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16금을 실은 회계함, 나히모프호
"콰콰콰쾅..푸쾅.."
여기저기서 아군의 배가 불타고 있었다. 실로 참혹한 광경이었다.금을 싣고
있는 회계함인 나히모프호 또한 공격을 받아 배 일부분이 불타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 몇몇 선원들이 열심히 물을 퍼올려 불을
끄고는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나 마찬가지였다. 선미에 붙은 불은 더욱 거
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머지않아 금괴를 잔뜩 싣고있는 이 회계함도 포기해
야 할듯 싶었다.
전 함대를 이끌고 있는 제독은 지난 일들일랑은 잊고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
게 판단해야했다. 이대로 버티다가 일본군에게 전멸당할 것인지 아니면 수
치스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도망칠 것인지를 신속히 결정해야했다. 잠시
라도 결정을 늦춘다면 아군의 피해는 걷잡을 수없이 커진다.다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숨이 차오르고 입안
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부상이 심해 숨쉬기도 곤란했고 목도 말랐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필요한건 신선한 산소나 시원한 물이 아니었다. 냉정하
고도 정확한 판단과 더 냉정하고 더 정확한 판단.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아 어쩌란 말이야..싸우자니 부하들 다 잡아먹게 생겼고 도망치자니 러시
아 제국의 장수로서의 자존심이 용납칠 않으니.)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최고급 와인을 곁들인 바비큐파
티가 아니었다. 그건 바로 적의 공격으로 부하들이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는 증거였다. 제독은 시바노마 삼군사령관의 명령이 문득 생각났다.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꽃은 반드시 지켜야 하네."
"꽃에 대한 중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난 자네만 믿겠네."
여기서 말하는 꽃이 그냥 꽃이 아니란 것은 여러분도 이미 눈치깠을 것이다.
금이 햇빛을 받으면 반사되어 빛이 튀어나오는데 노랗게 피어오르는 그 아
름다운 빛을 혹자들은 꽃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쟁에 나가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 무패신화의 제독은 꽃을 소중히 여기
는 사령관의 명을 따르기로 했다. 동태눈깔처럼 흐리멍텅했던 제독의 눈동
자에 갑자기 불빛이 반사되어 빨갛게 이글거렸다. 드디어 그가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도엔스키 제독이 눈알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씨팔 진작좀 후퇴 시키지 다 뒈지고 난 뒤에 후퇴는 무슨.."
여기저기서 부하들의 원성이 들려왔다.
1904과 1905년 사이 만주와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 전쟁중에 발발한 이 전투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회계함 나히모프
호를 포함해 겨우 3척만 살아남았고 그나마 나히모프호는 꼬리부분에 붙은
불도 끄지 못한 채 급히 도주해야했다.
일본해군은 끈질기고 집요하게 나히모프호를 따라 붙어 함포를 쏘았다. 쾅..
마치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듯 일본군의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나히모
프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영식의 사무실/현재
"에라 폭탄 받어라!"
성윤, 영식, 경천.셋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친구인 이
들은 판돈을 크게 걸고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크게 나 있는 영식이
흥분한 목소리로 폭탄을 외치자 경천은 절망하며 괜한 생식기를 원망했다.
"아 니미 좆됐네.."
영식이 똥 쌍피 위에 3장의 똥 화투장을 촤자작 뿌렸다. 폭탄..
경천과 성윤이 똥씹은 얼굴로 영식에게 피 한장씩을 내주었다.이제 화투판
엔 덜렁 비 쌍피 한장만 깔려있다. 제대로 탄력받은 영식이 패를 뒤집자 이
번엔 서비스 한장. 되는 놈은 되는구나.
"앗싸 가오리."
가오리를 입에 문 영식이 다시 패를 뒤집자 이번에는 비광이 나와 비 쌍피
마져 갈퀴처럼 쓸어갔다. 바닥에 깔려있던 화투가 순식간에 한 장도 없이
실종되어 되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똥씹은것 같았던 성윤과 경천의 구린얼굴에선 이제 똥냄새
가 모락모락 나는 듯했다.구라는..
"판쓸! 피 한 장씩!"
미친듯이 탄력받은 영식이었다.성윤과 경천이 피 한장씩을 영식에게 주었
다. 경천과 성윤의 자리엔 유감스럽게도 화투장이 거의 없었다.성윤이 계
산할것도 없는 자신의 화투장을 헤아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씨발 또 피박이네."
경천도 한숨을 내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싹쓸이 판이네. 완전 좆된겨. "
마지막 화투장을 걷어온 영식은 자기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화투패를 계
산해 나가기 시작했다.
"5광에 청단에 홍단에다가 피가 23점이고 멍따에다가, 파이브 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