전 술 한번 안 사던 놈이 웬일로
양주를 다 쏘고말야.차도 바꿨더라고."
별거 아니라는듯 영석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빈 후 훅하고 불었다.
"출세했네, 거지새끼가.. 내가 걔랑 작년인가 만났었잖아. 너 빵에 있을때.빚
에 쫓겨 다니느라 애가 꼬라지가 말이 아니더라고.그래서 한군데 귀뜸 해줬
어 내가.아 불쌍하잖아."
묻지도 않는말에 저혼자 열을 올리던 성윤이 한숨돌리려 담배를 꺼내는 사이
영석의 푹풍 부채질이 딱 멈추었다. 뭔가가 온 느낌이었다.
"근데?"
"그자릴 꼬박 1년을 후벼 파더라고.애가 굶어서 그런지 근성이 있더라.아 그
러더니 결국 5억짜리 국보급청자를 건져 올렸다잖아."
영석은 다시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온통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
고 있는 김양의 사과같은 엉덩이에 화살처럼 꽂혀있었다.
(저 사과를 가지고 즙을 내어 마실수만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흐릅..)
영석의 영혼은 사과쥬스통에 빠진 똥파리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넋이 나
간 그를 향해 성윤이 소리쳤다.
"바로 여기!"
성윤이 지도에 붉게 칠해진 한 점을 검지 손가락으로 탁 짚었다. 손가락마디
에 힘이 잔뜩 들어가 우드득 소리가 났다.그의 표정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
다. 영석이 움찔하며 성윤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은 바로 군
산 앞바다 어디 쯤이었다. 성윤이 가까이 다가앉았다.
"여긴 더 아마어마 해.옛날 당나라때 백제로 특산물 실어 나르던 교역로였거
든 여기가."
성윤의 정보는 확실했다.얼마전 경기도 파주의 사찰에서 발견된 고문서에서
관련된 글을 보았다는 정보를 교수친구인 춘섭으로부터 전해들었기 때문이
었다. 간신히 구워삶아서 6대4로 나눠먹기 계약을 했었다.
"당나라때 도자기라면 부르는 게 값일텐데?"
영석도 당나라 도자기가 제법 가치가 나간다는걸 알고 있었다.
"거기 개펄 파면 당나라 '당삼채 도자기'가 아마 몇트럭은 더 나올 거다. 당근
먼저 건져 올리는 놈이 임자라니까. 이런 기회가 뭐 자주오는것도 아니고."
"당삼채?"
영석의 눈알은 드디어 김양의 엉덩이에서 완전히 벗어나 서해바다 어디쯤을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