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15쓰시마 해전
"아냐 아무것도. 다시 만난 기념으로 축하주부터 하자."
성윤은 구석에 쌓아놓은 소주병을 꺼내려다 말고 아끼고 아끼던 음료수로
손이 갔다. 그것은 바로 술 안 취하는 음료였다.
(오늘밤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난 그저그런 남자가 되고만다.그냥 스
쳐지나가는 스키맨이 되고 마는 것이다.여태까지 참은 김에 좀 더 참아보자.
이 여자를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려면 오늘밤은 털끝하나 건들면 안 된다.그
럼 아마 뻑하고 감동먹을테지.여자는 사소한 것에 감동 먹는 법. 술먹고 혹
시 내가 실수 할지도 모르니 먼저 술 안 취하는 음료수를 먹자.)
성윤은 텐트를 치고 열심히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아랫도리를 외면한
채 진주와 사이좋게 술을 나누어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그동안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진주는 서울에 있는 이름있는 대학의 정치외교학과를 우수
한 성적으로 졸업 후.. 놀고 있다고 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여자몸으로 정
치판에 뛰어 들기가 어디 쉽나.
아까 그 음료수는 '천국 나이트'에서 단골한테만 준다는 것을 웨이터한테
졸라서 1박스,20개를 얻어 온 거였다.웨이터 말에 의하면 이 음료만 먹어
두면 술을 아무리 먹어도 전혀 취하지 않고 속도 쓰리지 않다고 했다.
헛개나무 열매를 고로쇠 물에 1년간 발효시켜 만든 것이라서 헛개 보일 망
정 절대 취하지는 않는 아주 훌륭한 음료란다.'견디셔'이후로 애주가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끝없는 인기를 누리게 될것이라서 나중에 특허내서 팔아
먹을거라나 뭐라나. 이새끼 모두 뻥이었다. 기분은 좋은데 술은 더 취하는
것 같았다.
(샹놈의 웨이터를 쫓아가서 그냥..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웨이터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미리 음료를 마셔서 이슬
비에 옷 젖듯이 아주 천천히 취하는 줄도 모르게 취했다. 이렇게 은근히 취
한 술이 더 무서운 법이다. 조금만 더 마시면 필름이 끊길것만 같았다. 운좋
게 제대로 작업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쯤해서 술잔을 핑계삼아 인연을 안주
삼아 취기를 연료삼아 과감하게 팔장을 끼어 보았다.가만히 있었다. 오케이.
그 다음엔 끌어 안았다. 또 가만히 있었다. 오케이 그린라이트.. 그 다음엔..
알지? 애들은 불끄고 자라..
"부비적 후비적."
"그만 자요."
"응."
털끝하나 못 건들고 눕자마자 그냥 골아 떨어졌다. 알콜농도가 이미 임계점
에 도달해 있었는지 바로 기절해버렸던 것이다.
-쓰시마해전(1905년5월27일 오후3시/대마도(쓰시마섬)북동쪽 7km해상)
1904년2월 8일 러시아해군은 만주의 여순항에서 일본군 연합함대의 공격
으로 치명타를 입었다.그 후로도 계속되는 일본해군의 기습공격으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의 태평양 해군은 전력도 상당히 약해졌고 사기 또한 저하되어
있었다. 결국 여순항 근처에서 정박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가 1905년 1월에
일본 지상군에 모두 함락 되고 말았다. 이 쓰시마해전을 통해 러시아의 태
평양 함대는 완전히 전멸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또 다른 해상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일본해군과 싸우고 있는 발틱함대였다.
"쿠쾅..쿠콰콰쾅..콰콰쾅쾅.."
러시아의 발틱 함대가 두배나 많은 일본 연합함대와 대마도에서 힘겹게 포
격전을 벌이고 있다. 화염과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어쩐일인지 일본함대가
발사하는 포탄은 쏘는 족족 러시아 전투함에 명중하지만 러시아 전투함들
이 쏘는 대포는 번번히 빗나가 바다로만 떨어지고 있었다.
"야 이새끼들아. 도대체 눈깔을 어디다가 뜨고 포를 쏘는거야.눈깔을 콱 빼
먹어버릴까보다. 거기 너! 그래 너 말이야 새꺄. 똑바로 못쏴?"
도엔스키 제독은 부하들을 질책하며 어렵게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가 타고 있는 기함 한가운데에 포탄이 떨어졌다.
"콰쾅!"
갑판위로 떨어진 20kg짜리 포탄은 10여 명의 선원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
어 버리고 배를 반으로 쪼게 버렸다.두 토막으로 갈라진 기함은 흉물 스럽
게 찌그러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엄청난 폭발력 때문에 제독은 새도
아닌데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날면서 생각했다.
"아 이런 시발,오늘 일진 한번 족같네 그려."
두 동강난 배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무기창고에까지 불이 옮겨 붙어 2차 폭
발이 일어났다. 펑.펑..콰르르르륵..
화염과 파편때문에 수많은 아군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남은 승무원들은 배
를 버리고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며 탈출하기 시작했다. 풍덩 풍덩..
명줄 긴 제독은 운좋게 겨우 살아남긴 했지만 부상이 꽤 심각해 보였다.
-잠시 후
제독이 타고 있던 기함이 폭파되자 옆에서 싸우고 있던 회계함 나히모프호
에서 구명정이 급파되어 침몰하는 기함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제독을 신
속히 들것으로 실어 구명정으로 날랐고 구명정은 나히모프호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곧 어두워지고 박살 난 러시아 함대는 불길에 휩싸여 어두운 쓰시마 해협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기함을 잃고 나히모프호에 승선해 있는 도엔스키 제
독은 망연자실해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강의 발틱함대가 일본 원숭이 놈들한테 당하다니."
제독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단순히 전투에서 패한 게
아니라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과 명예에 흠집을 낸 것이었다.국제적인 망신
을 피할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번 원정은 좀 무리가 있었다.바로 얼마전 영
국과 치열한 해전을 치른 후 대서양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던 발틱 함대는 갑
작스럽게 짜르황제의 발진명령을 하달받아 급하게 출발했다.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상태에서 출정을 서두르다보니 보급품도 터무니없이 부족하
고 군사들의 사기 또한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멀리 쌍트페테르(레닌그라드)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의 끝단 희
망봉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이후 이곳 대마도 해상까지 수천킬로
미터에 달하는 장기간의 여행으로 몹시 지쳐 있는 상태였다.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판국인데 하물며 목숨을 건 전투라니..그것도 적군은 두배나 많은 상
황이다. 막상 붙어보니 일본군 화력은 막강했다. 현대식 장비를 갖춘 세계
최강의 해군이었던 것이다.
제독은 적을 우숩게 여긴것에 대해 후회막급했다.자신이 좀더 신중을 기했
더라면 이런 대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
을 정도로 진행되어가고 있었다.아군에게 졸라 불리한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