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13 군산에서의 추억
-7년전 군산 앞바다/저녁
성윤이 탄 배는 서해바다에서 도자기를 한배 가득 건져 올린 후 집으로 향
하고 있었다.
"통통통통.."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둑어둑 했고 갈매기들도 이미 제 집을 찾아 들어간 조
용한 저녁이었다. 통통배가 만들어내는 작은 물결만이 이곳이 바다임을 알
게 해주는 유일한 증거였다.바로 그때였다.
"살려주세혀..첨벙.살려주세혀..첨벙첨벙."
다급한 구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영석의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영석은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이번 도굴작전에 함께 참여한 성
윤에게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피곤한 영석을 대신해
핸들을 잡은 성윤은 어쩐지 기분 나쁘다며 앞으로만 더 빨리 배를 몰았다.
"바다 귀신일꺼야 뻔해."
새가슴인 성윤은 독수리처럼 구천을 떠돌고 있는 귀신들이 정말 무서웠다.
단군이래로 이 바다에서 죽어나간 원혼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러나 영석
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사람이 빠진것 같다니까, 그냥 갈 수 없잖아."
"아 귀신이야, 이 근처에서 빠져 죽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인 줄 알아!"
영석은 야구를 좋아라하는 성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이승엽 42호 홀런볼 줄게 가보자."
"저기 여자귀신이 머리 푸는거 안보이냐?"
"에라 나도 모르겠다. 박찬호 싸인볼."
그들이 도착한 곳은 낭떠러지가 심한 해안이었는데 누군가가 실족하여 바
다 위로 떨어져 애타게 구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사람 살려..어푸..어푸.."
먼저 발견한 것은 영석이었다.
"앗 여자닷!"
여자란 말에 성윤은 앞뒤 볼것도 없이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었다.첨벙..
개헤엄에 평형에 자유형에 온갖 지랄을 다해서 구해놓고 보니 교복 입은 학
생이었다. 그것도 수학여행 온 고2 학생이란다.여자라 어떻게 좀 잘해 보려
던 성윤의 전두엽을 '청소년 성범죄보호법'이 후려치고 지나갔다. 아이고
골이야..
(여자란 말만듣고 잘 한 번 엮어보려고 목숨걸고 뛰어들었건만, 고2라니..
고이접어 날리게 생겼네 씨불.)
입안에 고였던 맑은 침은 꾸정물이 되고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버렸다. 잠
시 후 복장을 추스린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윤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렸지만 남자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을 듯한 묘한 매력이 있었다. 한마디
로 끼가 있었다.
"고마워요. 저녁 먹고 산책하러나왔다가 그만.."
(저녁 쳐드셨으면 선생님 몰래 친구들이랑 쐬주나 한잔 빨다가 잘 일이지
뭐하러 기어 나와서 이렇게 사람 속을 썩이냐. 그리고 니네학교는 수학여행
와서도 촌스럽게 교복입냐? 재수도 더럽게 없네.)
"어디 다친덴 없고?"
걱정하는 성윤과 달리 영석은 학생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말했다.
"멀쩡하네 뭐."
"마음을 크게 다쳤어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이상한 고딩이었다.이때도 보통내기는 아닌
듯 했다.성윤이 고딩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말했다.
"많이 놀랐겠구나?"
(아무리 학생이라도 신세를 졌으니 은혜는 갚아야지?)
사심으로 가득찬 성윤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는 고딩을 달래려 한번 안아
주었다. 어쩌나보려고 다시 한번 끌어 안아 주었다. 남들 눈엔 진정시켜주
려는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등을 토닥여 주었다.자신의 가슴이 남자 가
슴에 닿자 고딩은 흠짓 놀라 몸을 뒤로 뺐다.
(왜 사람 있어서 그래? 물속으로 들어가서 할까?)
성윤은 토닥이며 다시 고딩을 끌어 안았다.가슴끼리 또 닿았다.
(크다. C컵 이상이야.)
고딩은 다시 몸을 뺐다.
(왜 고등학생이라 그래? 아줌마로 만들어 줄까?)
옆에서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영석이 혀를 차며 분위기를 훌러덩 깨
는 소리를 했다.
"얌마 주접 좀 그만떨어.경찰출동하기 전에 얼른 내려주고 뜨자고."