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23더러운 법
-영식의 사무실
영식은 닭똥집과 닭발을 회충걸린 개처럼 허겁지겁 뜯어 먹고 있었다. 하는
일이 장기매매 장사꾼이라 그런진 몰라도 멀쩡한 고기보다는 내장이 더 땡
기는 그였다. 솔직히 퍽퍽한 고기보다는 다양한 식감이 느껴지고 지방도 적
절하게 섞여있는 내장이 더 맛이 있었다.맛은 알아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경천이 다가와 풀썩 주저앉았다. 낡은 쇼파에서 띠용,하며
용수철 조각이 가죽을 뚫고 튀어나왔다. 경천은 뭐이런 족같은 게 다있어,하
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썅..이게 쇼파야, 씨파야!"
영식이 닭발에서 뼈조각을 발라내며 말했다.
"씨팔이다 새꺄 어쩔래.성윤이 자식은?"
"일단은 떡밥 깔아놨어."
영식이 닭발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낚시얘길 꺼냈다.
"아 확실한 미끼를 던지라니까!"
"성윤이 말이다, 니 채무자이기 전에 내 친구다."
경천의 소극적인 행동에 영식은 부아가 치밀었다.경천이 성윤과는 오랜 친
구 사이라지만 '이번일'엔 큰 베팅이 걸려있는 만큼 인정사정 봐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이런식으로 크고 작은 일에 인정을 두면 판이 깨질 게 분명
해 보였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일 잘못되면 나만 뒈지진 않는다.알지?"
눈치 더럽게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얼마 전의 화투판은 성윤
을 옭아매기 위해 영식과 경천이 만들어 놓은 덫이었다.
진주의 오토바이 사고도 성윤의 돈줄을 틀어막으려는 영식의 음흉한 계략
이었던 것이다.운이 억수로 좋아 성윤에게서 진주 사진을 얻긴 했지만서도
이 모든건 영식이 성윤을 돈스코이호 탐사에 끌여들이기 위해 꾸민 치졸한
연극이었던 것이다. 경천은 성윤의 애인이자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진주가
걱정되었다.
"진주는 퇴원했대?우리가 너무 심한건 아니냐?"
"니가 걔는 왜 신경써. 둘이 무슨 관계야?"
"아니 관계한 적은 없어.관계해 보곤 싶은데..다만.."
"미친놈아 그쪽은 신경끄고.. 최성윤이 할꺼같냐고?"
경천이 조바심치는 영식의 마음을 읽고 되려 호통치며 말했다.
"평생 한탕만 쫓아다니던 놈이야. 근데 지가 안하고 배겨?"
경천 또한 영식과 오랜 친구사이였고 채권,채무관계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
었다.경천은 아무생각없이 영식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 하루 이자 10만원
쳐주기로 하고 세달 안에 모두 갚는다는 말에 속아 멋모르고 빌려준 돈 1억
을 한시라도 빨리 받아야만 했다. 최근에 그의 엄마가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않게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하던지 요즘 유행하는 줄기세포치료를 하던지해서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된 도리로서 해보는데까지 해보고 싶은 경천이었다. 군산에서 어릴적
부터 고추 만져가며 함께자라 온 오랜 친구인 성윤을 배신하는 경천은 마음
이 쓰렸지만 불쌍한 엄마를 생각하면 게보린 한알 먹고 그냥 모른척 하기로
했다. 영식이 돈 뭉치를 휘릭 던지며 말했다.
"일단 요것만 받아! "
경천이 두께를 재보더니 허탈해 했다.
"이건 일주일 이자도 안 되잖아. 내돈 1억 언제 다 갚을 건데?"
"갑부집 외동딸 진주가 내손 안에 있어. 그깟 1억이 문제냐?"
"양 진주,걔네 친척 중에 판사가 있다던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머리에 똥
바르는 거 아냐?"
별이 다섯개. 무슨 장수옥침대도 아니고 경천은 벌써 학교를 다섯번이나 다
녀온 경찰청 감시대상 1호였다. 원래 나쁜 놈은 아녔다.살아 남기 위해서 남
의 물건 좀 빌려쓰고 가져다 쓰다보니 이렇게됐다.물론 남의 허락없이 쓴게
죄라면 죌까. 그는 더 이상 학교근처엔 가고 싶지 않았다.
옆에 있는 영식은 한술 더 떠서 별로 국을 끓여 먹어도 될만큼 별을 많이 달
고 있었다.원래 나쁜 놈이기도 했지만 정치인들의 똘마니 짓을 하다가 억울
하게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방을 제집처럼 들락거렸다.별로 따져볼때 경
천이 육군대장이라면 경천은 육해공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었다.별들의 전
쟁에서 승리한 영식은 자신에게 별을 달아준 존경하는 판사님 얘길 꺼냈다.
"판사새끼들이 그렇게 무섭냐?"
"아니 더러워.똥처럼."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그의 뒤에서 걸어라."
경천은 전혀 못 알아먹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학을 밥먹듯이 하고
선생이랑 맞담배질 해가며 간신히 고등학교를 마친 그에겐 영식의 말이 마
치 안드로메다에서도 토종 원주민들만 쓰는 사투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분위기로 보아 영식이 자신을 개무시하고 있음을 직감한 경천은 못배운 자
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씨발 놈아 욕한 거지?"
"끼어들면 후장을 확 쑤셔버리면 되, 알간?"
