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14덩쿨째 굴러들어온 여자
그랬다. 해양도굴이 심한 이곳 서해안 일대엔 해양경찰이 밤낮으로 눈을
부라리며 감시하고 있었다.성윤이 탄 배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
가 가득 실려 있었던 것이다. 해저유물 불법 도굴에 고딩 성회롱 죄까지.
걸렸다하면 콩밥먹으러 학교갈게 분명했다.
"통통통통..."
성윤은 이동 중에도 고딩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이쁜여자라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일단 물고 보는 그였다. 영석은 그런 그가 한심해 보였다.할 수
만 있다면 자신이 교장선생이 되어 성윤을 고딩과 함께 청송학교(청송교
도소)로 같이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얕은 해안가로 배를 대놓고 그녀를 내려주었다. 손을 흔들며 빠이빠이 하
려는 찰나, 어두운 바다 어딘가에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광등이 날카롭
게 눈을 반짝였다. 경찰을 보자 당황한 영석이 새로운 섬하나를 발견하곤
탄성을 질러댔다.
"이런 씨팔 좆도."
"부아아아앙~"
어두운 해안을 뚫고 해경이 쾌속정의 서치라이트를 밝히며 돌진해 오고 있
었다.영석과 성윤은 애써 건져올린 보물을 아쉽지만 서둘러 바다 속에 던져
버려야만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위치를 아니까 나중에 다시 와서 건져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풍덩,풍덩.."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다로 떨어진 진주의 비명소리를 들은 선생님이 해
경에 구조요청을 했던 것이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경찰 사이렌 소리를
듣고 성윤과 영석은 지레 겁먹고 바보짓을 했던 것이다.
해양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을 해서 일단 미꾸라지처럼 법망은 용케 피
해갔지만 영석과 성윤은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못내 아쉬운 성윤
이 해경에게 한마디했다.
"죽을 사람을 구했는데 표창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표창맞을 소리 하지말고 얼른가자."
쪽팔리고 민망한 영석이 성윤을 잡아 끌었다. 헤어지면서 고딩은 자신의 이
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적어주었다. 그리고 성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았
다.은혜는 나중에 커서 꼭 갚겠다며 꼬옥 한번 안아주기까지했다.
"가슴과 엉덩이는 이미 다 컸으니 당장 갚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옆에 사
람이 많아서 못했고 뿌리깊은 나물 얘기만 했다.
"콩나물 팍팍 무쳐서 많이 먹어라. 빨리 좀 크게."
키가 170 가까이 되는 이미 클만큼 다 커버린 고딩녀한테 이딴 쓸데없는 소
리를 하며 헤어졌었다. 이인간은 대체 이렇게 가슴에 연연해 하지,라고 비난
하지 말기 바란다. 어릴적 엄마젖을 별로 못 먹어서 그런거니까.
-성윤의 집/현재
이제서야 교복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차린 성윤은 경악했다.
"워메 그 고딩이 이렇게 훌륭하게 컸어야. 환장해 아주."
"그때 주신 이름과 전화번호를 가지고 서울로 이사오신 걸 알았어요.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오빠를 잊은 적 없었어요."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진주의 한마디였다.
(단 하루도 못잊어? 7년을 하루같이?이렇게 고맙고 감격스러울 수가.)
"그땐 너무 반갑고 또 원망스럽기도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그때라면.."
(아아 키스하다가 따귀때린거? 난 좋기만하던데 뭘.)
"제가 항상 제멋대로고 버릇없이 굴지만 그치만.."
(저런, 밥많이 먹고 가슴큰 건 아직 모르고 있나 보군.또 가슴타령이냐?)
"절 받아 주실꺼죠?"
미모의 아가씨가 넝쿨째 굴러들어오니 솔직히 기쁨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원래 너무 좋은걸 손에 쥐면 겁부터 나는 법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도 잠시,
그녀의 눈에서 소나기같은 눈물이 쏟아지자 성윤은 어떻게 해서든 이 여자
의 우산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은 섰는데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
았다. 마음따로 말따로 노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난 아직 한 여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는데."
"!"
그녀도 알다싶이 총알택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루살이 같은 성윤
이었다. 그나마도 도급택시라 매일 12만원을 납부해야하는 상황.나이는 있
는데로 쳐먹었지 벌어놓은 돈은 없지 기술도 없지 앞이 캄캄한 그였다.
막말로다가 부랄 두쪽 뿐인 그나마도 한쪽은 쪼그라들어서 영 시원치 않은
천하의 찌질이 였던 것이다. 차마 "난 땅그지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땅
만 쳐다보고 있는 성윤을 향해 진주가 황공한 말을 꺼냈다.
"우리집 돈 엄청 많아요. 이제 은혜 갚아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한테 너무 부족한 사람인것 같아. 미안하지만 우린
안 되겠어..)
솔직히 돈얘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잘 산다는데 돈이 많다
는데 돈들고 날 잡아 잡수,하는데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없던 애정이
갑자기 싹트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건 원래 이렇게 느닷없고 갑작스런 것이
아니었던가. 지랄하네.
진주를 조용히 끌어 안고 키스를 했다.키스는 전보다 더 달콤하고 짜릿했다.
마치 하늘에서 돈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황홀했다.
(아 이제 드디어 고생끝 행복시작이구나.)
"오빠 지금 무슨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