영식이 후장얘기를 꺼내는걸 보면 자신에게 욕한게 아님이 분명하다고 생
각한 경천은 일단 안심했다. 왜냐면 경천의 똥꼬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변
비 한번 안걸렸을 정도로 튼튼했기 때문이다. 여자랑 할때도 꼭 후장만 때
리는 그였다. 그러나 그런 그도 법이 무섭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
런 법을 집행하는 새끼들이 하나같이 개양아치 같다는 걸 경험을 통해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왠지 찜찜하네. 내가 여태 살아보니까 말이야 법관복 입은 새끼들이 세상
에서 제일 무섭더라고. 총알보다 더 무서워 시발. 똥냄새도 장난아니고."
살아가면서 억울한 재판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있다면 그 양
반은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던가 아님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을 것
이다. 그것도 아니면 법관복을 입은 사람이던가. 운도 없고 나라를 구한 적
도 없고 법이라곤 좆도 모르는 영식은 억울한 재판을 많이 받아 봤는지 경
천의 말에 100% 동감했다.
"하긴 씨발 똥보다 더 구리긴하더라."
경천도 신이 나서 똥에 양념을 뿌려댔다.
"오죽하면 씨발 석궁이 날아다니냐고. 로빈 훗도 아니고."
경천은 얼마전 억울한 재판을 받고 판사한테 석궁을 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었다.그는 힘없고 빽없어서 당한 자신의 지난날이 떠오르는 듯 그만 울컥해
버리고 말았다.
"울컥 씨발."
"법을 잘 아는 새끼들일수록 법을 어기며 산다 너. 걱정 붙들어 매, 나한테도
뒤봐주는 사람 있으니까."
마치 항문과에 유능한 의사친구라도 있는 듯 영식은 뒷일에 대해 무진장 자
신만만해 했다.
"빽 좋은가보다?그건 그렇고 돈스꼬이인지 이게 정말로 있기는 하는거냐?"
"너도 정신 차려인마..그딴 게 어디 있어! 성윤이 새끼 바다로 끌어낸 뒤에
확 제껴버리고 진주 뺏을라고 지금 쌩쑈 하는거 보면 모르겠냐?이거 완전히
병신아냐."
"언젠 돈스꼬이 때문이라며!"
"아냐 양진주가 진짜 목표야."
머리가 별로 안 좋은 경천은 영식의 말에 해골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돈스코이가 아니라 진주때문이라고? 진주를 차지하기 위해 성윤일 죽인
다고?)
경천은 여기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평소 개처럼 현실적이고 여우처럼 계
산적인 영식이 대놓고 성윤을 바다로 유인해 제거하는 무모한 일을 저지를
턱이 없었다.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선 살인이란게 위험부담이 무척 크기 때
문이다. 제아무리 별을 좋아하는 영식이라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었다.
설령 성윤을 소리소문없이 제거 한다손 치더라도 진주가 영식의 손에 쉽사
리 넘어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영식이 성윤처럼 뻑이 가시게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키도 똥자루만한 데다가 얼굴도 야리꾸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많고 힘센 집의 외동딸인 진주를 강제로 차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무래도 수상했다.
(돌이켜보면 사진도 절대 우연이 아닌것 같아.영식의 철저한 계산속에서 성
윤이에게 사진을 받아낸 걸거야. 보물이 진짜 있거나 아니면, 그 사진이 엄
청난 물건일거야. 맞아, 뭔가가 있어.이새끼 똥쿠린내가 진동을 하는구만.)
똥도 싸지 않은 영식이 구린내를 솔솔 풍겨대며 다음단계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경천이 너하고 최 성윤, 야마모토, 까마귀, 그리고 나..이렇게 다섯명이 2
천만원씩 출자해서 이번일에 투자한다,OK? 일단 선박부터 섭외한 후에 잠
수장비를 구하자고."
경천은 수면깊이 숨어있는 영식의 진짜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들
쑤셔보기로 했다.
"야이 씨바야. 없는 보물을 찾는데다 피같은 2천을 출자하란 말이야?돈이
나 갚아 이새꺄!"
영식은 건성건성 대답했다. 저한테 불리한 상황이 닥칠때마다 나오는 특유
의 버릇이었다.
"나중에 다갚아 준다니까, 이자 쳐서."
"같이 출자한 까마귀하고 일본 놈이 보물이 없다는걸 알면 그땐 어쩌려고?"
"새꺄.그건 내 알아서 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이제 양진주는 내손 안에 있소
이다. 크홧홧."
영식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감싸쥐었다.
"진주 쉬발 년이 그렇게 좋냐?"
경천이 진주이름에 욕을 버무리자 영식이 화가나서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중학생 정도로 보일만큼 키가 매우 작았다. 그러나 운동을 많이 해서 인지
몸은 군살하나없이 탄탄하고 다부졌다.
"말조심해. 년 이라니, 형수 될 사람한테 .너도 콩팥하나 딸그락 소리나게
떼어주랴?"
농담삼아 한 말을 가지고 영식이 죽자고 덤벼드니 경천은 순간 당황했다.
(이새끼가 이게 정말로 진주를 좋아하나.)
당황한 경천은 자신의 콩팥이 잘 붙어있는지 확인한후 태연한척 닭똥집을
씹으며 말했다.
"왜또 지랄이냐."
"좋은말 쓰자 응?"
경천은 콩팥을 떼었다 붙였다하는 영식에게 기가눌려 꼬랑지를 바로내렸다.
"알았다 새꺄. 진주님이 그렇게 좋냐?"
영식이 의자에 앉으며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 새꺄,아주 좋아죽겄다 그냥. 쫄았냐? 크크 벼~엉신."
"이런, 미친새낄."
경천은 영식에게 농락 당하는것 같아 아주 기분이 더러웠다.물에 젖은 걸레
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구역질이 났다.
"하하하 진정해 농담이었어. 애새끼 쫄긴. 그런데 너혹시 말이야 양진주 그
기집애 별명이 뭔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